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review | 갑자기 분위기 폴란드 팝?!

이달 말부터 플로의 오리지널 콘텐츠 <지금 당신의 음악 박선영입니다>에 출연합니다. 한 달에 한 번인데요, 주제는 '낯설고 재미있는 음악들'입니다. 낯설고 재밌는 음악이라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그냥 영어와 한국어가 아닌 음악을 틉니다. (사실은 그저 '제3세계 음악'이란 말을 쓰기 싫었어요 ㅎ)

첫 주제는 '지금 여기의 폴란드 팝'. 

왜 갑자기 폴란드냐고요? 의외로 폴란드는 한국과 가깝습니다. 비슷한 점이 많아요. 일단 만두 같은 요리를 좋아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이기도 하고요(한국은 2390시간/1년, 폴란드는 1984시간/1년: 2004년 기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도 했고 둘 다 휴대폰 보급율이 매우 높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케이팝을 좋아해요. BTS가 빌보드 차트를 휩쓸기 전부터요. 2011년에는 <케이팝 경연대회>가 열리면서 이미 케이팝 팬덤이 가시화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좋은 것만 닮은 건 아닙니다. 폴란드는 매우 보수적인 사회인데요,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21세기와 반대로 가는 인상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카톨릭 기반의 보수정권이 들어서며 여성과 성소수자들에 대해 매우 차별적인 정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폴란드 팝의 정서가 어딘지 우리랑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바람에 한동안 폴란드 팝을 디깅했어요. <지금 당신의 음악 박선영입니다>에서 그 중 몇 곡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방송에서 소개하지 못한 곡들도 같이 공유해봅니다. 

폴란드의 뉴웨이브, 사나(Sanah)

첫 싱어송라이터는 사나(Sanah)인데요, 2020년 데뷔와 동시에 폴란드 차트를 휩쓴 인물입니다. 본명은 주잔나 이레나 주르차크(Zuzanna Irena Jurczak), 1997년생(24세)이고, 2019년에 바이올린 전공으로 쇼팽 음악대학을 졸업했습니다. 'Sanah"라는 활동명은 본명의 영어발음인 '수잔나'를 줄여서 만들었다고 해요. 발음하기 쉽죠.

2020년의 데뷔 앨범 <Królowa dram>은 폴란드 차트 1위와 함께 폴란드에서 가장 빨리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앨범이기도 합니다. 사실 발표하는 곡마다 폴란드 라디오 차트, 스포티파이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어요. "Królowa dram"은 '드라마 퀸'이란 뜻입니다.

2021년에는 2집 <Irenka>를 발표했는데, 이 앨범도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네요. 본명을 제목에 넣으면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ten Stan(텐 스탄: 이대로)"은 메가 히트한 싱글이고, "Kolońska I Szlugi(콜로니스카와 슬루기)"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화제가 되고 있어요. 실제 연인과 출연했거든요.

사나의 특징은 기존의 폴란드 스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점인데요, 핵심은 유튜브입니다. 사실 기존의 폴란드 스타들은 <보이스 오브 폴란드>, <폴란드 갓 탤런트> 같은 TV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하거나 인기를 얻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사나는 2014년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커버송과 오리지널 곡을 올리며 인기를 얻었어요. 그야말로 폴란드 팝의 현재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식 데뷔 후에는 이전의 콘텐츠는 모두 삭제했네요. 

가장 핫한 래퍼, 소벨(Sobel)

그리고 소벨(Sobel)이란 래퍼가 있습니다. 1999년생으로 21살의 아티스트인데요, 올해 초에 발표한 "Fiołkowe pole(바이올렛 필드)"는 2021년 상반기에 거의 모든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소벨의 최고 히트곡이기도 합니다. 2019년에 데뷔해서 2020년과 2021년에 연속 히트하면서 온갖 상을 휩쓸다시피 했습니다. 전통적인(?) 랩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점점 멜로딕해지는 최근 트랜드가 반영된 곡이기도 해요.

사나와 소벨이 함께 부른 노래도 폴란드에서 매우 인기입니다. 바로 이 곡인데요, 'Cześć, jak się masz?'는 '안녕, 잘 지내니?'란 뜻이네요. 11월 기준으로 현재 폴란드 차트 1~2위를 왔다갔다 하는 히트곡입니다.  

3. 댄스 플로어의 스타, 마가렛(Margaret)

1991년 생 싱어송라이터 마가렛은 2020년부터 인디레이블인 가자 혼비 레코드를 설립하고 활동 중인 폴란드 댄스 팝의 스타입니다. 2013년에 EP <All I Need>로 데뷔했는데, 이 싱글은 2013년 폴란드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곡으로 기록되었어요. 덕분에 2013년에 '발트 송 페스티벌'에 폴란드 대표로 출전해 2위를 차지하기도 했고요. 2014년에는 1집 <Add the Blonde>를 발표하고 폴란드 음원 종합 차트 8위,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네요.

2019년에 정규 3집 <Gaja Hornby>를 발표하고, 2020년에 바로 이 이름을 딴 자신의 레이블 '가자 혼비'를 설립했어요. 요즘 유행(?)인 '앙트프레너 아티스트'의 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현재 폴란드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하나로 히트하고 있어요.

4. 폴란드의 슈퍼밴드, 메스키에 그라니아 오케스트라(Męskie Granie Orkiestra)

메스키에 그라니아 오케스트라는 폴란드 라디오 뮤직 에이전시가 프로듀싱하는 프로젝트 그룹인데요, 매년 멤버들이 바뀝니다. 그래서 뒤에 활동 연도가 붙어요. 2019, 2020, 2021.. 이런 식이죠. 

폴란드 라디오 뮤직 에이전시는 폴란드 공영 라디오가 소유한 레이블로 199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라디오 방송국이 소유한 레이블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카카오M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2010년부터 가장 인기 많은 아티스트들로 프로젝트 팀을 결성해 앨범을 발표하고, 유럽 투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 시리즈의 앨범 중 7개는 폴란드에서 플래티넘, 더블 플래티넘(2개), 트리플 플래티넘(1개)을 기록했어요.

2021년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3명인데요, 다리아 자비아워프(Daria Zawiałow), 다비드 포드시아드워(Dawid Podsiadło), 비토 밤비노(Vito Bambino)에요. 셋 모두 폴란드에서 가장 대중적인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다리아 자비아워프는 1992년생의 싱어송라이터로, 라디오 디제이와 음악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2011년 <폴란드 갓 탤런트>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2013년과 14년에 <엑스팩터 폴란드>에 다시 출연하며 스타성을 증명했어요. 정식 데뷔는 2017년이었고요.

다비드 포드시아드워는 1993년생으로 2012년 <엑스팩터 폴란드> 시즌2의 우승자에요. 2013년 데뷔 앨범부터 2018년 3집까지 총 60만 장 이상의 히트를 기록한 싱어송라이터고요. 

비토 밤비노는 폴란드 음악계의 거물입니다. 거의 매년 멤버로 활동하고 있어요. 1988년생으로 배우 겸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이기도 해요. 독일/폴란드 이중 국적자로서 동구권에서 유명한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에요.

이들의 "I Ciebie teú, bardzo"는 시종일관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극하는 미드템포의 신스 팝 넘버로 요즘 날씨에 무척 잘 어울립니다. 

5. 폴란드 Z세대의 팝 스타, 마리(Marie)

마리는 1999년 생으로 본명은 쥴리타 마리아 쿠시(Julita Maria Kusy)인데요, 2018년 대학에 입학해 정치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어요. 폴란드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2016년 유튜브에 첫 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고, 2017년에 사운드클라우드도 시작했어요. 2020년 초부터 '마리'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스포티파이에서 '폴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이자 싱글'로 언급됩니다. 홈페이지에 자기 곡을 소재로 단편 소설도 발표하고 있어요. 

"Zero Calorie Cookie"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300만 회 이상 플레이되면서 폴란드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뮤직비디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6. 주목받는 신예, 브라이스카(bryska)

드디어 2000년대 생의 싱어송라이터에요. ㅎ 브라이스카는 2001년 생으로 올해 4월에 데뷔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습니다. "lato(여름)"란 곡의 리믹스 버전이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 막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소 염세적인 음색과 폴란드 전통 음계를 갖고 노는 스타일로 개성적인 음악을 들려주는데 언뜻 라나 델 레이가 스치기도 하네요.

아직은 많은 정보가 없지만 일단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에 반복해서 언급되고, 유니크한 팬들이 생기는 중인 것 같아요. 원곡도 들어보시죠.

아래 곡은 11월 12일에 발매된 최신 곡입니다. 구글 번역기가 "네온 인형"이란 뜻이라고 알려줍니다. 요즘 젊은이답게 자신감 넘치고 과거지향적이면서도 개성있네요.

넵, 오늘은 여기까지.

폴란드 팝 의외로 매력있지 않나요. ㅎㅎ 진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던 곳이었는데 조금 찾아보니 요즘 트랜드와 만나는 지점도 있고, 실제 음악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구조도 궁금해지고 그렇더군요.  

다음에 또 낯설고 재미있는 음악들을 준비해보겠습니다. 말 많고 고독한, 아니 사실은 고독해서 말만 많아진 디제이였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__________
팬덤을 모으고 늘리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엔터 기업들의 전략과 고민이 궁금하다면?

내일의 음악 산업 ©TMI.FM | Linke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