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9일, 열여섯 번째 편지

from 지우

2023.09.28 | 조회 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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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봉안

편지 쓰는 일이 좋은 PD.

귀로 듣고 싶다면

 

투끼, 그리고 내 옆의 사람들에게

엊그제부터 내 책상을 지키고 있는 자그마한 반려식물 투끼를 보며 편지를 씁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지, 궁금하지 않은지 눈치를 살피느라 하지 못했던 말을요.

 

때로는 시큰둥한 고양이처럼 살아보려 합니다.

하지만 결국 한숨을 참게 됩니다.

책상 앞에 앉아도 혼자 걸어도 당신을 만나도. 울 준비가 된 구름처럼.

한 숨을 내쉬기도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당신들 때문에 하루의 숨을 내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다듬을 수 있는 함함한 털을 기대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눈도, 코도, 입도 없는 투끼는 왜 웃고 있을까요.

 

어제 나를 눈물짓게 한 이유는 오늘 아무것조차 되지 못했고 당신은 아무조차 되지 않습니다.

해사한 웃음은.

영영 보지 못하더라도 괜찮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그렇게 웃는다면요.

 

집에 가는 길에 4년 치의 사진을 모두 보았습니다.

얼굴이 점점 앳되짐에 따라 나의 기쁨과 슬픔도 좁아졌습니다.

내가 얻고 잃은 것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붙잡고 싶은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잃어 아쉬울 것들은 내가 여전히, 절박하게 붙잡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끊임없는 자기돌봄의 노력과 실패의 연쇄에서 오늘의 나를 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과도 같아서 내가 남겨놓은 나들을 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탓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합니다.

그 정도의 이기심을 품어보려 합니다. 살기 위해서.

 

내가 혹 잘못하더라도 나를 지켜주지 못한 밤을 탓하겠습니다.

 

쓸데없는 만남도 되짚기 싫은 고통도 결국 나를 구성했다면

나의 일부로서 사랑하려 합니다. 쓰다듬기엔 너무 가까이 있어온 나,

그런 나의 질료임을.

 


댓글과 공유는 글쓰기를 지속할 큰 힘이 됩니다 :)

널리 널리 알려주시고, 하고 싶은 말도 전해주세요.

 


 

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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