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고백을 해야겠다. 나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초등학생 때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써야 할 때는 인터넷에서 찾은 줄거리를 보고 썼을 정도니까. 그러다 운이 좋게도 성인이 되어 친구가 만든 독서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다. 덕분에 책을 읽는 재미를 알 수 있었고, 멤버들이 돌아가며 책을 골랐기 때문에 독서 편식을 피할 수 있었다. 경제 서적, 과학 서적, 자기 계발 서적, 소설 등 다양하게 읽었다. 하지만 그 모임을 진행하는 몇 년 동안 에세이는 읽은 적이 없었다. 아마도 대학생들로 구성된 모임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 들이나, 궁금한 분야의 지식을 채워줄 만한 책들을 선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읽은 에세이는 대부분 내가 직접 고른 책이었다. 에세이를 고르는 기준을 따로 세워 두지는 않았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책보다 작가를 먼저 알았다는 것이다. 작가가 궁금해졌고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그들이 쓴 책을 읽었다. 그렇게 읽다 보니 에세이가 가진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 작가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보게 해주는, 일종의 필터 같았다.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 쓴 책을 볼 때는 세상을 따듯하게 볼 수 있었고, 담백한 사람이 쓴 책을 볼 때는 세상을 유연하게 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에세이를 세상에 내놓을 것이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은 어떤 필터를 갖게 될지 궁금하다.
* 231103 신동딸이 집에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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