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습관

망설이면서 담는 사진들의 기록

2022.09.17 | 조회 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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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저물

덩어리들이 쓰고, 춤추고, 새겨지는 곳

 

저는 카메라를 드는 것이 대개 두렵습니다.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 눈이 신경쓰여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보고 찍고 남긴다는 것이 참 부담스러운 일이라서요. 초상권이라는 법적인 틀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사진에 찍히는 마음을,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의 변화에서 지금을 떼어 고정한다는 것이 갖는 책임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 이런 책임에 비해 사진을 찍는 게 너무 쉽다고 느낍니다. 순식간에 찰칵, 하고 끝이니까요. 그래서 제 사진의 대부분은 풍경이거나 사물입니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는 것은 여전히 제게 중요합니다.

중학생 시절,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작은 삼성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걷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익숙하고 고요했던 주택가를 다채롭게 만들 수 있었던 건 카메라와 함께 했던 그 산책들이었어요. 그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순간, 내 시선 안에서 만들어지는 장면들이니까요. 저 스스로를 표현하고 지탱해줄 중요한 습관 중 하나로, 사진이라는 걸 계속 붙잡고 싶어요. 

그렇지만 '프로'가 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인스타 사진을 따라가려면 적절한 필터와 찬란한 색채를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유튜브 생태계의 영상을 따라가려면 많은 장비와 조명, 센스있는 편집 능력이 필요하고요. 제도적인 영화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천재성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고, 프로 사진가가 되려면 좋은 장비와 스튜디오를 돌아다닐 근성과 순발력이 필요하겠죠.

 

저는 그 무엇도 아직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가진 것이라곤 사진기 앞에서 망설이는 것,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무엇을 표현하는지 생각하는 것이려나요. 평론가처럼 사진을 찍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 뭐 어쨌거나 어떤 사진을 어떻게 남기고 기록할지는 차차 생각해보자구요. 잘 성공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카메라 스트랩을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제 몸의 연장처럼 익숙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요. 

 

[보는 습관]은 매주 목요일에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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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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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잉

    1
    about 2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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