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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술, 예견된 과거, 절묘한 색의 조합, 손등에 나를 포갤 때, 가장 가볍고 값없는 것에 무거운 나를 쏟을 때, 틈새를 빠져나왔으나 더는 빠지지 않는 냄새, 쥐어짜도 바래버린 색, 그건 이 가을의 무늬
찬 공기에선 단내가 나고, 살결이 먼저 알아차린 한 주기의 반복, 벽돌이 바람에 구워질 때, 그림자에서 햇볕의 희소성을 보다, 슬플 수밖에 없어서 미련처럼 버리지 못한 겨울들, 가을의 잔여물이 차갑게 식는 노랗고 조용한 내 자리들
요즘은요,
가끔
아주 가끔 글을 씁니다
머리엔 단어가 맴돌기에, 그 단어와 함께 붙일 말들을,
가장 적확한 말을, 거짓 없는 꾸밈말을 찾아내면, 금세 잊어버릴까 두려워서,
재빨리 적고 맙니다
그렇게 완성된 두 개의 풍경 속 내 말들입니다
가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팟캐스트 녹음을 하고
가끔
아주 가끔
작은 해방감이라도 느끼고자
술을 마시고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고
매일
정말 매일
착실하게
이른 아침에 고요해지는 일
불평하지 않는 일
내 자리에 앉는 일
걱정하는 일
기대를 걸어보는 일
그런 일들로
결국 나의 스물넷이 지나갔다
가을이니까 당연한 슬픔
당신은 모르면 좋겠습니다
내가 당신을 만날 때
오직 기쁨만 이야기할 수 있게
다시 마주앉고 싶다는
말이지요
당신을 닮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으로
무엇을 채우려 했을까요
그런데,
때로는
당신 역시
누군가를 닮은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여태
누구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 것일까요
어찌하든 나는
당신에게 나의 스물넷을
한번만 더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성실한 증거를
당신 앞에서 밝을 수 있는 이 얼굴을
당신과 나의
올해의 징표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곧 부정할 수 없는 겨울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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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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