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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50년이면 무려 7,50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아직 시장 초입기이기에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2. 하지만, 테슬라는 이미 휴머노이드 사업과 유사한 게임에서 한번 우승한, 오징어게임의 456번 같은 존재입니다.
3. 자율주행 자동차나 휴머노이드 모두 본질은 "Embodied AI (몸체화된 AI)"입니다. 단지 바퀴와 핸들로 움직이냐 팔 다리로 움직이냐하는 제어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4. 테슬라가 자율주행에서 증명한 Embodied AI 사업의 승리 공식은, "대규모 Fleet을 기반으로 한 Data Engine을 구축하는 것"인데요.
1) 대규모 하드웨어 Fleet을 구축한다.
2) Fleet을 통해 대규모의 학습용 데이터를 수집한다.
3) 데이터를 통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를 다시 Fleet에 배포한다.
4) Fleet 규모를 확대하며, 위의 데이터 수집 - 학습 - 배포의 과정을 반복한다.
5. 쉽게 말하면, 최대한 많은 물리 세계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에 학습시켜, AI가 스스로 올바른 운전 방식을 습득하게 만드는 겁니다.
6. 휴머노이드 역시, 자동차보다 훨씬 더 복잡한 세계에서 작동해야 하는 만큼, Rule-based가 아닌 위와 같은 End-to-end 방식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고요. 차이가 있다면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일 겁니다.
7. 때문에,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도 테슬라와 같이 제대로 된 Data Engine을 구축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8. 다만 이 Data Engine의 맹점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앞서 1번으로 언급했던, "대규모 하드웨어 Fleet"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9. 그럼 대규모 하드웨어 Fleet을 깔기 위해서는 뭐가 중요할까요?
10. 어차피 테슬라든 경쟁사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아직 양산 초기인만큼 휴머노이드의 "지능"은 아마 비슷할 겁니다. 명확하게 다른 하나가 있다면, "가격"입니다.
11. 수백만 대 규모의 하드웨어 Fleet을 깔기 첫번째 조건으로는, 양산 초기부터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12. 휴머노이드의 본질적인 존재 가치는 (Demo 영상에서와 같이) 춤이나 무술 동작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서 여기에 드는 인건비와 수고를 아껴주는 것이죠.
13. 비록 그 용도가 단순 PoC (Proof-of-concept) 목적일지라도, 인간보다 저렴한 몸값으로 인건비 감축 효과가 보장된 휴머노이드가 있다면, 시장의 선택은 여기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14. 테슬라가 설계 시점부터 "3만 달러 수준의" 양산에 최적화된 휴머노이드를 만들겠다고 일찍부터 발표했던 이유입니다. 모델 3, Y와 같은 초기 하드웨어 Fleet을 구축하는데 있어 필수 조건인 겁니다.
15. 과거 2020, 2021년 전기차 Boom이 일었을 때, 누구든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프로토타입만 발표해도 기업 가치 수십, 수백조원을 인정받았던 시절이 있었죠.
16.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비싼 가격 (혹은 억지로 낮춘 가격으로 인한 낮은 수익) 때문에 처음 약속했던 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그 결과 기업 가치는 1/10, 1/20 토막 난 상황입니다.
17. 앞으로의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도 아마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18. 인간보다 비싼 1억, 2억짜리 휴머노이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 것이고, 결국 제대로 된 Data Engine 구축이 어려워질 겁니다.
19.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Fleet의 초기 보급을 위한 두번째 조건은, "미래 대비형 설계 (Future-proof)"입니다. 내일의 기술을 쓰기 위해, 오늘의 기계를 바꿀 필요가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20. 많은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제어가 어렵다"는 이유로 지금 당장 혹은 근미래에 AI가 할 수 있는 일에 맞게 휴머노이드의 신체를 간소화하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21. 특히 휴머노이드의 병목으로 꼽히는 Dexterity, 손동작 기술에서 다섯 손가락 대신 세 개, 네 개 손가락을 활용하는 타협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22. 하지만 AI가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면서 다섯 손가락, 두 다리 제어가 원활하게 가능한 AI가 나올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기존의 간소화된 신체의 휴머노이드의 가치는 빠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3. 완전히 인간의 형태를 갖춘 다섯 손가락 휴머노이드와 비교하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와 완성도가 뒤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섯 손가락 로봇과 제어 알고리즘이 다르니, 최신 다섯 손가락 로봇 SW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것도 불가할 겁니다)
24. 때문에 휴머노이드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AI의 빠른 발전을 염두에 두고 양산 초기 모델부터 "오버 스펙"으로 설계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5. 당장은 수행 가능한 동작이 제한적일지 몰라도, 미래에 AI가 고도화됐을 때 이를 OTA로 내려 받아 구형 휴머노이드도 최신 휴머노이드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26. 마치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이 없던 시절부터 모든 자동차를 SDV로 설계하고 자율주행용 Chip을 탑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27. 물론 다섯 손가락 설계는 비용도 더 높을테니, 이미 어느 정도의 높은 원가 경쟁력을 구현한 업체들만의 호화로운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8. 결론적으로 테슬라는 이미 유사한 게임에서 우승해본 전력이 있고 그 승리 공식을 알고 있기에,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있습니다.
29. 다만 "유일한 승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투자자 관점에서도, "누가 테슬라의 승리 공식을 제대로 모방하느냐"가 이 시장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7,500조원짜리 시장의 승자가 될까?
앞으로 10년, 20년 뒤면 휴머노이드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고들 말하죠.
모건스탠리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우리 사회에는 약 10억 대의 휴머노이드가 배치될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전세계에 돌아다니는 자동차가 약 17억 대이니,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매 가정마다 휴머노이드 1대씩은 흔히들 보유하고 있는 시대가 곧 온다는 겁니다.
시장 규모 역시 2050년 무려 5조 달러, 약 7,500조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도 하는데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 시장의 초입에 서 있기에, 이렇게 거대한 시장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감을 잡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미국의 Figure AI나 Agility Robotics, 중국의 유니트리, UBTech 같은 휴머노이드 전문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 휴머노이드의 최대 고객이 될 수 있는 샤오펑, 도요타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습니다.
전자 제품 시장의 전통 강자인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기업들도 이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고요.
뒤쳐진 줄 알았던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5~10년간, 이렇게 기존 산업의 강자들과 신규 진입자들이 시장의 승자 자리를 두고, 오징어게임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테슬라는 이미 이 게임을 해봤어요!"
사실 오징어게임에 두 번 참가한 성기훈처럼, 이 게임에서 이미 우승을 경험한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바로 테슬라죠.
자율주행 자동차나 휴머노이드나 둘 다 본질은 "Embodied AI (몸체화된 AI)"입니다.
단지 바퀴와 핸들로 움직이냐 팔 다리로 움직이냐하는 제어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리고 테슬라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경쟁에서 이미 승리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한 때 자율주행 개발 경쟁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GM, 포드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개발을 포기했거나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졌고, 유망주로 주목 받던 스타트업들은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반면 웨이모와 테슬라 두 업체는 수백 대 규모의 자율주행 Fleet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고, 그 규모를 급속도록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연간 200만대 규모의 생산을 목표로 자율주행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의 대규모 양산까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자율주행 시장이 웨이모와 테슬라 두 업체의 양강 구도로 완전히 굳어지는 것 아닐까하는 예측까지 조심스레 해볼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는데요.
얼마 전 1월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은 이미 해결된 문제 (Solved Problem)이다"라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사실상의 승리 선언을 내놓습니다.
그럼 테슬라가 직접 보여준 Embodied AI 시장의 승리 공식은 뭘까요?
1. 대규모 하드웨어 Fleet을 구축한다.
2. Fleet을 통해 대규모의 학습용 데이터를 수집한다.
3. 데이터를 통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를 다시 Fleet에 배포한다.
4. Fleet 규모를 확대하며, 위의 데이터 수집 - 학습 - 배포의 과정을 반복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대규모 Fleet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엔진 (Data Engine)'을 구축하는 겁니다.
이 "데이터 엔진"의 운영 방식은 실제로 테슬라 AI Day 행사에서 아래와 같은 슬라이드로 설명되기고 했었는데요.

물리 세계의 변수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기존과 같은 규칙 기반의 코드로는 모든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AI를 만들기 힘듭니다.
때문에 테슬라가 택한 방식은, 최대한 많은 물리 세계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에 학습시켜, AI가 스스로 올바른 운전 방식을 습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도로 위에 뛰어드는 고라니를 자율주행차가 피하지 못한다면, 고라니를 피해 움직이는 인간 운전자의 동작 영상을 최대한 많이 수집해서 AI에 보여줌으로써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겁니다.
이렇게 고라니를 피할 줄 아는 AI를 다시 전세계에 돌아다니는 Fleet에 빠르게 배포해서 더 나은 성능의 자율주행 SW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요.
이러한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테슬라는 99%를 넘어서 99.9%, 99.99%, 99.999% 안전한 자율주행 AI로 점점 나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통할 거라 쉽게 믿지 못했던 소비자들도 직접 FSD를 경험하고 나서는 경탄을 금치 못하며, "테슬람"으로 계속해서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죠.
휴머노이드라고 크게 다를까요?
우리가 생활하는 물리 세계에는 도로 위보다 훨씬 더 많은 잠재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네 바퀴와 핸들이 아닌 두 팔 다리와 열 손가락을 섬세하게 컨트롤해야 하는 만큼,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을 고려한 조작이 필요할 것이고요.
일론 머스크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율주행차 대비 10배의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시장의 승리 공식 역시, 자율주행 자동차와 동일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일단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Fleet을 최대한 많이 배포합니다.
그리고 이 Fleet으로부터 다양한 환경의 실제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야 할 것이고요.
이를 활용해서 AI를 학습시키고 다시 배포하는 방식으로 점진적 성능 고도화가 필요합니다.
성능이 좋아졌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Fleet을 필요로 할 것이고, 이는 더 많은 데이터 수집으로 이어지면서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반복하면, 위와 같이 "대규모 Fleet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엔진 (Data Engine)을 누가 먼저 구축할 수 있느냐"가 휴머노이드 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입니다.
휴머노이드를 제대로 양산하고 있는 기업이 없는 극초기 시장인만큼, 지금 시장에는 이 시장과 관련한 너무나 많은 전망과 예측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로봇의 두뇌를 만드는 구글 같은 AI 기업들이 유리하다"
"현대차처럼 로봇 파운드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중요하다"
"중국 기업들처럼 싸게 만드는 기업들이 시장을 차지할 것이다" ...
하지만 우리는 자율주행 시장에서 이미 정답지를 봤습니다.
"테슬라만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승자들이 동시에 공존하며 경쟁을 이어나가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테슬라와 같이 제대로 된 데이터 엔진을 구축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관건은 하드웨어 Fleet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럼 어떤 기업들이 데이터 엔진을 구축할 수 있는데? 그냥 만들면 되는거 아니야?"
데이터 엔진의 가장 큰 맹점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앞서 1번으로 언급했던, "대규모 하드웨어 Fleet"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AI의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물리 세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대규모로 필요로 합니다.
99%가 아닌 99.999% 안전한 자율주행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다양한 사례의 엣지 케이스 (Edge Case)를 수집해야 합니다.

행인이 갑자기 도로에 난입한다든지, 앞서 달리던 차가 갑자기 고장난다든가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는 한 달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사례일지 몰라도, 실제 주행 중 1년에 한번이라도 맞닥뜨린다면 이는 치명적인 오작동,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사례는 말 그대로 "엣지 케이스"인만큼 드물게 발생하므로, 현실 세계에서 수집이 쉽지 않습니다.
적게는 수천, 수만 킬로미터, 많게는 수 억 킬로미터를 달려야 경험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으니까요.
테슬라의 경우, 2025년 12월 기준 약 70억 마일, 무려 112억 킬로미터에 달하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 중 테슬라 수준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물며 이렇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Fleet을 보유한 기업조차, 일부 중국 업체들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때문에 수백만 대의 대규모 Fleet과 이를 기반으로 수집된 실 주행 데이터가 테슬라의 가장 큰 "해자"이다라고들 평가하는데요.
휴머노이드에서는 이 Fleet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자율주행이야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니 테슬라처럼 수백만 대로도 충분히 작동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훨씬 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우리 일상 속에서 원활히 작동하기 위한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5배, 10배 이상의 규모가 필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 큰 규모의 휴머노이드 Fleet 군단을 빠르게 보급하는 기업들이, 데이터 엔진 구축에서 가장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휴머노이드가 잘 팔릴 겁니다
첫째는 "가격"입니다
그럼 다시 이런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Fleet을 잘 깔 수 있을까?"
모든 제품이 그렇듯, 사람들이 휴머노이드를 평가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겠죠.
인간 친화적인 디자인, 낮은 가격, 높은 수준의 AI 성능 등...
하지만 테슬라든 경쟁 업체이든 간에, 아직 휴머노이드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는 모든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작동 가능할 정도로 고도화된 상태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데이터 엔진을 제대로 구축한 업체가 아직 휴머노이드 시장에는 없으니까요.
때문에 양산 초기, 미국 기업이든 중국 기업이든 휴머노이드의 "지능"은 아마 비슷할 겁니다.
명확하게 다른 하나가 있다면, "가격"입니다.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갖가지 현란한 데모 영상으로 본질이 흐려졌지만, 휴머노이드의 본질적인 존재 가치는 춤추고 노래하는 쇼가 아닙니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서 여기에 드는 인건비와 수고를 아껴주는 것이죠.
때문에 시장 초기에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저렴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초기 휴머노이드"를 구매하는 기업들이 구입할 휴머노이드는 비교적 소수일 것이고, 아마 대규모 인건비 감축 효과보다는 PoC를 위해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PoC (Proof-of-concept)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아직 비싸지만 앞으로 저렴해지겠지"하는 기대를 하며 인간보다 2,3배 비싼 휴머노이드를 무작정 공장에 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양산 초기임에도 인간보다 저렴한 몸값으로 인건비 감축 효과가 보장된 휴머노이드가 있다면, 시장의 선택은 여기로 쏠릴 수밖에 없겠죠.
때문에 양산 초기부터 높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Fleet 보급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테슬라가 설계 시점부터 "3만 달러 수준의" 양산에 최적화된 휴머노이드를 만들겠다고 일찍부터 발표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보고, 조금 실망했습니다.
2026년 CES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과거보다 훨씬 더 개선된 성능과 디자인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CES에서 아틀라스의 시연을 보기 위해 긴 대기줄이 형성되기도 했고, 현대차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리포지셔닝되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실망스러운 것은 "2억원"이라는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휴머노이드가 아무리 잘 작동한다고 한들, 인간보다 인건비가 비싸다면 과연 널리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비록 현대차의 자회사라고는 하나,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완전히 따로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테슬라는 자동차와 로봇 간에 카메라, 배터리, 칩 등 대다수 부품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했죠.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렇게 현대차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아예 없거나, 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 양산이 2년 가량 남아 있고 2억원이라는 가격도 단순 예측치라고는 하나, 양산까지 이를 1/4, 1/5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출시하고 2세대, 3세대부터 원가를 낮춰나가자"는 계산이었겠지만, 양산 초기부터 4천만원 수준을 목표로 하는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이보다 낮은 가격을 목표하는 중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2020, 2021년에 있었던 "전기차 Boom"을 기억하시나요?
전기차가 주류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루었고, "전기차를 만들겠다"라고 발표만 하면 뜨거운 관심과 함께 수십, 수백조 규모의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그 전기차가 비싼지 저렴한지, 성능이 좋은지 안 좋은지와 아무 관계 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5, 6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 사업만으로 제대로 된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내는 기업은 아직까지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 때 수십 조원 가치를 인정받던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그들이 약속했던 판매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그 1/10은 커녕 1/20도 받지 못하고 있고요.

휴머노이드도 아마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비록 "아직 양산 초기라서 그렇다"라는 그럴듯한 핑계가 있다고 하지만,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Fleet 보급 경쟁에서 승리하기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는 "미래 대비형 설계"입니다.
한국어로 무엇이라 번역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양산 초기 Fleet 보급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두번째 조건은 "Future-proof"한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단어가 어려운데요. 쉽게 말하면, "미래 대비형 설계"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의 기술을 쓰기 위해, 오늘의 기계를 바꿀 필요가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의 휴머노이드 산업은 아직 극초기에 와있을 뿐입니다.
두 팔 다리와 열 손가락을 제어해 사람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매우 고도화된 수준의 AI가 필요하지만, AI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특히 사람처럼 열 손가락을 제어해 정밀 작업을 하는, "Dexterity"가 휴머노이드 기술 발전의 주요 병목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엔지니어들의 현실적 타협안은 세 손가락, 네 손가락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겁니다.

또는 두 다리 대신 바퀴를 다는 겁니다. 굳이 인간의 신체 구조를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요.
아직 AI 성능에 한계가 있고, 사람의 행동 중 많은 부분이 손가락 세네 개로도 구현 가능하니, 굳이 다섯 손가락이나 두 다리가 달린 로봇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비행기가 새의 날개를 모방하지 않듯, 휴머노이드도 인간을 대체한다고 해서 굳이 100%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지 않냐는 겁니다.
100% 똑같지 않아도 수행할 수 있는 작업들이 있고, 그 작업만 수행할 수 있게 만든다면 더 빠르게 개발하고 더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을테니까요.
때문에, 지금 당장 혹은 근미래에 AI가 할 수 있는 일에 맞게 휴머노이드의 신체를 간소화하는 선택을 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는 AI의 발전 속도를 지나치게 간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Gemini나 GPT, 그리고 테슬라 FSD에서 지켜봤듯, AI는 우리가 감히 따라잡거나 예상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안에 범용 인공지능, AGI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론 머스크 같은 이들이 전망할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틀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하지만요)
때문에 다섯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인간을 대체할 AI는 생각보다도 빠른 시일 내에 개발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가 할 수 있는 동작의 범위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히 짐을 들고 옮기는 일에 그칠 수 있을지 몰라도, 6개월이 지나면 가위질이나 박음질을 하고, 1년이 지나면 배선을 조립하는 복잡한 형태의 과업까지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AI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기존에 지금 당장 혹은 근미래에 AI가 할 수 있는 일에 맞게 신체를 간소화한 휴머노이드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세 손가락으로 10가지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1세대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2년 뒤에 다섯 손가락 모두를 움직이며 100가지의 작업을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2세대 제품이 출시된다면 어떨까요?
1세대 제품은 높은 감가상각을 맞으며 급격히 가치가 떨어질 것이고, 만약 이를 미리 내다본 소비자가 있다면 애초에 1세대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발 관점에서도 세 손가락 제어와 다섯 손가락 제어 알고리즘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다섯 손가락 제어가 주류화된다고 가정하면, 세 손가락에서 네 손가락, 다섯 손가락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업체는 처음부터 다섯 손가락 기반으로 고도화시켜온 업체 대비 불리할 수밖에 없겠죠.
때문에 휴머노이드의 하드웨어, AI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양산 초기 모델부터 "오버 스펙"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오버 스펙이라 함은, 인간의 복잡한 신체 구조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고요.
어려운 말로 "하드웨어 오버행 (Hardware Overhang)"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당장 세 손가락이나 바퀴를 다는 것으로 충분하더라도, 미래를 염두에 두고 다섯 손가락, 두 다리를 다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가 굳이 힘들게 다섯 손가락 설계로 높은 자유도 (DoF)를 구현한 것처럼 말입니다.

비록 출시 초기에는 제어가 어렵고 수행 가능 작업이 한정될지라도, 이는 나중에 AI가 발전하고 나서 OTA로 업데이트하면 되는 일일 겁니다.
마치 테슬라가 처음부터 자율주행을 염두에 두고 모든 자동차를 SDV로 설계하고 자율주행용 Chip을 설계해 탑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2,3년 전에 판매된 테슬라 자동차가 신규 출시된 FSD SW를 활용할 수 있듯, 휴머노이드 역시 나날이 발전할 AI SW를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하드웨어 설계를 갖추는 게 유리할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비용의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손가락 개수를 늘리고, 다리를 달면 원가가 상승할 테고, 이는 앞서 말한 첫번째 조건은 "저렴한 가격"을 확보하는 데 장애물이 될테니까요.
때문에 Future-proof한 설계는, 테슬라와 같이 양산 초기부터 높은 원가 경쟁력을 어느 정도 달성한 업체들만의 호화로운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우승한 놈이 왜 다시 기어들어와?
휴머노이드 시장은 마치 춘추전국 시대와 같은 혼란기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테슬라는 이 게임에 두번째로 참여하는, 직전 게임의 우승자입니다.
이 게임의 정답지를 알고 있고, 이를 누구보다 잘 구현할 역량까지 이미 갖추고 있는 상황이고요.
아직 시장 초기라고 해서 모두가 동등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경쟁 업체들 입장에서는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렇다고 해서 테슬라가 이 시장 전체를 독점할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테슬라가 증명한 승리 공식 이외에 또다른 복수의 정답지가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다만 다시 이 게임에 참여한 테슬라가 상금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는 것은 비교적 매우 확실한 미래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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