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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주 흥미로운, 어쩌면 기이하기까지 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때 자신이 만든 왕국에서 쫓겨났던 우버(Uber)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다시 자율주행 시장에 복귀한다는 뉴스였죠.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중국의 자율주행 기업 포니.ai(Pony.ai)의 미국 자산을 인수하는데, 바로 그 우버가 자금을 지원한다는 사실입니다.
쫓아낸 창업자와, 그를 내보낸 현 CEO의 어색한 동맹. 이건 대체 무슨 그림일까요? 단순한 화해의 제스처일까요, 아니면 이 복잡한 관계의 이면에 훨씬 더 거대한 전략적 야망이 숨어있는 걸까요?
창업자의 귀환
트래비스 캘러닉의 복귀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가 우버에서 쫓겨난 2017년 이후의 행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캘러닉은 유령주방, 고스트키친(ghost kitchens)이라는 비즈니스를 하는 클라우드키친(CloudKitchens)의 CEO로 자리를 옮겼죠. 음식 배달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이 시간이 그의 자율주행 복귀를 위한 완벽한 리허설이었다고 봅니다.
클라우드키친의 사업 구조는 놀라울 만큼 로보택시 사업의 운영 방식과 닮아있습니다.
- 부동산(자산 관리): 클라우드키친은 도심의 낡은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여, 배달 전문 공유 주방으로 탈바꿈시키는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보택시 운영에 필수적인 차량 충전, 정비, 보관을 위한 차고지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종류의 일이죠
- SaaS(소프트웨어): 이 물리적 공간 위에는 오터(Otter)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돌아갑니다. 여러 배달 앱의 주문을 통합하고, 메뉴를 관리하며, AI로 마케팅까지 최적화하죠. 로보택시의 자산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수요를 관리하며,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차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관제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예행연습일 수 있죠
- 로보틱스(자동화): 'Lab37'이라는 R&D 조직을 통해, 주방의 조리 과정과 음식 이동을 자동화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이 시도는, 인간 운전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자율주행의 본질과 일치합니다
결국 캘러닉은 지난 몇 년간, 자율주행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곳에서, 분산된 물리적 네트워크를 정교한 소프트웨어로 통제하고,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바로 그 운영 공식을 갈고닦고 있었던 겁니다. 캘러닉은 은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연구실에 있었던 거죠.
경쟁자에서 킹메이커로
그렇다면 우버는 왜 자신들이 내보냈던 창업자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걸까요? 여기에는 현 CEO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의 냉정한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코스로샤히는 2017년 CEO로 부임한 직후, 캘러닉 시절부터 매년 수십억 달러를 태우던 자체 자율주행 개발 부서(ATG)를 돈 먹는 하마로 규정하고, 2020년에 경쟁사 오로라(Aurora)에 팔아버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버를 '자율주행차를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닌, 여러 자율주행차 회사의 서비스를 중개하는 플랫폼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로 재정의했죠.
구분 | 캘러닉 시대(2010 ~ 2017) | 코드로샤히 시대(2017 ~ 현재) |
핵심전략 | 수직통합: 자율주행 기술 전반을 직접 구축하고 소유 | 플랫폼 집약: 다양한 자율주행 파트너와 협력하며 수요 플랫폼은 우버가 주도 |
자본배분 | 자율주행 개발(ATG)에 25억 달러 이상 대규모 R&D 투자 | R&D에서 철수하고, 경쟁력 있는 공급 시장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투자 및 제휴 |
주요조치 | 연구입력 영입, 자율주행 스타트업 Otto 인수, 내부 대규모 R&D | ATG를 오로라(Aurora)에 매각, 웨이모/모셔널/위라이드/웨이브/포니.ai 등과 협력 추진 중 |
목표 | 우버 소유 자율주행차로 인간 운전자를 대체하여 미래 모빌리티 지배 | 인간 운전자와 다양한 로보택시가 통합된 모빌리티 중앙플랫폼이 되는 것 |
경쟁구도 | 공격적&적대적: 리프트 같은 경쟁사 제거 목표 | 경쟁&협력 병행: 웨이모 등 경쟁사와도 협력하며 경쟁 생태계 조성 추구 |
이 전략의 핵심은, 웨이모 같은 자율주행 회사들에게 우버가 가진 막대한 '수요'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현재 시장의 압도적인 1위인 웨이모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이죠. 웨이모는 우버의 파트너인 동시에, '웨이모 원'이라는 자체 호출 앱을 운영하는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만약 웨이모가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게 되면, 우버는 협상력을 잃고 웨이모에게 끌려다니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 '웨이모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코스로샤히의 묘수 중에 하나가 바로 캘러닉 카드인 겁니다. 포니.ai라는 쓸 만한 기술을 캘러닉이라는 검증된 CEO의 손에 쥐여줌으로써, 웨이모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제2의 공급자를 자신의 돈으로 직접 키워내는 것이죠. 공급자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여,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킹메이커 전략으로 보입니다.
지정학이 만든 M&A 매물
이 빅딜의 중심에 있는 포니.ai의 미국 자산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 매물은 사업 실패로 나온 것이 아니라, 미중 기술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압박 때문에 시장에 나온 다소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바이두와 구글 출신들이 2016년에 설립한 포니.ai는 도요타, GAC 같은 자동차 대기업 및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플레이어입니다. 특히 포니.ai의 7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은 이전 세대 대비 부품 비용(BOM)을 70%나 절감하는 등, 상업적 양산을 염두에 둔 비용 효율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에게는 캘리포니아에서 '최초의 운전자 없는 테스트 허가 정지' 및 '테스트 허가 취소'라는 뼈아픈 규제의 상처가 있습니다. 2021년 사고 이후, 캘리포니아 DMV는 이들의 허가를 정지하고 취소했죠.
결국 캘러닉이 이끄는 새로운 회사는, 지정학적 이유로 시장에 나온 '기술적으로 성숙하고 비용 효율적인 자율주행 스택'이라는 값비싼 지참금을 받게 되지만, 동시에 '규제 당국의 불신'이라는 리스크까지 또한 고스란히 물려받게 되는 셈입니다. 캘러닉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재 자율주행 시장의 분위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웨이모를 향한 가장 강력한 도전자
결론적으로, '캘러닉-포니.ai-우버'의 삼각 동맹은 각자의 절박한 필요가 완벽하게 맞물려 탄생한, 합리적이고 강력한 조합으로 보입니다.
- 포니.ai는 '기술'을 제공
- 캘러닉은 이 기술을 현실 세계에서 굴릴 수 있는 '운영 능력'을 제공
- 우버는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할 '수요와 유통망'을 제공
이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은, 현재 시장의 절대 강자인 웨이모를 위협할 수 있는, 또다른 강력한 생태계의 탄생일 수 있습니다.
물론 로보택시 사업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자본을 요구하고, 규제 당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캘러닉과 코스로샤히의 불편한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죠.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은 자율주행 시장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비용을 낮추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로보택시를 이용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겁니다. 우버의 계산된 전략과 돌아온 창업자의 야망이 만들어낼 이 새로운 이야기가, 자율주행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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