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1일, 스무 번째 편지

from 지우

2023.10.11 | 조회 3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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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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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마니또 첫 편지가 잘 진행되었답니다. 오늘은 제가 아닌 두 사람의 편지를 가져왔어요. 이렇게 대신 공개할 수 있어서 기뻐요. Hyun 님과 흰 님의 편지입니다. 두 분께 고마움을 전해요.

 

 
 

마니또 흰님께 짧은 인사 전하며 편지 남깁니다.

288쪽

내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과 불행한 시간을 너무 자주 보내지 않도록 가끔씩 확인해봐야 한다. 가끔씩, 모두 세봐야 한다. 지금까지 내 행복한 기억들은 무엇이 있지?

리디아 데이비스,<불안의 변이> 중 행복한 기억들

시월이네요. 하루에도 스쳐간 기억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담고 싶어집니다. 올 해도 수 많은 순간들이 스쳤고 그 기억들을 주섬주섬 담기 좋은, 네. 시월입니다.

낙엽의 바스락소리, 아스라질 듯 하면서도 보드란 잎의 감촉, 코 깊이 파고드는 신선한 공기. 기억이 촉감으로 남아 생동을 더하는 계절입니다.

기억들을 떠올려봅니다. 기억력이 빈약해서 애써 그 날의 대화나 순간과 사람들의 감정을 저의 머리를 타고 해석한 것들을 한아름 담았습니다. 포대 한 자루로도 부족할만큼 가득찼네요. 

그렇게 주섬주섬 담다보니 한 해를 돌아보니 피어오르는 향수가 진하게 파고듭니다. 

셀 수 없이 행복한 기억들이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냐고 하나만 손꼽으라고 하기엔 너무 어렵기만 합니다. 

추석 연휴 친구들과 공원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 기억, 늦은 저녁 풀무질 책방에서 서로가 쓴 시를 읽으며 소감을 나누던 시간, 동네친구와 밤 산책을 갔던 때,길거리를 걷다 만난 고양이를 스담스담하던 감촉, 술을 한 잔 마시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던 금요일 밤, 서울숲을 거닐며 산책하듯 사진을 담던 기억들, 한 여름 마냥 바닷소리가 좋아 광안리 바닷가로 달려가 카메라로 풍경을 담았던 순간….

사진처럼, 때론 파편처럼 흩어졌어도 행복이란 필름 한 통에 파노라마가 그려집니다. 이 순간들이 파편으로 남길 지 아니면 퍼즐이 될 지는 나의 몫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때론 사는 게 각박하고 어두워서 무감해지는 시기를 지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그런 시기를 건너기도 하지요. 저는 그 시기가 나쁘다고만 보고싶진 않습니다. 나쁘다고 좋다고도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다정하도록 지킬 수 있는 것이 있다면야 삶은 그런대로 살아지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시월입니다. 시처럼 운율이 흐르고 무르익기 좋은 계절의 중반부에 들어섰네요.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고 다정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길. 또 그런 시간이 있다면 언제든 안부 전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Hyun

 
 

 

 


 

 

 
 

 

22

구름 속에서 빠져나온 비행기가 서서히 다가온다 나를 명확하게 관통하고 다시 아득히 멀어진다그림자처럼 지난 여름밤의 달처럼 가차 없이 나를 관통하는 너처럼떠나가는 모든 것들은 내게로  잠시 머물  가장 아름답다.

고경옥,<오후 여섯 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코스모스 편지

여름이 아득히 멀어지고 가을이 다가왔어요찰나라고 느껴질지 모르는  자고 일어나면 손마디가 시린 겨울이 찾아와 결국 이번 가을도 가차 없이 떠나간 계절이었구나 라고 기억될지 모르는 시월이요.

저도   요즘 읽고 있는 시집의  조각을 적어봤어요제목에 끌려 펼쳐봤는데 문장과 단어와 표현이 연속으로  눈을 켜더라구요아직  시집밖에 읽어보지 않아 완전히 정의할  없지만  시인분의 팬이   같아요.

 행복이란 필름엔 시와 기록으로  차있어요저를 채우는 기록은 주로 글과 그림과 산책과 필름이에요 다정하도록 지켜주는 것들이죠.

 올해 많은 것들을 도전해 봤어요해외에 나가 단기선교를 해보기도 하고   동안 미라클 모닝을 해보기도 하고 낙산공원에 올라가 여름 오후 바람을 맞으며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어요그림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고 나의 색감을  안에서 끄집어내 눈으로   있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마음에 들어요   켠을 점점 채우고 있어요이건 아직 아무한테도   했지만 초미니 팔레트를 샀어요얼른 청계천 한강 인왕산 어디든 가서  그리고 싶어요.

저를 기록하는 일은  기쁜 일인  같아요현님은 주로 어떤  기록하세요어떤 시간의 순간을 잡으시나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여러 사진과 문장들이 현님의 감성과 시간을 누르고 우려 나오는  같아요.

아직은 어색하고 어떤 글을 적을까 고민이 끊어지지 않아 쉽게 다음 칸으로 넘어가지지 않지만  기분 좋은 떨림이 울렁거리고 설레요.

그리고 현님의 단어들을 많이 빌렸어요감사해요.

벌써부터 좋은 영향이 저에게 번지는  같아 신기하고 감사하네요 진심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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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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