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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미국 테크 업계에서 대형 감원 발표가 며칠 사이 여럿 나왔습니다. 그 중 먼데이닷컴(Monday.com)과 패트리온(Patreon) 두 회사가 각자 인력의 20%를 잘라내겠다고 밝혔는데요.
둘 다 회사가 어렵거나 매출이 꺾여서 하는 감원이 아니고, 자기 사업을 AI 시대에 맞춰 다시 짜기 위해서 한다는 이유를 내걸었죠.

먼데이닷컴
일단 먼데이닷컴부터 볼까요. 먼데이닷컴은 2021년 나스닥 상장한 협업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이번 주 직원 약 20%를 감축한다고 공시했습니다. 감원 비용으로는 4,500만~5,500만 달러를 잡았습니다. 회사가 공시에 쓴 이유가 재밌습니다. AI Work Platform이라는 새 전략에 조직 구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표현이었거든요.
먼데이닷컴은 원래 노코드(no-code, 코딩 없이 마우스로 소프트웨어를 조립하는 방식) 도구로 유명했습니다. 회사들이 자체 사내 도구를 레고처럼 짜맞춰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었죠. 그런데 지난 5월에 회사가 방향을 바꿨습니다. 우리는 이제 AI Work Platform이라고 스스로를 다시 정의한 겁니다. 노코드 도구에 AI 에이전트를 얹어서 사용자가 마우스로 조립하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한테 일을 시키는 형태로 옮겨가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방향 전환은 사업적 논리는 있습니다. 지금 AI 코딩 도구들이 좋아지면서 노코드의 원래 매력이 줄어들고 있거든요.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도 클로드 코드나 커서 같은 도구로 코드 자체를 짤 수 있으니, 굳이 노코드 조립 도구를 왜 쓰냐는 질문이 자연스러운 시점이 온 겁니다. 먼데이닷컴은 이걸 미리 감지하고, 회사의 정의 자체를 AI 플랫폼으로 옮겨간 셈이죠. 최근엔 사용량 기반 요금제도 도입했습니다. AI 기능을 많이 쓰는 고객한테서 더 많이 받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먼데이닷컴이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신규 순 ARR의 10%가 AI에서 왔다고 밝혔는데요, 이 숫자가 점점 커질 걸 기대한다는 얘기였습니다. 8월 초에 나올 2분기 실적에서 이 숫자가 얼마나 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인상적인 부분은 먼데이닷컴 CEO가 몇 달 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자기 회사가 AI를 도입해 개발자 한 명당 산출이 32% 늘었고 신제품 출시 시간이 38% 줄었다는 자랑했다는거죠. 그리고 그 몇 달 뒤에 인력 20%를 감축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자랑의 논리적 결과가 감원인 셈이죠.
패트리온
같은 주에 창작자 구독 플랫폼 패트리온도 20%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CEO 잭 콘테(Jack Conte)가 7월 23일 사내 메모와 창작자 공개 게시글로 알렸죠. 대상자는 93명입니다. 이는 2022년 17% 감축 이후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해고 대상자한테는 최소 16주 퇴직금, 근속연수당 1주 추가 급여, 연말까지 건강보험, 그리고 1,500달러 노트북 지원이 제공된다고 밝혔습니다.
근데 패트리온의 매출은 오히려 28% 성장 중입니다. 콘테가 사내 메모에서 자기 회사의 코어 사업이 여전히 강하고 안정적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구요. 회사가 어려워서 감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창작자와 직원 양쪽에 계속 반복해서 밝힌 셈입니다.
그럼 왜 자르는 걸까요. 회사에서는 패트리온이 창작자 구독 서비스에서 미디어·커뮤니티 네트워크로 자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그 확장을 실행하려면 조직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직을 더 평평하게 만들고, 우선순위 몇 개에 팀을 집중시키고,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다시 짜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 재편을 하는 이유는 결국 더 작은 팀으로 더 많은 일을 하려는 것이죠.
콘테가 메모에서 AI에 대해 남긴 표현도 살펴볼 만합니다. AI 모델이 사람의 창의성, 판단력, 디테일에 대한 감각, 장인정신을 대체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AI가 기술 산업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걸 인정했거든요. 산업 전체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다 바뀌었다는 겁니다.
즉 AI가 사람을 자르는 게 아니라, AI가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서 그 결과 사람이 필요 없어진다는 구조입니다.
감원의 뒷면
먼데이닷컴은 회사 정의를 노코드에서 AI 플랫폼으로 바꾸면서, 패트리온은 창작자 구독에서 미디어 네트워크로 확장하면서 둘 다 인력 20%를 감축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이 꺾여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금 있는 조직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 판단의 뒷면에 AI가 있는 거구요. AI가 사람 하나가 예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니, 같은 성과를 내려면 팀이 작아져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소규모 팀이 AI로 더 빠르게, 더 많이 만드는 시대가 왔으니 조직을 그 크기에 맞춰 다시 짜자는 겁니다.
물론 이게 회사 입장에서 맞다고 해서 해고된 직원 입장에서 위로가 되는 건 아닙니다. AI가 자기 일자리를 없앤 게 아니라 자기 팀 규모를 갉아먹은거라는게 자기가 지금 잘렸다는 사실 앞에서 별로 의미가 없거든요. 창작자에게 안정적인 반석이 되기 위해 20%를 자른다는 콘테의 표현이 문법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잘린 93명한테는 별 의미가 없죠.
어쨌든 AI 자체가 회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조직이 그렇지 못한 조직을 대체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회사 하나 안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합니다. AI를 활용한 소규모 팀이 그러지 못한 큰 팀을 대체하는 상황이죠.
비슷한 감원 소식이 앞으로도 나오는지 지켜보긴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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