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제목은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나의 1960년대>에서 따온 것입니다. 요시타카는 도쿄 전공투 운동과 일본 과학기술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정리하며 '1960년대'라는 시대를 서술합니다.
책을 읽던 당시 한창 대학과 과학, 정치의 관계를 고민하던 저는 책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에 '시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저자의 자신감과 충실함을 참 부러워했습니다. 과학이라는 학문과의 만남, 대학에서의 나날, 투쟁의 긴박한 순간들, 이후 시민이자 정치적 주체로서 자신의 삶과 과학기술 비판까지, 개인적이고 구조적이며 정치적인 삶의 각 요소들이 에세이에 잘 담겨 전해지고 있었으니까요.
언젠가 나도 이런 글을 쓰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먼 미래로 미뤄둔 그 시기를 좀 당겨볼까 싶어졌어요. 저자만큼 치열하고 많은 경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가까운 과거를 돌아볼 때만 남길 수 있는 감각이 있을테니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이대로 가다간 모두 없어져 버리고 말 거라는 불안이, 저를 그게 뭐가 됐든 당장 쓰도록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텍스트가 이렇게나 넘치는 시대에도, 구글과 네이버가 나의 정보를 성심성의껏 추적해주는 시대에도, 내가 나를 남기지 않으면 너무나 많은 것이 사라져버리더라고요.
저의 2010년대는 연도로만 보면 중학교 시절부터 대학 시절을 아우릅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이 시기를 '시대'라고 호명할 수 있도록, 철저히 2010년대를 제 개인적이고도 구조적인 경험 속에 (그게 과연 뭘까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 엮어내보려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 2014년 4월 16일
두 번째 이야기 : 서울, 대학, 공동체
세 번째 이야기 : '살아있단 건 싸우는 거란 내게는 낯선'
네 번째 이야기 : 어찌할 방법
다섯 번째 이야기 : 경계 위에서 무늬를 만들기
(예정된 내용들, 이야기는 추가 혹은 수정 될 수 있으며, 각 이야기도 여러 편으로 발송될 예정.)
너무 뻔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당대 사회와 함께 흘러갔던 저의 경험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아마도 머쓱하고도 편파적인 이야기가 될 거예요. 언제 어디서나 무언가를 지나치게 확신하는 것을 경계하고 싶었기에 머쓱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변화와 대안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편파적인 이야기입니다.
가끔은, 아니 사실은 꽤 자주 저 스스로가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저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멋지고 유쾌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반짝거리지만 피곤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나의 머쓱함과 편파적임도, 그에 동반하는 분위기와 감정, 습관과 태도들도 언제나 평가되고 비교되고 값이 매겨질 테고, 저는 어느 날은 우울했다가 또 어느 날은 뿌듯하기를 반복하겠죠. 그 혼란 속에서도 꾸준한 흐름을 유지하는, 멋진 글을 쓰고 싶네요.
이 말들이 어디로 향할지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 기록들 덕분에 새로운 일을 마주하는 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면 좋겠습니다. 시대라는 커다란 말 안에, 작고 빛나는 것들을 담아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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