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애플은 새로운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도 새롭다고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드는 발표였네요. 새로운 것이 없다면서도 애플의 제품 발표를 기다리고, 그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는 제 자신이 무척 모순적인 존재임을 매번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제품들은 저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많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이내믹 아일랜드 (Dynamic Island)라는 유저 인터페이스는 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 이런 것이 디자인이라는 것이지!”라며 잊고 있던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애플, 지루했지만 작은 디자인 하나 때문에 용서해준다.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제품은 애플 워치, 에어 팟 프로(무선 이어폰), 아이폰 14 라인업이었습니다. 바로 직전 세대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번 새 제품을 구입할 이유는 별로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면 더 그럴 것 같습니다. 기존 제품들의 성능으로도 불편함이 전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새 제품의 모습이 많이 바뀐 것도 아닙니다. 새 물건을 구매했다는 기분도 없을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신제품 판매량은 언제나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제가 보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단 한 가지 이번 발표에서 제 눈에 띈 것이 있다면 소소한 유저 인터페이스의 변화였습니다. 아이폰 14 프로에서 적용된 다이내믹 아일랜드라고 명명된 인터페이스 디자인이죠.
애플의 디자인은 그 시작부터 언제나 최고라는 평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실망스럽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그런 비난을 받았던 디자인들 조차 애플은 업계 표준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죠. 콩나물이라고 비아냥되었던 에어 팟 무선 이어폰의 디자인은 이제 무선 이어폰 디자인의 바이블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극대화시키고 물리적인 버튼을 없애기 위해 내놓았던 디자인이 있죠. "노치"라고 불리는 디자인은 M자 탈모라는 둥 비웃음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에서 노치라는 디자인은 당당히 그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위상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화면으로 가득 찬 스마트폰에 전면 카메라와 각종 센서들을 어떻게 위치시킬지가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숙제이죠. 삼성은 화면 밑에 카메라는 숨기는 UDC(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어설픈 기술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애플은 어떻게 이 난관에 대처했을까요?
애플은 하드웨어의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 같습니다. 그들은 디자인이라는 무기를 오랜만에 뽑아 들었습니다. 보기 흉한 카메라와 각종 센서들의 구멍을 알림과 정보제공, 그리고 실행되는 앱들의 인터페이스 등으로 활용되게 했습니다. 물론 전체 화면으로 영상을 본다던가, 게임을 한다면 여전히 눈에 거슬리죠. 그렇지만 정체되어 있던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새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여전히 애플의 장사꾼 같은 면모는 우리를 실망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다이내믹 아일랜드 디자인은 아이폰의 비싼 프로 라인업에만 적용되었을 뿐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인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제가 만약에 아이폰을 산다면 아이폰 14 프로도 아니고, 조금 더 저렴한 그냥 아이폰 14도 아닙니다. 저의 결정은 아이폰 SE가 될 것입니다. 가장 싼 아이폰이거든요. 그래도 소프트웨어는 거의 동등하게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던 장본인이 스마트폰입니다. 그런데 벌써 그 혁신의 정점에 거의 다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체되어있는 그곳에 필요한 것은 역시 디자인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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