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투자 Deep D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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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 조회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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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ded by Zero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IT기술,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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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 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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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

모두가 시장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투자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들 말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도대체 이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어떻게 측정하지?”라는 고민이 깊어지고, 스타트업 쪽에서는 “한참 키워야 할 때인데, 지분을 크게 내주긴 싫은데...”라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부쩍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즉 조건부지분인수계약입니다. 2013년 미국 Y Combinator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 계약 방식은, 말 그대로 “미래에 지분을 줄게. 지금은 우리가 세세한 기업가치를 확정하지 않아도 돼”라는 개념입니다.

사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반적인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초기 창업팀과 엔젤투자자 사이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돕는 법적 장치”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한국에서는 2020년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으로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SAFE 계약으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스타트업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 SAFE 투자라는게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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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전통적 투자 방식이 ‘지분율 산정 → 협상 → 계약’으로 이어졌다면, SAFE는 한마디로 “지금은 대략적인 최소 조건만 정하고, 구체적인 지분은 후속투자 때 정리하자”는 패턴을 씁니다.

예를 들어, 벤처캐피털(VC)이 창업팀에게 “향후 후속투자를 받을 때, 우리가 낸 투자금을 일정 할인율(Discount rate)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합의하면, 창업팀은 지금 당장 과도하게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VC 입장에서도 “나중에 회사 가치가 크게 뛰면,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 전환하여 추가 이익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기죠.

이에 따라 투자금이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복잡한 재무데이터를 가지고 일일이 줄다리기를 하기보다는, “우리 목표가 어느 정도니, 저희는 지금 자금이 급하다”라는 점만 합의하면 서류가 금방 끝납니다. 다만, 이런 ‘간편함’ 뒤에는 양측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잠재해 있습니다.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까?

어제 제가 에이전트(AI) 이야기를 하면서 “기술이 새 시대의 표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SAFE 역시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 등지에선 스타트업 투자 중 30% 이상이 SAFE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미 어느 정도 ‘시장 표준’처럼 자리를 잡았다면, 국내에서도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계약 한 장으로 끝나버리는 구조가 늘 그렇듯, 실제로 문제가 생기면 “할인율이 너무 컸네?” “기업가치 상한(Valuation cap)을 왜 이렇게 정했지?” 같은 갈등이 터져 나올 수도 있습니다.

창업팀 입장에서는 후속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SAFE가 편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중에 확정받을 지분이 정말 ‘나쁘지 않은 딜’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필요하죠. 그래서 실제로는 각종 부속조항(“만약 회사가 팔리면 어떻게 할지, IPO나 스톡옵션은 어떻게 반영할지”)을 신경 써야 합니다.

리스크 vs 속도 (Again)

저 역시 과거 SAFE 투자를 직접 진행해보면서 “투자를 집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정말 짧구나”라고 놀랐습니다. 대신 회사가 해외 자회사에 별도 투자를 받으면서 SAFE 투자자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체감했습니다. 왜냐하면 SAFE는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할 만한 장치가 부족하거든요.

그리고 SAFE에 만기가 없다는 점도 양날의 검입니다. 전환사채(CB)라면 어느 시점이 되면 이자를 붙여 상환받을 수도 있는데, SAFE는 “후속투자가 없으면 그저 계약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게 어느 시점에선가 분쟁이 되면 ‘현재 투자금의 가치가 얼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SAFE가 무조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사가 계획대로 성장하고 후속투자 혹은 IPO·M&A 등이 이어진다면, 투자자는 훌륭한 수익을 낼 수 있고, 창업팀도 기업가치를 높여 지분 희석을 과도하게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자와 창업팀 간 신뢰가 충분하다면 SAFE만큼 깔끔한 투자 방식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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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물이 다 빠진 후

결국 SAFE는 “기업가치 산정이 애매한데도 자금이 급히 필요한 창업팀”과 “가능성에 베팅하고 싶지만, 지금 가치로는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투자자”를 이어주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이미 SAFE로 빠른 돈을 받고 성장한 뒤, 어느 정도 트랙레코드가 쌓이면 정식 지분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창업자의 입장에선 창업 초기부터 복잡한 지분협상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일정 부분 편안함을 얻고, 투자자 역시 가볍게 시드머니(Seed Money)를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퍼질지, 아니면 소수 창업자·투자자들 사이의 선호 방식으로만 남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ZIRP(Zero Interest Rate Period)에는 시장 전반이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던 만큼, SAFE가 로컬 생태계에서도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어느 순간에는 “그래서 이 회사의 최종 가치는 얼마나 오를 것이며, SAFE로 들어간 투자금은 실제 지분으로 어떻게 전환되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마주치게 됩니다. 그 시점에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계약 초기부터 서로가 지향하는 바와 리스크를 충분히 공유하고 문서화해두는 게 필수적입니다.

SAFE는 ‘Simple’ Agreement이긴 하지만, 그 단순함 뒤에는 믿음과 리스크가 교차하는 묘한 지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또한 시장이 스스로 최적화를 찾아가는 과정일 겁니다. 아마도 SAFE가 한국 스타트업 투자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는 날이 오겠지만, 그 속도와 폭은 얼마만큼의 신뢰와 제도적 보완이 따라붙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식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빠른 계약 프로세스와 미래 가치에 대한 자유로운 베팅이라는 점에서, 제대로만 운용된다면 분명 많은 창업팀에게 기회를 열어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대로 완벽하다!”고 주장하기엔 부족한 면도 많지만요.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와 경험담이 축적되면,

SAFE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좀 더 분명해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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