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는 더 이상 극장 안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젠지 세대는 스크린을 나와서도 계속 영화를 플레이합니다.
공포도 콘텐츠다

4월에 개봉한 〈살목지〉가 159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공포영화는 여름'이라는 공식이 깨진 셈인데, 숫자보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어떻게 소비됐느냐입니다. (☞관련 칼럼 읽기)
흥행의 중심에는 젠지(Gen Z,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있습니다. CGV 예매 데이터 기준 20대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10대 관객 비율도 10.7%로 지난해 공포 흥행작 〈노이즈〉의 10대 비율 6.9%를 웃돌았습니다. 3인 이상 단체 관람률도 13.8%로 눈에 띄게 높습니다. 이들은 무서운 영화를 혼자 숨죽이며 보지 않습니다. 함께 가서, 함께 반응하고, 그 반응을 기록해 올립니다. 스마트워치 '심박수 높음' 알림 캡처와 팝콘을 흘린 현장 사진을 감상평 대신 올리며 생리적 공포를 인증하는 게 그 예죠.
이른바 공포라는 감정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입니다. 무섭다는 사실 자체보다, 내가 이만큼 무서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이죠. 여기에 "사주에 수 기운이 부족한 사람에게 운이 트이는 영화"라는 기상천외한 해석이 밈으로 번졌고, 무섭지 않았다고 허세 부리는 쪽을 '가짜 광기', 실제 저수지로 자정에 차를 모는 쪽을 '진짜 광기'라 부르며 서로를 부추기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창작자가 설계한 공포가 관객의 손에서 완전히 다른 서브컬처 코미디로 재조립된 것입니다.
이런 소비 방식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이게 〈살목지〉에서 처음 시작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파묘〉 개봉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인공 얼굴에 한자를 합성하거나, '파묘'의 '묘(墓)'를 고양이 '묘(猫)'로 응용한 사진들이 SNS를 뒤덮었습니다. (☞관련 기사 읽기)1191만 관객을 이끈 힘 중 상당 부분은 영화 자체가 아니라 관객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 문화였습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엔 그 에너지가 온라인 밖으로 흘러넘쳤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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