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l 2? 2만 5천 달러 전기차는 언제 나올까

2022.12.30 | 조회 2.4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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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쇼크

찌릿찌릿하게 읽는 테슬라와 전기차 시장 이야기

[요약]

1. 모델 3와 Y를 포함, 현재 테슬라가 판매 중인 차량들은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합니다. 

2. 때문에 테슬라가 2030년 2,000만대 판매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급형 시장을 공략할 더 저렴한 제품이 필요합니다.

3. 이를 위해 일론 머스크는 2020년 배터리 데이에서 이른바 '모델2'라 불리는 25,000달러의 신형 모델 출시를 약속했으나, 출시는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는데요.

4. 그 원인은, 원가 절감 한계에서 비롯된 수익성 문제 때문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5. 25,000달러 제품이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 모델 3, Y 대비 제조 원가를 절반으로 낮춰야 합니다.

6. 하지만 배터리는 저가 제품이라고 해서 단순히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어렵고, 배터리 이외 각종 부품 역시 원가를 절반으로 낮추는 건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7. 때문에 모델 2 개발에는 Game Changer 수준의 혁신적인 원가 절감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8. 만약 수 년 뒤 모델 2가 출시된다면, 아래 둘 중 하나의 모습이 되지 않을지 추측해봅니다.

  1) 4680 배터리 완성으로 배터리 비용을 대폭 절감한 차량

  2) FSD 완성을 통해 스티어링 휠 등의 핵심 부품을 생략한 로보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트럭, 세미트럭. 그 다음은 모델 2?

모델 Y, 모델 S 플래드, 사이버트럭, 세미트럭.

그 다음으로 테슬라는 어떤 신차를 내놓을까요? 이른바 “모델 2”로 불리는 저가형 전기차가 나올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델 2”는 공식 모델명이 아닌, 대중들에 의해 붙여진 가칭입니다)

저가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처음 생겨난 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2018년경이었는데요.

2018년 8월, 일론 머스크는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모델 3보다 저렴한 25,000달러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어렵지만 노력한다면 아마 3년 뒤에는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당시만 해도 모델 3 양산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라, 이 발언이 크게 주목받지는 못합니다.

이후 2020년 1월, 테슬라는 중국에 R&D와 디자인 센터를 세우고, 여기서 “중국 스타일”의 소형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차량 설계, 그래픽 디자이너 등의 신규 채용을 공식 시작하면서, 모델 2의 개발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채용 소식을 발표하면서, 아래와 같이 중국 스타일 전기차의 샘플 디자인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테슬라가 공개한 신형 전기차의 샘플 이미지. 쉐보레 스파크나 기아의 모닝을 연상케 하는 경차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테슬라)
테슬라가 공개한 신형 전기차의 샘플 이미지. 쉐보레 스파크나 기아의 모닝을 연상케 하는 경차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테슬라)

그리고 2020년 9월,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는 25,000달러 가격의 저가형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많은 주목을 받습니다. 이 25,000달러짜리 전기차가 앞서 이야기했던 중국 스타일의 신형 차량일 것으로 추정되면서, 모델 2 프로젝트는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이후 25,000달러 전기차 이야기는 한동안 잠잠하던 중에, 이를 기대하던 테슬라 팬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일론 머스크는 현재 25,000달러 전기차의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합니다. 테슬라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이 산적해 있어, 당장 개발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우리는 현재 25,000달러 전기차를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 만들겠지만, 지금 당장은 솔직히 너무 많은 과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 일론 머스크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회)

오늘은 이 25,000달러 전기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5,000달러 전기차는 테슬라에 왜 필요한 걸까요?

25,000달러 전기차의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도대체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요?

 

2만 5천 달러 전기차가 필요한 이유

테슬라의 2030년 공식적인 목표 판매량은 무려 2,000만대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연간 판매량이 약 8,000만~1억 대 내외임을 고려하면, 전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하겠다는 겁니다. 테슬라가 정말 2,000만대를 만들 수 있느냐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 차량을 구입할 지 의문이 드는데요.

Statista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21년 전세계에서 판매된 승용차량의 평균 가격은 약 2만 8천 달러였다고 합니다. 반면 2022년 12월 기준 테슬라의 주력 차종인 모델 Y Long Range의 가격은 약 5만 8천 달러에 달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구입하고 싶다면, 여기에 다시 웃돈을 주고 약 9,600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올해 전기차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나, 전세계 자동차 평균 가격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죠? 

때문에 가격으로만 본다면, 현재 테슬라 제품은 여전히 ‘보급형’보다는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모델 Y 주문 화면. 2022년 12월 기준 모델 Y Long Range의 가격은 58,190 달러입니다 (사진 출처: 테슬라)
모델 Y 주문 화면. 2022년 12월 기준 모델 Y Long Range의 가격은 58,190 달러입니다 (사진 출처: 테슬라)

프리미엄 제품만 팔아서 전체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게 가능할까요? 다른 모든 경쟁자가 망하고 테슬라가 프리미엄 시장을 독차지하더라도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결국, 현재 제품만으로는 테슬라의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더 많은 차를 팔기 위해서는 더 저렴한 차를 내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테슬라의 경쟁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더 저렴한 전기차를 판매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GM은 쉐보레 볼트 EV, 이쿼녹스 EV 등의 소형 전기차를 2만 6천 달러 ~ 3만 달러의 가격으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닛산은 오래된 스테디셀러인 리프를 3만 달러가 안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다소 극단적인 포지셔닝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홍광 미니가 5천 달러도 안되는 가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2021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꼽히기도 했죠.

EV 점유율이 30%, 40%, 50%로 올라가려면, 3만 달러 ~ 3만 5천 달러 가격대의 소비자를 공략해야만 합니다

- 메리 바라 GM 회장

반면 테슬라의 2만 5천 달러 전기차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만약 경쟁사들이 먼저 저가 모델 공세를 펼친다면, 테슬라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겠죠.

당연히 일론 머스크도 더 저렴한 전기차의 필요성을 이미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2만 5천 달러 전기차의 개발이 미뤄지고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만 5천 달러 전기차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로선 2만 5천 달러 전기차는 테슬라가 목표하는 수익성을 갖추기 힘든 상황으로 생각됩니다.

테슬라 차량의 제조원가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아래와 같이 2만 5천 달러 전기차의 가격과 예상원가에 대해 대략적인 추정을 해보았는데요.

(여러 가지 가정을 활용한 대략적인 추정인만큼, 실제 수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2년 3분기 기준 테슬라 전체 판매 차량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73.7%였습니다. 숫자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잡기 위한 목적인만큼, 모델 3 Long Range의 매출원가율 역시 73.7%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모델 3 한 대의 매출원가는 대략 $40,000이고, 이 중 배터리 원가는 대략 $11,000, 이외 부품의 원가가 $29,000 정도가 됩니다.

만약 테슬라가 2만 5천 달러 전기차에서도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이익을 내고자 한다면, 약 $18,000달러의 매출원가를 가지고 차량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만큼, 당연히 원가도 동일한 비율로 대폭 낮춰야 하는 거죠.

문제는, 단순히 저가 차량이라고 해서 원가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먼저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가격이 절반이라고 해서 배터리도 절반만 넣을 수는 없을 겁니다. 소형차라 해도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품성을 갖추려면, 적어도 1회 충전으로 250-300km는 달릴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모델 3 Long Range 대비 적어도 60%의 배터리 용량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이 때 배터리 원가는 대략 $7,000달러 수준이 될 겁니다. 

모델 3와 비교해보면, 신모델의 차량 가격은 $54,000 -> $25,000로 절반 이하가 됐지만 배터리 원가는 $11,000 -> $7,000가 됩니다. 가격과 동일한 비율로 줄이기 어려운 겁니다. 배터리 단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말이죠.

그럼 배터리 이외 나머지 부품들은 쉬울까요? 배터리야 덜 넣으면 된다지만, 다른 부품들은 투입량을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고급차라고 해서 브레이크,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타이어 같은 주요 부품들을 더 많이 쓰는게 아니니까요. 대신 부품들의 스펙이나 품질을 낮춰야겠죠. 하지만 배터리 원가를 줄이지 못한 금액만큼 여기서 더 많은 원가를 절감해야 합니다. 모델 3 대비 신모델의 배터리 원가가 60% 수준이라면, 나머지 부품의 원가는 40%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겁니다. 때문에 이 또한 그리 쉬운 과제는 아니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어려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가 저가 모델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던 이유는, 아마 배터리 원가 절감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배터리 데이에서 공개된 25,000달러 전기차의 개발 계획 (사진 출처: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공개된 25,000달러 전기차의 개발 계획 (사진 출처: 테슬라)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테슬라는 배터리 가격을 기존보다 56% 낮추겠다고 발표했죠? 아마 배터리 데이에서 발표한 계획들을 실현시켜 배터리 가격을 낮춘 뒤, 이를 이용해 2만 5천 달러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것이 계획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데이에서 신 모델 출시 계획을 언급한 이유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고요.

그런데, 4680 배터리 양산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수율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고 캐파 확장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특히 배터리 데이에서 발표한 핵심 신공정 중 하나인 “건식 전극” 기술은 '22년 내 적용이 어렵고 '23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결국 배터리 원가 절감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 2만 5천 달러 전기차는 기존 모델 3나 Y보다 가격 대비 높은 비중의 제조원가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테슬라가 현재 누리고 있는 높은 이익률은 상당 부분 훼손될 것이고요.

이런 이유로 2만 5천 달러 전기차는 테슬라 내부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먼저 준비 중이었고 객단가도 훨씬 높은 사이버트럭과 세미트럭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수익성 낮은 신규 모델 개발에 힘을 분산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로 2만 5천 달러 전기차가 급하다면, 성급하게 개발에 나서기보다 아마 그 선결 과제인 배터리 원가 절감에 더 힘을 쏟지 않았을까요?

 

로보택시 전용 모델이 2만 5천 달러 전기차가 될까?

그럼 일반 소비자들이 널리 이용할 수 있는 테슬라의 저가 모델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걸까요? 일단 현재 일론 머스크는 저가 모델 출시보다 로보택시 출시를 더 중요한 목표로 보고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언제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냐?는 것입니다

- 일론 머스크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회)

소비자가 더 저렴한 가격에 이동하게 하는 게 목표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동차를 싸게 만드는 것보다, 요금이 저렴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2022년 4월,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일론 머스크는 2024년까지 “로보택시 전용 차량”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로보택시 전용 차량에 영화 속에서나 보던 것처럼 운전대나 페달이 없다는 건데요. 이렇게 기존 자동차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적인 부품과 기능까지 과감히 생략한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절반의 원가 절감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배터리 원가 절감이 생각보다 더디더라도 말입니다. 때문에 이 로보택시가 테슬라의 25,000달러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나름 합리적인 추측인 것 같습니다.

보어링컴퍼니에서 공개한 가상의 로보택시 이미지. 테슬라의 로보택시도 이런 모습이 될까요? (사진 출처: 더보어링컴퍼니)
보어링컴퍼니에서 공개한 가상의 로보택시 이미지. 테슬라의 로보택시도 이런 모습이 될까요? (사진 출처: 더보어링컴퍼니)

 

어쩌면, 말도 안되는 계획일 수 있지만

결국, 제가 생각한 $25,000달러 전기차의 출시 시나리오는 2가지입니다.

1. 배터리데이에서 약속한 스펙의 4680 배터리 완성으로 배터리 원가를 절감한다.

2. FSD 완성으로 로보택시 전용 플랫폼을 만들어 스티어링 휠 등 배터리 이외 부품 원가를 절감한다.

기존 차량 대비 1/2 수준으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선 위의 2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구현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2가지가 동시에 적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테슬라의 다음 제품이 어떤 모습이 될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긍정적인 소식은, 이제 2만 5천 달러 전기차의 개발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지난 22년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일론 머스크는 기존 모델 3, Y 대비 절반 수준 원가의 신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모델 S, 3, X, Y, 사이버트럭, 세미 트럭 개발에서 배운 모든 노하우를 집약해 원가를 절반으로 절감하겠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개발은 시작했다지만, 대중의 기대보다 늦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단기간에는 성공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테슬라의 계획에 흥분하고 이를 기대하는 이유는, 다른 회사가 아닌 “테슬라”의 계획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조금 늦어지더라도,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게 됩니다.

 

 이 글은 전기차 전문 매체 EV POST에 동시 게재됩니다.

References

- Elon Musk: Tesla could produce a $25,000 car in around 3 years (CNBC, 18/08/18)

- Tesla CEO Elon Musk says company can build a $25,000 self-driving car within three years (CNBC, 20/09/22)

- The AP Interview: GM’s Barra talks electric vehicles, future (AP, 22/07/19)

- The Top 5: Bestselling EV Autos in the world in 2021 (SAUR Energy, 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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