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의 치킨 게임과 지금 이야기하려는 치킨 이야기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가 되었건 어리석은 게임을 한다는 상황은 공통점으로 보입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최고 3만 원대가 되면서 외식 업계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대형 마트들은 저렴한 치킨을 경쟁적으로 출시를 하고 있는 상황이죠. 치킨을 둘러싼 진짜 치킨 게임은 어떻게 될는지..
치킨 게임
예전에도 한 대형 마트에서 치킨을 저렴하게 내놓았다가 치킨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서 몇 주 만에 철회했었다고 합니다. 그 저렴이 마트 치킨은 기억이 나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었다는 사실은 몰랐네요.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 보입니다. 그 당시 저렴한 마트 치킨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을 겁니다. 그 당시 치킨값에 대해 소비자들은 감수할 만한 수준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아직 가격 저항선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닭을 튀기는 치킨가게 사장님들에 대한 동정이 더 컸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때 그 마트 치킨이 맛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 보입니다. 한 마트에서 시작된 저렴한 치킨 출시는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형 마트로 번져서 오히려 가격 파괴 치킨 출시 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응원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닭튀김, 즉 치킨이란 음식에 3만 원이란 가격대는 소비자들 마음에 가격 저항선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1만 9천 원대도 부담이 많이 되었는데.. 3만 원대에 드디어 여론 형성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긴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진짜 화가 난 이유는 간단하게 치킨값이 3만 원이 되었다가 아니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의 영업 이익률이 30%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간단하게 말해서 폭리가 아니고서는 달성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팬데믹을 지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주식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재무제표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장착하게 된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계산하게 되었고, 회사의 규모에 따라 이익률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죠.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의 30%의 영업 이익이 말해주는 의미에 소비자는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폭리에도 모자라 3만 원으로 치킨 값을 올리다니요!
자본주의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판매자의 마음대로입니다. 터무니없이 비싸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고 판매자는 망할 겁니다. 그리고 적정선의 가격을 가진 똑같은 제품이 나오게 되죠. 그렇게 시장은 스스로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갑니다. 영업이익률만 보고 폭리를 말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30% 영업이익률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든 지금, 경영자라면 욕을 먹어도 가격을 올려야만 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서민 음식이라는 떡볶이도, 김밥도 무섭게 가격이 오르고 있고, 평양냉면의 가격은 합리적인가?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의 치킨 게임이 이제 시작될 수도 있겠네요. 소비자들은 비싼 치킨을 불매하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은 엄청난 자금으로 판매 감소를 버티면서 가격 정책을 유지할 겁니다. (가격을 내릴 수도 있지만 얼마나 내리겠습니까? 여론 무마용이겠지요.) 서로 양보하지 않고 극단으로 치닫는 치킨 게임 그 자체입니다. 지금까지는 슬프게도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가 이겨 왔던 것 같습니다. 2022년은 어떨까요?
어쩌면 이런 격변기에 치킨 시장의 히어로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30%의 이익률을 10%로 낮추면서 가격을 내리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여론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브랜드가 한순간에 치킨판을 평정할지도 모릅니다. 매우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정신이 치킨시장에 발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모든 철옹성은 무너지고 새로운 성이 세워지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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