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글월지

무서워만 보였던 굿판이, 사실 케이팝의 시초?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둘러싼 세계적인 반응과 그 안에 깃든 ‘무속의 형상화’를 알아볼까요?

2025.08.06 | 조회 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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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멜무지로 글월지

한국의 헤리티지(heritage) 깊고, 넓고, 쉽게 전해드립니다.

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 ♪

요즘 어딜가나 다들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죠?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Golden'

유튜브 숏츠에서도 자주나오고,
무엇보다 많은 가수들이 노래를 직접 커버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죠.

가수들의 '골든' 커버 열풍
가수들의 '골든' 커버 열풍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케데헌'이 열풍이에요.

6주차까지의 기록으로 넷플릭스 역대 애니영화 중 가장 많이 시청된 영화로 등극했으며,
추이상 역대 영화 시청순위도 2위는 확정 수순에 1위까지도 가능하다는 예측입니다.

남색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그래프
남색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그래프

음원 기록 역시 심상치 않아요.

마의 애플뮤직 1위를 코앞에 두고있고,
유튜브 뮤직도 줄세우기.
스포티파이는 사운드트랙 전곡이 top10 안에 들었죠.
애니메이션을 넘어 영화 사운드트랙 역사를 새로 쓰고있어요.

6월 29일 기준 스포티파이 차트 순위
6월 29일 기준 스포티파이 차트 순위

사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 발표 당시만 해도 이런 반응을 예상하긴 쉽지 않았어요.
화려한 성우진과 트와이스의 음원참여에 작은 기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너무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같다는게 주류 의견이였죠.

출시 당일까지만 해도 '생각보다는' 괜찮다는 반응이었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초창기 컨셉아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초창기 컨셉아트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우리나라보다 먼저, 해외쪽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해외 팬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화려한 영상미와 시각적 폭발력에 한번 빠져들었고,
수준 높고 중독성있는 노래에 다시 한번 빠져들고,
마지막으로 처음보는 매력적인 '한국의 문화'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며 '완벽한 고증'에 감탄 했습니다.

진우를 추모중인 미국 팬들...
진우를 추모중인 미국 팬들...

저승사자, 작호도속 호랑이와 까치, 주인공들의 무기 사인검, 곡도, 신칼, 그리고 '무당'까지.

한국의 전통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이죠.

감독인 메기 강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 북미에서 자란 한국인으로서, 
우리 문화를 전세계에 당당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악마와 악마 사냥꾼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악마를 등장시키자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영화에서 저승사자를 악당으로 등장시키고 싶었지만,
K-Pop이 추가되고 아이돌이란 컨셉이 추가 되면서 그 아이디어는 더욱 흥미진진해졌습니다.
도깨비는 건물이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전통 한국 가면과 모티브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Geeksout 과의 인터뷰에서, 메기 강

무지로는 '케데헌' 속 한국 문화를 더 깊게 살펴봤습니다.

굿판에서 태어난 K팝의 DNA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본 해외 팬들이 가장 궁금해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헌터'의 정체였어요.

영화 속에서 악마를 물리치는 이들의 모습은 서구의 슈퍼히어로와는 확연히 달랐거든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과 노래로 적을 제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뭔가 낯설면서도 신비로운 힘을 느꼈습니다.

출처:넷플릭스
출처:넷플릭스

그 답은 한국의 가장 오래된 영적 전통, 무속에 있었죠.

영화 속 헌트릭스의 뿌리는 수 천년 전 마을을 지키던 세 명의 여성 무당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헌트릭스의 시초, 3명의 여성 무당들 (출처:넷플릭스)
헌트릭스의 시초, 3명의 여성 무당들 (출처:넷플릭스)

이들이 만들어 낸 '혼문(魂門, 영혼의 문)'이 바로 현재 걸그룹 헌트릭스의 목표에요.

메기 강 감독이 만들어낸 이 설정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한국 무속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었어요.

 

굿판, 그 신성한 전장의 비밀

한국의 무당이 펼치는 굿은 서구적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현상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공연이나 의식이 아니라, 인간과 영적 세계 사이의 '전투'에 가깝거든요.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공공누리https://www.kogl.or.kr/recommend/recommendDivView.do?recommendIdx=71007&division=img#)]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공공누리https://www.kogl.or.kr/recommend/recommendDivView.do?recommendIdx=71007&division=img#)]  

무당은 아름다운 무복을 입고 장구와 꽹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지만,
그 이면에는 악령을 쫒고 병을 치유하며 공동체를 지키려는 절실한 의지가 담겨있어요.

영화에서 헌트릭스가 무대에 올라 'How It's Done'을 부르며 악마를 정화하는 장면이 
바로 이 맥락이죠.

K-POP 무대가 그저 콘서트가 아닌, 변장한 엑소시즘이라는 설정은
무당의 굿이 갖는 영적인 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천재적 발상이었어요.

해외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느낀 "뭔가 다른 차원의 에너지"는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 넷플릭스
출처 : 넷플릭스

동해안 별신굿에서 무당이 바다의 용왕님을 부르며 펼치는 춤사위를 상상해보세요.
오색 무복이 바람에 휘날리고, 무아지경에 빠진 무당의 몸짓은 마치 다른 존재 같이 보입니다.
그 순간 굿판은 일상의 공간에서 신성한 전장으로 탈바꿈해요.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이를 지켜보며,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기대에 차 있습니다.

동해안 별신굿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공공누리(https://www.kogl.or.kr/recommend/recommendDivView.do?recommendIdx=70602&division=img#)]  
동해안 별신굿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공공누리(https://www.kogl.or.kr/recommend/recommendDivView.do?recommendIdx=70602&division=img#)]  

케이팝 무대 = 현대의 굿판

이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영상을 떠올려볼까요?
7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보라색 바다를 이루며 함께 노래하는 순간,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음악감상'과는 결이 다릅니다.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 응원봉이 만들어내는 장관, 그리고 무대 위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를 오가는 강렬한 에너지의 교환.
이 모든 것이 굿판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본질적으로 동일해요.

2021년 LA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모습 (출처:연합뉴스)
2021년 LA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모습 (출처:연합뉴스)

황해도 굿에서 만신이 신령과 소통하며 펼치는 즉흥적인 몸짓과 노래는,
아이돌이 팬들과 아이컨택하며 만들어내는 '순간의 마법'과 놀랍도록 닮아 있어요.
무당이 굿을 통해 마을의 액운을 쫒아내듯,
현대의 KPOP 아티스트들은 음악을 통해 팬들의 일상적 고통과 외로움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죠.

황해도 굿 출처 -[인천광역시], [인천광역시(https://www.incheon.go.kr/index)]  
황해도 굿 출처 -[인천광역시], [인천광역시(https://www.incheon.go.kr/index)]  

전통의 DNA, 현대에서 부활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가장 놀라운 통찰은 바로 이것입니다.
KPOP의 전 세계적 성공은 어쩌면 5천 년 무속 전통의 필연적 결과가 아닐까요?
굿에서 무당이 사용하는 모든 요소들 [화려한 의상, 강렬한 음악, 몰입도 높은 퍼포먼스, 관객과의 영적 교감] 이 모든것은 그대로 현대 KPOP의 DNA가 되었습니다.

BTS의 'IDOL'에서 보여준 장구의 추임새와 전통 장단, 블랙핑크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장악력, (여자)아이들의 신비로운 콘셉트 까지.
이 모든 것들이 무당이 굿판에서 신을 불러내던 그 방식의 현대적 계승인 것이죠.
언어가 달라도,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KPOP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손에 쥔 전통, 마음에 품은 힘

헌트릭스가 무대에서 악마를 물리치는 모습을 보며,
예리한 시청자들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이들이 손에 쥔 무기, 어딘가 낯익지 않던가요?
루미의 우아한 검술, 미라의 역동적인 창법, 조이의 정교한 투검술까지.
헌트릭스의 모든 무기들은 상상으로 만든 무기들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무기들의 현대적 해석이었어요!

미라와 조이의 무기의 아트 컨셉 (출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디자이너의 X)
미라와 조이의 무기의 아트 컨셉 (출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디자이너의 X)

사인검 : 네 마리 호랑이가 깃든 칼

루미가 휘두르는 검의 정식 명칭은 '사인검(四寅劍)' 입니다.
호랑이의 해, 달, 일, 시에 맞춰 제작된다고 해서 '네 마리 호랑이의 검' 이라고 불려요.
이 검이 특별한 이유는 날카롭기 때문이 아니죠.
조선시대 무속인들은 사인검이 악귀를 물리치는 영적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어요.

흥미로운건 이 검이 실제 전투용이 아니라 의식용 도구였다는 점이에요.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인검을 들고 춤추면, 그 칼끝이 가리키는 곳에서 악한 기운이 사라진다 여겼죠.
영화에서 루미가 검을 휘두르며 춤추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일종의 '검무(劍舞)'라고 볼 수 있죠.

실제 사인검의 모습. 출처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 [https://www.kogl.or.kr/recommend/recommendDivView.do?recommendIdx=50903&division=img#]
실제 사인검의 모습. 출처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 [https://www.kogl.or.kr/recommend/recommendDivView.do?recommendIdx=50903&division=img#]

월도에서 탄생한 미라의 창

미라가 사용하는 초승달 모양의 창은 조선시대 무술에서 사용되던 '월도(月刀)'에서 영감 받았어요.
월도는 그 이름처럼 달을 닮은 곡선형 날을 가진 장병기로,
단순히 찌르고 베는 것을 넘어 흐르는 듯한 연속 동작을 가능하게 했어요.

영화에서 미라가 창을 돌리며 펼치는 우아한 움직임을 보세요.
마치 발레와 부슬이 결합된 듯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요.
이는 월도의 특성상 사용자가 춤추듯 움직여야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점을 참고했어요.
전통 무예와 현대 퍼포먼스가 만나 새로운 움직임의 언어를 창조한 순간이죠!

가야시대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는 '월도' (출처 : 오마이뉴스)
가야시대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는 '월도' (출처 : 오마이뉴스)

신갈 : 신령의 칼날이 품은 의미

조이의 투척용 칼날들은 '신갈(神刀)' 이라 불리는 의식용 칼에서 착안되었어요.
신갈은 무속 의식에서 영적 힘을 전달하고 악을 추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성스러운 도구에요.
실제로 베거나 찌르는 용도가 아니라, 무당이 신의 힘을 빌려 부정한 기운을 몰아내는 도구였죠.

영화에서 조이가 칼을 던질 때마다 번개처럼 번쩍이는 효과가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신갈이 가진 신성한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해외 관객들이 "조이의 칼은 왜 저렇게 신비로운 빛을 내지?" 궁금해했던 이유, 이제 알겠죠?

실제 무당이 사용하는 신칼 출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https://www.jeju.go.kr/index.htm)]
실제 무당이 사용하는 신칼 출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https://www.jeju.go.kr/index.htm)]

전통이 품은 현대의 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것은 그저 무기의 재해석에서 끝나지 않아요.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정신적 힘을 형상화하던 방식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명이었죠.
사인검, 월도, 신칼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악을 물리쳤듯이,
현대의 KPOP 아티스트들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속 어둠을 몰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에멜무지로'가 이야기하고 싶은 "창조적 계승"의 핵심이에요.
형태는 변해도 본질은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본질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진정한 전통의 힘이 발휘된다는 것이죠.
헌트릭스의 무기들이 전 세계 관객들을 매혹시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저 멋진 무기가 아니라, 5천 년 역사가 응축된 영혼의 도구였으니까요.


웃음 속 담긴 지혜 :호랑이와 까치가 전하는 메시지

영화 속 분위기가 심각해질 때 쯤 어김없이 등장하는 두 캐릭터가 있죠.
바로 호랑이 더피와 까치 수지에요.
이 사랑스러운 두 친구들에 등장에 전 세계 관객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지만,
정작 그 웃음 뒤에 숨은 깊은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사실 이 사랑스러운 듀오는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전통 회화,
작호도(鵲虎圖) 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들이거든요.

작호도의 모습
작호도의 모습

조선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 그림

조선시대, 서민들의 집 벽에는 으레 한 장의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바로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그려진 작호도였어요.
이 그림이 특별한 이유는 그 안에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과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이죠.

호랑이는 산신령의 사자로 여겨져 악귀를 쫒는 수호신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 위엄 있는 맹수의 모습보단 순박하고 우스꽝스럽지 않은가요?
때로는 까치의 장난에 당황하기도 하고, 때로는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죠.
이는 권위에 대한 서민들의 은근한 풍자였어요!
'호랑이도 결국 우리와 같은 존재구나'라는 친근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까치는 또 다른 의미를 지녔어요.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담처럼, 까치는 기쁜소식의 전령이였죠.
민화 속에서 까치는 대담하고 영리한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때로는 호랑이를 놀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와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긴다는 통쾌함과, 지혜가 힘을 이긴다는 교훈을 담고 있어요.

꼬마가 그린 작호도에요. 귀엽지 않나요?
꼬마가 그린 작호도에요. 귀엽지 않나요?

DNA속 유머코드, 5백 년을 건너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더피와 수지를 보며 빵 터진 관객들은 모르고 있었을 거에요.
자신들이 웃고 있는 그 순간이 바로 조선시대 서민들이 즐겼던 유머 코드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걸요
더피가 멍한 표정으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
수지가 영리하게 문제를 해결하며 더피를 도와주는 장면들이 모두 전통 작호도의 구성과 같거든요!

특히 인상적인 건 이들의 관계성이에요.
영화에서도 호랑이 더피는 덩치는 크지만 순수하고 때로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까치 수지는 작지만 재빠르고 똑똑한 캐릭터로 그려졌어요.
이는 민화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관계의 현대적 해석이에요.
힘과 지혜가 서로 경쟁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큰 것과 작은 것이 함께 어우러져 더 큰 선을 만들어낸다는 메세지 말이에요.

영화 속 더피와 수지 (출처 : 넷플릭스)
영화 속 더피와 수지 (출처 : 넷플릭스)

검은 갓 아래 숨겨진 매혹적 얼굴

영화의 후반부, 아이돌로 변장했던 '사자보이즈'의 멤버들이 어둠속에서 나타납니다.
검은 도포와 갓을 쓴 채 사람들의 영혼을 거두기 위한 공연을 펼치죠.
이 장면을 본 해외 관객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어요. "저승사자가 이렇게 스타일리쉬 하다니!"
서양의 '그림리퍼'와 결이 비슷한 저승사자.
검은 로브를 두른 해골의 이미지가 강한 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마지막 무대중인 사자보이즈 멤버들 (출처 : 넷플릭스)
마지막 무대중인 사자보이즈 멤버들 (출처 : 넷플릭스)

이들의 그룹명에도 많은 언어유희가 들어가 있어요.
'사자 보이즈'라는 그룹명은 로고와 팬덤명 프라이드에서 '사자(獅子, Lion)'를,
구성원 전원이 저승에 속한 귀신이기에 사자(死者)를,
악귀 형태의 디자인과 팬들의 혼을 저승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저승사자(使者)'를
나타내는 등 중의적인 의미가 담긴 그룹명이죠.
심지어 'Boys'라는 단어도 'Voice'와 발음이 비슷해 '저승사자의 목소리'라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사실 저승사자는 갓과 도포를 두르지 않았어요.

재밌는 사실은 사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저승사자의 모습,
검은 도포를 두른 채 갓을 쓴 모습은 전통적인 저승사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요.
이러한 저승사자의 모습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70~80년대 납량특집 드라마로 방영된 '전설의 고향'에서 시작되었죠.
당시 '전설의 고향'의 연출을 담당한 PD가 한국형 저승사자를 만들기 위해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관복에 사모, 주검에서 볼 수 있는 창백한 얼굴빛을 표현했다 해요.

당시 최상식 피디가 고안한 저승사자의 모습 (출처 : 전설의 고향)
당시 최상식 피디가 고안한 저승사자의 모습 (출처 : 전설의 고향)

즉, 지금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사자보이즈의 비주얼은
불과 50년 전 한국의 TV 프로듀서가 창조해낸 '한국형 저승사자'를 계승한 것이에요.
전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현대적 창조물이었고,
그것이 다시 글로벌 콘텐츠로 재탄생한 셈이죠.
이보다 더 완벽한 '창조적 계승'의 사례가 또 있을까요?

두려움에서 매혹으로 

전통적으로 한국의 저승사자는 서구의 '그림 리퍼(Grim Reaper)'와는 성격이 달랐어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닌, 죽은 영혼이 길을 잃지 않게 인도해 주는 메신저 같은 존재죠.
서양의 죽음의 신이 공포와 종말을 상징한다면,
한국의 저승사자는 '인도자' 이자 '안내자'의 역할을 맡았어요.

서양에서 '사신'의 이미지인 그림리퍼 (출처 : https://blog.naver.com/jaehonghwang/220033514111)
서양에서 '사신'의 이미지인 그림리퍼 (출처 : https://blog.naver.com/jaehonghwang/220033514111)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바로 이 지점을 완벽하게 포착했어요!
사자보이즈가 부르는 'Your idol'을 들어보세요.
"내 활홀에 취해, you can't look away(눈을 떼지 못해)"라는 가사에서 느껴지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치명적인 매혹이죠.
이들은 죽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파고들어
위험한 구원을 약속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적 악역'의 탄생

결국 사자보이즈의 성공은 멋진 캐릭터 디자인 때문이 아니에요.
그들은 한국 문화의 깊은 맥락을 이해하고, 
현대 KPOP의 정교한 시스템을 체득하며,
글로벌 대중의 감수성까지 고려해서 탄생한 완벽 융합체에요.

전 세계 팬들이 "진우 때문에 악영 편을 들고 싶어졌다"고 고백하는 이유, 여기에 있는거죠.
사자보이즈는 단순히 '나쁜 놈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연약함과 외로움을 이해하는 존재들이거든요.
그래서 더 위함하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에요.

저는 이것이야말로 전통의 현재적 의미라고 생각해요.
1970년대 TV 프로듀서의 상상력이 
2025년 글로벌 엔터테이먼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한국의 저승사자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돌로 재탄생했으니까요.
전통은 박제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세대와 만나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사자보이즈가 멋지게 증명해낸 것이죠!


전통은 과거가 아니다

메기 강 감독이 "케이팝과 내 한국 뿌리에 대한 러브레터" 라고 부른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41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기록했고,
그 외 90여 개국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상당한 인기를 모으자,
넷플릭스 측은 전통문화와 현대 대중문화의 융합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며
본 작품에 대한 속푠과 시리즈화를 긍정적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메기 강 감독 (출처 : 넷플릭스)
메기 강 감독 (출처 : 넷플릭스)

이 한편의 애니메이션은 제가 '에멜무지로 글월지'를 통해 이야기 하고싶은 "창조적 계승"에 완벽히 부합합니다.
"굿은 어떻게 보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 라는 메기 강 감독의 통찰처럼,
전통은 결코 박물관속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 쉬는 언어였어요.

5천 년 전 무당이 굿판에서 펼쳤던 영혼의 치유술이
2025년 KPOP 무대에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조선시대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의 사랑받는 캐릭터로 재탄생하며,
1970년대 TV 프로듀서가 창조한 저승사자가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는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전통은 단 한 순간도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았어요.

에멜무지로, 경계 없는 연결의 힘

"이 영화는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한국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죠."
메기 강 감독의 마은은 결국 우리 뉴스레터의 이름이 품고 있는 정신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에멜무지로:
'단단하게 묶은 모양' 또는 '헛일 없이 야무지게'.
정성스럽고 옹골찬 장인 정신을 표현합니다.  

경계나 이음새가 없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 전통과 현대 사이에, 한국과 세계 사이에
어떤 벽도 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연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탄생했고,
그래서 전 세계인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그 이야기에 감동할 수 있었던 거죠.

"제 생각에 한국인들은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열정이나 감정을 다해서 하고,
이것을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메기 강

감독의 말에서 우리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전통이 현대에 살아남는 것은 형태나 기법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열정 때문이라는 것을요.

'에멜무지로' 는 전통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합니다.
'에멜무지로' 는 전통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합니다.

우리가 전통을 잊지 않는다는 것

결국 우리가 전통을 잊지 않는다는 건,
그것을 새롭게 부르고 입히고 춤추게 만드는 일이죠.
박제된 형태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말하고,
오늘의 감성으로 다시 느끼며,
오늘의 기술로 다시 표현하는거에요.

헌트릭스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악마를 물리칠 때,
그들이 사용하는 것은 마법의 주문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노래였어요.
사자보이즈가 'Your Idol'로 사람들을 현혹할 때, 그들이 파고든 것은
마음속 외로움과 연약함이었어요.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작진이 단순히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품고 있는 감정의 진실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에멜무지로가 전하는 말

"단단하게 묶고, 정성껏 전하듯, 한 자락의 굿과 한 줄기의 케이팝이 세계인을 움직인 이유는 결국
'진심'과 '맥' 아닐까요?"

KPOP이 세계 무대를 장악한 것도 자랑스럽지만, 
이처럼 우리 고유의 문화와 서사가 글로벌 콘텐츠로 우뚝 선다는 것, 그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는 
어느 해외 거주 한국인의 고백처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우리에게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자신감을 선사했습니다.

전통은 과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며,
미래를 향한 영감의 원천입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젊은 창작자가 할머니의 자수 기법으로 현대적인 패션을 만들고,
전통 장단에 힙합 리듬을 얹은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며,
옛 이야기를 웹튼으로 각색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 모두가 바로 '에멜무지로'의 정신을 실현하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에멜무지로 글월지'를 통해 발견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창조적 계승자들입니다.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한국과 세계 사이에서,
경계 없이 연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칩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써내려가는 현재의 이야기라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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