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구글의 시대는 끝났다." AI가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한 이래, 이런 말들이 계속해서 들려오죠. 오픈AI, 퍼플렉시티를 비롯한 AI 서비스가 구글 검색의 아성을 무너뜨릴 거라는 불안감이었죠. 실제로 얼마 전 애플 부사장이 "사파리를 통한 구글 검색량이 22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고 증언했을 때, 시장은 구글의 미래에 대한 의심으로 술렁였습니다.
하지만 2025년 2분기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실적 발표는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고, 특히 핵심 사업인 검색과 클라우드 부문은 오히려 성장세가 더 가팔라졌죠.
검색과 클라우드의 미친 퍼포먼스
이번 2분기 실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글의 핵심 성장 엔진 두 개, 즉 검색과 클라우드가 AI를 만나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는 점입니다.
구글 검색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나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직전 분기 성장률(10%)보다 더 높아졌다는 점이 중요하죠. AI가 검색 광고를 잠식할 거라는 우려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겁니다. 비결은 뭘까요? 바로 AI 개요(AI Overviews)입니다. 검색 결과 상단에 AI가 생성한 요약 정보를 보여주는 이 기능은 이미 월간 사용자 20억 명을 돌파했고, 구글에 따르면 AI 개요가 표시되는 검색 유형에서 오히려 10% 이상 더 많은 후속 질문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AI가 답을 다 알려주면 더 이상 검색을 안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기우였던 셈이죠. 오히려 AI가 더 깊이 있는 탐색을 유도하며 전체 검색량을 늘리고 있는 겁니다. 광고 수익 역시 AI 개요가 없는 검색 결과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하니, 일단 방어에는 성공한 모습입니다.
사실 이번 실적의 진짜 주인공은 구글 클라우드(GCP)였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2%나 폭증하며 AWS(18% 추정)와 애저(31~34%)를 압도하는 성장률을 보였고, 연간 매출 전망치는 5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더 놀라운 건 수익성입니다. 영업이익률이 1년 전 11.3%에서 20.7%로 거의 두 배나 뛰었죠. 이제 GCP는 단순히 돈만 많이 쓰는 성장주가 아니라, 알파벳 전체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는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성장의 배경에는 당연히 AI가 있습니다. 제미나이(Gemini) 모델을 쓰려는 기업 고객이 8만 5천 곳을 넘어서면서, 관련 인프라와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이죠.
결국 구글은 AI를 통해 핵심 사업인 검색의 건재함을 증명하고,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낸 셈입니다. AI가 구글의 발목을 잡을 거라던 비관론자들에게 실적으로 증명한 거죠.
116조 원짜리 도박
다만, 이 성장 뒤에는 어마어마한 출혈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은 AI 시대의 패권을 놓피지 않기 위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2분기에만 설비 투자(CapEx)로 224억 5천만 달러를 썼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연간 설비 투자 전망치도 기존 750억 달러에서 850억 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죠. 이 돈은 전부 데이터센터를 짓고, 자체 개발한 TPU나 엔비디아의 최신 GPU 같은 AI 서버를 사들이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공격적인 투자의 결과, 2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61%나 급감했습니다.
구글도 AI에 기업의 모든 명운을 베팅하고 있다는거죠. 게다가 이렇게 사들인 서버와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몇 년간 감가상각이라는 비용으로 재무제표에 꾸준히 반영될 겁니다. 즉, 미래 이익에 대한 부담이 이미 확정된 셈이죠.
이게 바로 구글이 마주한 1000억 달러짜리 ROI(투자수익률) 딜레마입니다. 지금의 막대한 투자가 과연 미래에 그 이상의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CEO 순다르 피차이는 "건강한 ROI를 자신한다"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아직 여전합니다.
AI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늘어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예상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이 엄청난 투자는 그대로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구글의 왕좌, 형태는 바뀌어도 계속될까?
2분기 실적은 분명 구글이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고, 오히려 그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AI가 검색의 위협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클라우드 사업은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8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베팅 위에 서 있습니다. 구글은 지금 단기적인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희생하며, AI 시대의 장기적인 패권을 잡기 위한 거대한 인프라 해자를 쌓고 있는 중입니다. 이 도박이 성공할지 여부는 앞으로 구글이 AI를 통해 얼마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내고, 동시에 규제와 경쟁이라는 외부 위협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있겠죠.
다만 구글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데이터와 인프라, 그리고 기술력을 고려할 때,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력을 구축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입니다. 구글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 것 같네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