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터레스트에 Aesthetic 이라고 검색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여러가지 사진이 뜰 겁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이 단어가 다소 생소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Aesthetic은 구글 선생님의 해석을 따르면, "미적인" 이라는 뜻의 형용사입니다.
제가 메일을 읽어보시는 분들을 위해, 직접 검색을 해봤는데 검색하면 신기한 사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에서 사용하는 스톡 사진과도 다릅니다. 이런 사진들은 어떤 용도로 찍혔다... 라기보다는, 사람의 마음과 본능에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트위터(지금은 X), 인스타그램 프로필 등 상당히 많이 쓰이는 류의 사진들입니다. 많이 쓴다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겠지요.
제가 이 Aesthetic을 메일에서 언급한 이유는, 오늘의 키워드인 '감도' 와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민감하다는 전제가 성립하려면 어떠한 자극이 필요하겠죠. 레터의 제목을 보면 콘텐츠 업계에서의 감도라고 지었는데요, 이 감도는 어떤 자극에 민감하다는 것일까요.
저는 오늘 다루는 감도의 뜻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겠습니다. "짜치는 것과, 시장에 내보내면 반응을 얻는 것을 본능적으로 구분하는 것"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시장의 관심을 얻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우린 어떤 자극을 대중한테 주는 시도를 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이 콘텐츠가 진부하거나, 짜치거나,... 또는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움을 느낄 겁니다.
(짜친다(동어 : 허접하다)는 단어 자체가 감도가 낮다고 생각하지만... 이 단어만큼 의도를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없네요ㅋㅋㅋ)
주제가 케이스 스터디도 아니고, 생소한 주제에 저의 의견을 마구마구 섞었으니 레터에 의견을 주셔도 좋고, 피드백도 언제든 환영이에요.
당연히 모든 브랜드들이 감도가 높아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새로 시작하는 분들이나, 시장에 침투하는 분들이라면 대기업들이나 자본이 많은 브랜드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많이 벅찰 겁니다. 콘텐츠의 바다는 너무나 광활하고 넓습니다.
시작할까요?
감도 높은 콘텐츠들은 어떤 메커니즘을 가질까?
맛집으로 불리는 집들은, 사람들을 맛으로만 끌어들이지 않습니다. 그 콘텐츠에 맞는 이미지를 풍기기 마련입니다. 경복궁역이나 종로 근처의 한식 삼계탕 맛집이면 한옥 인테리어가 곁들여져 있고요, 인스타에 올라올만한 카페의 인테리어도 화이트톤 또는 비비드 색감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무얼 팔고 사든, 소비자들은 그 콘텐츠에 맞게 기대하는 퀄리티가 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것에 부응하느냐, 떨어지느냐가 가치의 첫 번째 이미지를 결정할 겁니다.
잘 나가는 패션, 화장품, 식품 브랜드들의 인스타그램이나 홍보를 보면 감도 높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에 많은 애를 씁니다. 감도 높은 이미지들은 본능과 연관이 있습니다. 본능은 논리의 틈을 주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여러분의 무의식을 파고들어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 중에서 몇 가지 감도 높다고 생각하는 (물론 지극히 제 취향과 관련된) 것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유튜브 채널은 코딩애플, 머니그라피(토스), 두공탁, 네고막을책임져도될까
브랜드는 마켓컬리, 29CM, 데스커, 무브먼트랩, 헉슬리를 꼽아봅니다. (레터나 DM으로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감도 높은 브랜드도 이야기해주세요. 저도 여러분만의 디깅브랜드를 듣고 싶습니다...!) 아이돌로는 레드벨벳, KISS OF LIFE 를 꼽아보고 싶네요.
모든 브랜드들을 나열할 수 없기에, 세 가지 정도의 요소를 뽑아서 감도 높은 콘텐츠들은 어떤 요소를 가지는지 구분하겠습니다.
(1) 시장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에 대해 철옹성같이 공고함 (굳고 튼튼함)
(2) 이용자들에게 높은 퀄리티를 지속적으로 기대하게 함
(3) 장르의 본질에 충실한 것을 넘어서 다른 것을 시도하고 있음
(1) 자신들의 고유함에 대해서 매우 단단하다는 것은 자신들만의 바운더리를 만들고, 선을 긋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저기 이미지가 섞여들어와 잡탕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자신들만의 바운더리를 만들고, 바운더리의 색채를 정확히 드러냅니다. 그들만의 생각하는 "선" 을 만들고, 그 선을 일관적인 스타일로 채워나갑니다. 그것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이지요. 가령 29CM 편집샵은 명품 판매점처럼 단순히 가격대가 높은 것들을 취급하는 명품 직구 플랫폼과는 정확하게 구분됩니다. 29CM는 자신들의 이미지, 카피, UI를 곁들이고요. 입점이 가능한 브랜드와 아닌 브랜드를 규격대로 구분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들의 MD들에게는 더욱 높은 수준과 감도가 필요하겠지요. 팀 내에 포토그래퍼를 따로 두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얘기하다보니 '수준' 이라는 키워드가 잘 어울리네요.
(2) 높은 퀄리티는 어디서 나올까요? 여러분은 무엇을 보고 "이거 멋있다, 이거 좀 감각적이다" 라고 느끼시나요?
기본적으로 높은 퀄리티는 업계들의 규칙이 있습니다. 배치는 이렇게, 꾸미는 건 저렇게, 교보문고나 전자책, 유튜브만 봐도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하지만 모든 것이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뛰노는 것은 아닙니다. 위 질문을 스스로 꼬리를 물어 생각하다보면, 논리적으로 1, 2, 3번 문단을 나누어 설명하기가 다소 어렵다는 걸 알게 됩니다. 비율이 맞지 않아도, 색감이 어딘가 이상해도 있어보이게 느끼는 것들은 직감과 본능이 해석하는 영역이 존재하고, 트렌드나 무의식도 영향을 미칩니다. 언어화가 힘들다고 자책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언어화는 내가 원리를 파악한 뒤에야, 이 현상이 익숙해지고 난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니까요.
끊임없는 스터디, 수집, 그리고 퀄리티가 높은 콘텐츠들에 지속적으로 나를 노출시켜보는 것이 필요해요. 꼭 저장할 필요는 없고요, 그냥 수준 높은 것들로 내 피드를 채워보는 겁니다. 양질의 콘텐츠들만을 찾아다녀보는 거예요. 틱톡과 릴스 말고 유튜브에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의 해외 채널들도 찾아보고요.
물론 이런 진부한 방식이 전부는 아닙니다. 레퍼런스를 많이 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본 말들이니까요. 이 감도를 정확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한데요.
내가 마음에 드는 브랜드들을 고르고, 전체를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부분, 또는 지엽적인 부분, 있어보이는 부분 등 인상깊은 파트를 골라서 내 식대로 해석하고 카피하거나,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구현해보는 겁니다. 콘텐츠는 정답이 없습니다. 내 식대로 해석하는 것은 나만의 논리, 나만의 바운더리를 만드는 과정이기에 혹여나 틀릴까 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단계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과 거리가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고 공통점이 있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케아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혹시 마켓비라는 브랜드를 들어보셨을까요? 아마 처음 들어본 브랜드일수도 있고, 알고는 있지만 이케아의 스웨덴 감성과 국내기업 마켓비 감성은 뭔가 달라!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데스커를 좋아하는 사람은 두닷이라는 대체재를 제시했을 때 사용할까요? 아니면 위더스나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까요? 특히 인테리어는 감도 영역이 꽤나 깊이 개입하기에, 정말 쿠팡 가성비로 마련하는 게 아니라면 한번쯤 해볼만한 생각입니다.
이렇게 비슷한 품목을 취급하는 브랜드들을 대조해보는 것도 꽤 재밌는 디깅이 될 겁니다. 어디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나는지 확실하게 알 수가 있거든요.
- 가성비거나
-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에 끌림을 느끼거나
- 이걸 사용하는 내 정체성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마음의 방향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3) 장르를 넘는 도전은 개인의 단계에서는 "지루한 소재 + 다른 접근 방식" 을 주로 차용합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앞에서 이야기한 업계들의 규칙, 그러니까 "깊이" 와 "전문성" 이 이미 선행이 되어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겁니다. 변주는 기본에 충실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소비자들은 익숙한 소재에 익숙한 형식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 틀을 깨부수는 콘텐츠를 만나는 순간... "여긴 뭐하는 곳이지?" 그들의 생각에 비집고 들어갈 작은 틈을 만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모티베이션을 얻을 때, 같은 카테고리의 영상은 업계 현황을 참고할 때만 소비하고요, 기획이나 편집 작업을 하는 쪽에서는 많이 참고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요리를 만드는 콘텐츠를 작업해야한다면, 레퍼런스를 수집할 때 백종원의 요리비책이나 요리 유튜버들의 영상은 100개 중 10개 정도로만 시청하고, 나머지 90개를 다른 카테고리로 채우지 요리 유튜버로 채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카테고리는 보다보면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템을 복제하게 되기 때문이죠. 10개는 소비자들이 익숙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오히려 저는 다른 카테고리들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영화를 해설하는 유튜브도 좋고, 게임 스토리 설명이나 리뷰도 좋고, 애니메이션, 인테리어나 박물관, 매거진, 음악 앨범 커버 등 표현 방식을 다르게 하는 카테고리를 접목해보는 것이 기획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형식을 리서치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조회수가 나오는 콘텐츠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도 다시 변주를 줘서, 내가 게임 유튜버를 하고 있다면 자기계발 해외 유튜브나 코딩 해외 유튜브, 교육 유튜브 같은 것을 찾아보는 겁니다. 아, 아예 범위를 벗어나 릴스나, 넷플릭스 다큐를 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최근에 저는 넷플릭스의 <익스플레인> 시리즈를 재밌게 시청했습니다. 콘텐츠가 퀄리티가 참 좋더군요.)
핵심은 카피캣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겁니다. A를 복제한 A(1) A(2) 가 아니라, B와 C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앞에서 예시를 들었던 레드벨벳을 떠올려보면, 뮤직비디오나 가사는 영어가 섞여들어갔지만 앨범 커버의 디자인은 동양식입니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실까요? 저는 이런 디테일이 정말 좋더라구요. 덕후의 마음을 환장하게 하는 너무 즐거운 포인트입니다.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감도는 어떤가요?
Why라는 기획은 How라는 방법론과 실무가 없으면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습니다. 기획은 실행이 없다면 잘게 쪼개져 어딘가 날아다니는 민들레 홀씨일 뿐입니다. 그 홀씨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 꽃을 피우려면 어딘가에 눌러앉아 싹을 틔워야 합니다.
감도를 높이는 방법을 루틴으로 만드시는 순간부터 분명히 아웃풋이 달라질 거예요. 그러려면 인풋이 필요하겠죠. 인풋이 오늘 레터가 되어도 좋고, 여러분들이 소비하고 있는 물건, 콘텐츠, 또는 내가 아끼는 것들이나 루틴일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들만의 감도를 높이는 방법을 레터로 알려주시면, 꼼꼼히 읽어보겠습니다.
저는 오늘의 레터를 쓰면서도 큰 인풋이 되었어요. 오늘 레터가 어땠는지도 알려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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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만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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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츠의 딴따라레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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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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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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