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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델 학습을 위해 저작권 규정을 좀 느슨하게 해달라.”
지난주, 오픈AI가 트럼프 행정부에 이 같은 요구를 했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그 논리는 간단합니다. “중국은 마음대로 데이터를 긁어다가 AI를 키우는데, 우리(미국)가 저작권에 막혀 있으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나?”라는 것이죠.
얼핏 들으면 “(미)국익을 위해선 저작권 보호도 완화해야 한다”라는 식인데, 정작 고민해봐야 할 건, 이게 정말 저작권을 약화해 얻을 이익보다, 저작권자의 정당한 대가나 창작 생태계의 보호가 훨씬 더 중요한 거 아니냐는 점이죠.
“중국이 그러니 우리도 그냥 공짜로 다 긁어가겠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오픈AI, 왜 굳이 저작권을 약화시키려 하나
OpenAI 입장에선 AI 모델 훈련을 위해 “거의 모든 공개된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싶은데, 그 상당수가 저작권 보호를 받는 콘텐츠입니다. 실제로 Divided by Zero에서 한번 다뤘듯, 이들이 저작권 침해 혐의로 여러 언론사·작가들과 소송전을 벌이는 중이고, 그건 오픈AI만이 아니라 구글·메타(Meta)·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죠.
OpenAI는 특히 “미국이 만약 저작권을 엄격히 적용해 AI 학습을 제한한다면, 중국처럼 규제가 느슨한 나라가 AI 경쟁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강조합니다. “(미)국익을 위해서라도 AI 개발이 가속돼야 하니, 저작권을 좀 더 느슨하게(예외를 확 넓혀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게 굉장히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컨대 오픈AI는 딥시크(DeepSeek) 같은 중국 AI 스타트업이 자기 모델을 무단으로 베낀다고 비판해놓고, 정작 미국 내에서는 “우리도 저작권된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해도 괜찮게 해달라”고 하는 셈이기 때문이죠.
창작물은 공짜가 아니다
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그 대가를 받아야 하는 건 자명한 원칙입니다. AI를 개발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오픈AI, 구글 등)이 저작권자들에게 “공짜로 쓰게 해달라”고 한다면, 그건 사실상 창작물의 가치를 가로채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죠.
가령 대규모 텍스트를 그대로 복원해버리거나, 특정 작가의 문체·표현을 거의 그대로 뽑아내는 현상 등. 어쨌든 창작물을 가지고 수익성 높은 AI 모델을 구축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옳은 거 아니냐는 것이 다수의 상식적인 반응입니다.
중국과의 비교?
그리고 오픈AI는 “중국이 맘대로 무단으로 학습하니, 우리(미국)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규제 완화해달라”는 논리를 강조하는데요, 독재국가와의 비교요?
- 국가 체제와 법·정치 시스템이 전혀 다른(독재) 중국 사례를 근거로 삼는 건 무리
- 저작권자 보호는 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의 핵심 요소인데, “중국처럼 해야 한다”는 건 지나치게 극단적·편의적인 주장
- 오히려 국제사회가 중국식 ‘저작권 무시’ 관행을 문제 삼고 있는데, 거꾸로 우리도 따라 하자는 건 어불성설
‘중국과의 AI 경쟁’을 방패 삼아 저작권 보호 자체를 후퇴시키는 주장을 내세우기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냥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되지 않나?
사실 답은 이미 나와있습니다. OpenAI가 저작권을 약화시키기보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면서 더 많은 데이터에 접근하면 될 일입니다. 이미 출판사, 뉴스 미디어, 이미지·음원 라이브러리 등에서 데이터를 라이선스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들의 가격 모형도 서서히 정립 중이죠.
물론 이런 라이선스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고, AI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자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데이터를 가져다가 거대 수익을 올리는 건 윤리적·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다른 기업들은?
사실 오픈AI만 이 문제로 고민하는 건 아닙니다. 구글 역시 이번에 같이 서한을 보냈고, 메타(Meta)는 저작권 소송에 직면했습니다. 다만 몇몇 스타트업(Anthropic 등)은 소송끝에 음악사들과 합의하는 접근을 택했고, 위에서 언급했듯 마이크로소프트도 출판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협상 + 비용 지불” 방식을 실행 중이죠.
그렇다면 결국 오픈AI가 주장하는 '저작권 완화'보다는 '적절한 라이선스 및 보상 체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자유롭게 AI를 훈련시키되, 그 가치를 창작자와 공유한다는 모델이 이미 서서히 형성되고 있으니까요.
결국 오픈AI가 하는 주장, 즉 “중국이 저작권을 무시하니 우리도 그래야 AI 경쟁 안 밀린다”는 건, 여러 모로 설득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창작물은 공짜가 아니며, 이미 시장에는 유료 라이선스 계약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돈 들고 오면 충분히 구매해 쓸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럼에도 “정부가 규제 풀어줘서 그냥 가져가면 안 되냐”고 묻는 건, 창작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사안은 단순히 미국 vs. 중국의 기술 패권 문제가 아니라, 모든 크리에이터와 AI 기업이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됩니다. “AI 발전”이란 대의명분을 위해, 저작권 보호라는 오래된 원칙을 쉽사리 희생해도 되느냐—이 질문에 많은 이들이 “아니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오픈AI의 말처럼, 정말로 중국 때문에 미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합당한 보상 체계를 갖추고도 AI가 성장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법을 찾는 편이, 장기적으로도 건강하지 않을까요?
학습을 하고 싶다면 “법을 약화시키자”는 요구를 할게 아니라, "대가를 지불"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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