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최애 카페 사장님을 인터뷰하다 - 카페 ‘안녕 우디’🌿 1부

#1 회사 째버리고 싶을 때 가던 카페, ‘안녕 우디’

회사 가기가 정말 막막할 때 하는 당신만의 의식(ritual)이 있는가? 진짜 가능하기만 하다면 연차 내고 확 째버리고 싶을 때, 하지만 꼼짝없이 내 발로 회사에 가야 할 때 그런 때에 난 출근 시간을 미루고 이 카페에 가만히 앉아 있곤 했다. 카페 ‘안녕 우디’.  

다른 카페도 갈 수 있었지만 ‘안녕 우디’에 간 이유는 특유의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 때문이었다. 개인 카페 치고는 매우 이른 시각인 오전 8시 30분에 오픈하는 덕에 난 혼자 2층 폴딩 도어를 활짝 열어놓고 맛있는 커피를 앞에 둔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인터뷰 첫 질문에서 이러한 내 출근 부정 의식 행위가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나: ‘안녕 우디’는 무슨 뜻인가요?

사장님 (이하 우디): 우디의 뜻부터 설명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우디는 ‘째요’란 뜻이에요. 제가 회사 다닐 때, 저희 와이프랑 같은 회사를 다녔어요. 그때 제가 일을 많이 했거든요? 맨날 야근하고 출장 갔다 오고도 야근하고. 그래서 와이프가 오늘은 그냥 좀 일찍 가자라는 뜻으로 ‘째요’, ‘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게 영문타자로 잘못 치면 우디(Wody)가 돼요. 

그래서 저한테 우디는 ‘째고 집에 가자’. ‘너무 바쁜 일상에서 가끔은 벗어나서 살자’라는 의미예요. 저한테는 이게 되게 좋은 뜻이거든요. 

그래서 제 닉네임을 우디 (woody)로 하게 됐고 카페 이름도 ‘안녕 우디’라고 짓게 됐어요. 이 카페를 처음 만들 때부터 그 생각이었어요. 사람들이 쉬는 공간, 그냥 일상에서 좀 벗어나서 음악 듣고 맛있는 커피 먹고 이렇게 지내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안녕우디는 '안녕 째요'예요.

공간에 담긴 의미대로 내가 움직였다니 신기했다.

나: 와, 진짜 저  요즘 느끼는 게 ‘이름대로 간다.’는 거예요. 아니 제가 여기 좀 일찍 오는 편이잖아요. 그때 회사를 너무 다니기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출근 시간을 늦추고 가서 가만히 그냥 있었던 거예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근데 그 시간이 힐링이 되더라고요. 책도 안 읽고 노트북도 안 켜고 그냥 이렇게 뭐 안 하고 바깥을 보고 있으면 그게 힐링이 되더라고요.

우디: 맞아요. 이름대로 가요. 진짜 이름대로 가요.

정말 이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바람을 이름에까지 담을 만큼의 마음이기에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나도 뭔가 이룰 자신이 좀 있는데.

#2 동네 주민들의 최애 카페가 되려면요

우디와의 인터뷰에 대해 풀기 전에, 우선 ‘안녕 우디’는 나만의 최애 카페가 아닌 우리 동네 많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페라는 점을 짚어야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카페를 유난히 더 좋아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더 강한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 내 생각 상 그 장점들은 아래와 같다.

근데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을 몰라서 수많은 카페들이 망하는 건 아니지 않나? 팬이 있는 사람들은 뭘 어떻게 해서 팬이 있는지 알고 싶었기에 사장님께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카페를 운영하시는지에 대해 내 나름대로 물어보았다.

첫 번째, 나만의 것을 보여주되, 평가는 온전히 고객에게
나: 일반 카페가 아닌 ‘로스터리’ 카페를 창업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디: 우선 저는 일을 시작하면서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카페로 그러려면 나만의 것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내가 내 콩을 볶지 않으면 절대 내 색깔을 낼 수 없다는 거죠. 반대로, 그냥 돈을 벌어야겠다 했으면 여기에 빽다방을 냈을 것 같아요. 되게 분위기 좋은 빽다방이 되지 않았을까? 

근데 그건 내 색깔 아닌 거지. 내 커피도 아니고. 결국에는 내가 콩을 볶아야만, 그래야만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나: 로스팅은 3년 정도 공부하신 거죠? (인터뷰 전, 사장님과 몇 번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디: 네. 근데 이 로스팅 공부를 하게 되면서, 로스팅을 해야 이 커피 일을 죽을 때까지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됐어요. 왜냐하면 커피 공부를 해보니까 커피가 어려워요. 뭐가 어렵냐면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올해 먹었던 파나마 게이샤가 너무 맛있는 거예요. 볶아보니까 너무 맛있어. 근데 내년에 이 똑같은 콩을 사도 그 나라 작황에 따라 맛없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단은 생산되는 원재료 자체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게다가 콩을 볶는 기계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타요. 습도나 온도에 따라서 결과가 좀 다른 거죠. 마지막으로 드립도 결국에는 사람이 내리니까 사람 컨디션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져요. 

나: 아, 공부할 게 너무 많고 어렵겠는데요?

우디: 전 공부하는 걸 좋아해요.

아… 그러시구나. 역시 누군가의 최애가 되는 사람은 다르다.

나: 어려운데 왜 좋으세요?

우디: 공부를 더 하다 보니까 되게 간단해지더라고요. 내가 맛있는 커피를 하면 된다. 그리고 고객들이 만족해 주는 커피를 하면, 그러니까 결국에는 내가 좋은 콩을 사서 잘 볶아서 잘 내려도 소비자가 맛없다고 맛없는 거고. 내가 어떤 과정을 또 열심히 해가지고 드렸는데 나는 불만족스러운데 손님 맛있다고 하시면 맛있는 거고.

실력파지만 무대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대중에게 맡기는 아이돌을 보는 느낌이다.

나: 근데 의외인 게 저는 저희 동네가 커피 불모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어떻게 여기에 로스터리 카페를 차리실 생각을 하셨어요?

우디: 일단 불모지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기본적으로 추천받고 시도해 보는 것에 전혀 부담 없어하시거든요. 여기는 산미 있는 커피라도 제가 설명드리면서 권해드리면, 드셔보시고 맘에 들면 괜찮다고 하세요. 예를 들어 우리 카페의 고소 블랜딩만 맨날 드시는 분들한테 코스타리카요가 맛있다고 건네드리면 거의 다 맛있다고 하세요. 그렇게 한 가지, 두 가지 즐기는 맛을 늘려나가시는 거죠. 

나: 맞아요. 저도 사장님이 맛보기용으로 조금씩 주시는 드립 커피를 먹어보고, ‘아 이런 커피맛도 있구나’ 하고 즐기게 됐어요. 원래 산미에 대한 벽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핸드 드립 커피 맛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 게 실제로 맛이랑 굉장히 비슷해서 좋았어요. 보통 스페셜티 파는 리저브 매장에서는 원두 맛에 대한 설명 읽으면 ‘무슨 소리야. 그런 맛 나는지 모르겠는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되게 직관적이라고 해야 하나? 사장님이 설명해 준  맛하고 제가 경험하는 맛이 아주 비슷해요.

우디: 그게 되게 중요한데, 어렵게 설명하지 않으려 해요. 가끔 설명 보면 베르가못, 사탕 같은 게 쓰여있는데 이게 무슨 맛인지 잘 모르잖아요. 베르가못은 익숙하지도 않고 사탕도 다 종류별로 다른데. 그래서 명확하게 내가 먹어봤을 때 느낌이  확실하게 나는 콩들만 판매를 해요. 

예를 들면 코스타리카, 얘는 되게 달달한데 호박차 맛이 나는 거예요. 그럼 이거 호박차 맛이라고 설명해요. 쉽게, 납득 가능하게.

나: 이 부분에서도 되게 고객 중심적이시네요. 

팬을 바란다면 명심하자.
나로 바로 서되, 고객이 중심임을 잊으면 안 된다. 물론 그게 어려운 거긴 한데⋯⋯.

두 번째, 진심인 사람 못 이긴다
나: 제가 조금 특이하다 생각했던 게 뭔가 여기 각 테이블 안내판마다 적혀 있는 내용인데요. 카페에 오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신다라고 써놓으셨는데 이렇게 써놓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많은 카페 사장님들께서 가지실 수 있는 마음이다 싶으면서도 이렇게 다 써놓기까지 한 곳은 본 적이 없어서요.  

우디: 그쵸. 없죠.  음, 개인적으로 되게 힘든 일이 있을 때 한 사람만 응원해 줘도 포기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에 오는 사람들이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맞아주는 그 한마디로도 자신을 응원해 주는 이런 느낌과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제가 힘들 때 한 사람이 있었어요. ‘너 할 수 있어. 괜찮아 다.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해주는 한 사람. 그 한 사람 때문에 그렇게 한 50년을 쭉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카페에서 좋은 얘기도 할 수 있지만 때에 따라 싸우는 분들도 있고, 속상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이 카페가 그런 분들에게 제가 다른 사람에게 받았던 것처럼 뭔가를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그 이유도 사실은 이거예요. 제가 텐션이 다운돼 있으면 들어올 때부터 손님이 그걸 느끼실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열심히 운동해요. 공원도 몇 바퀴씩 뛰고요.

나: 역시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오는군요. 

우디: 맞아요. 생존 체력. 일할 수 있는 체력. 다 체력에서 나오는 거죠.

개인적으로 저질 체력인 나도 일하기 위해, 살기 위해 운동을 좀 했었지만 그건 뭔가 정말 체력이 없으면 아예 일을 못하겠으니까 그런 것이었지 이렇게 일하는 내내 온마음을 다하기 위해 운동을 해본 적은 없다. 나는 무슨 일을 해야 진심으로 그것을 위해 공원을 몇 바퀴나 뛰게 될 수 있을까? 그런 일을 만나고 싶다.  

세 번째, 고객도 만족하고 직원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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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다음주 수요일 팬메이커에서 이어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당신의 팬인 '팬메이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