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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모두의 주목을 받을때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퍼플렉시티에 대해 다들 잊게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퍼플렉시티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검색 엔진으로 출발했던 퍼플렉시티가 퍼플렉시티 컴퓨터(Perplexity Computer)를 내놓으며 AI 에이전트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거든요.
지난 2월 25일에 출시된 이 서비스는 월 200달러를 내는 맥스(Max) 구독자 전용입니다. 사용자가 일상적인 언어로 목표를 던져주면, 알아서 작업을 잘게 쪼개고, 19개가 넘는 AI 모델 중 가장 적합한 것에게 일을 배분한 뒤, 최종 결과물(문서, 코드, 웹사이트, 대시보드 등)을 완성해 냅니다. 끊임없는 지시와 개입이 필요 없죠.
퍼플렉시티가 검색창을 넘어, 오픈AI, 앤스로픽, 구글과 직접 맞붙는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겁니다.

퍼플렉시티 컴퓨터는 이름과 달리 하드웨어 제품은 아닙니다. 보다 근원적으로 돌아가서 과거 천문학자들의 계산을 돕던 인간 조수들을 컴퓨터라 불렀던 것에서 따온 이름이죠. 실제로는 범용 디지털 노동자처럼 작동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다중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엔진입니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은데요.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중앙 두뇌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오푸스 4.6(다른 모델이어도 상관 없습니다)이 요청을 분석해 작업 명세서를 씁니다. 그러면 라우터가 각 작업의 특성에 맞춰 최적의 모델을 배정하죠. 가령 문맥 파악과 웹 검색은 GPT-5.2가, 깊이 있는 리서치는 제미나이 3.1 프로가, 빠르고 가벼운 작업은 그록이 맡습니다. 이미지와 영상은 나노 바나나와 베오 3.1이 처리하며, 그 외 13개의 이름 없는 특화 모델들이 뒤를 받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완전히 고립된 보안 아키텍처입니다. 각 작업은 가상 머신 안에서 실행되고, 웹을 돌아다니는 브라우저 인스턴스는 아예 다른 머신에 분리해 두어, 웹상의 악성 코드가 핵심 실행 환경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차단했죠.

이게 나오면서 퍼플렉시티에게는 뭐가 달라진걸까요? 여기서 퍼플렉시티는 경쟁사들이 갖추지 못한 3겹의 제품 스택을 완성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지휘 엔진인 퍼플렉시티 컴퓨터, 양식 채우기나 결제를 알아서 해주는 AI 네이티브 브라우저 코멧(Comet), 그리고 맥 미니에서 구동되며 로컬 파일 접근을 돕는 퍼스널 컴퓨터입니다.
경쟁사들과의 차이점도 뚜렷합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실제 데스크톱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직접 제어해서 강력하지만 오류가 잦고 위험하죠. 반면 퍼플렉시티는 클라우드 샌드박스 안에서만 움직여 사용자의 기기를 보호합니다. 오픈AI가 8억 명의 범용 사용자와 광고 모델을 택하기로 했다면, 퍼플렉시티는 3,300만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깊이 있는 리서치와 정확한 출처에 집중하며 광고를 버렸습니다.
성공?
출시 직후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블룸버그 단말기 수준의 금융 대시보드를 뚝딱 만들어내고, 연간 22만 5,000달러짜리 마케팅 툴을 주말 만에 대체했다는 후기가 쏟아졌죠. 12장짜리 투자 검토 보고서를 90분 만에 뽑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같이 지적됐는데요. 가장 큰 불만은 불투명한 요금 체계입니다. 어떤 작업에 크레딧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어, 방대한 코드 분석을 한 번 돌렸다가 한 달 치 크레딧의 두 배인 2만 1,000크레딧을 날렸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시간 미리보기가 안 되어 코드를 수정할 때마다 수 분씩 기다려야 하는 답답함도 큽니다.
그럼 결국 이 퍼플렉시티 컴퓨터의 의미가 뭘까요? 확실한건 시장의 분위기를 한번에 반전시켰다는거죠.
퍼플렉시티는 일반적인 검색 엔진에서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회사의 근본을 바꿨습니다. 매출 목표도 올해 말까지 6억 5,600만 달러로 극단적으로 높여 잡았죠. 200억 달러가 넘는 기업 가치를 정당화하려면 폭발적으로 성장해야만 합니다.
퍼플렉시티의 베팅은 개별 AI 모델들의 성능이 범용화될수록, 결국 어떤 작업에 어떤 모델을 써야 할지 아는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이 돈을 쓸어 담을 거라는 포지셔닝입니다.
경쟁사들의 모델을 가져다 쓰는 근본적인 종속성, 보안 취약점 논란, 뉴스 매체들의 저작권 소송, 그리고 AI 특유의 환각 리스크가 겹겹이 쌓여 있긴 한데, (만약 앤스로픽이 모델 공급을 끊거나, 오픈AI가 압도적인 단일 모델로 시장을 평정해 버린다면 지휘자의 역할은 필요 없어집니다) 앞으로 퍼플렉시티가 어떤 모습이 될지 한번 지켜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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