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구는 '오늘의 집'에 없어요. - 베이직가구 下

#4 한 번 만나보기만 하자고~

오랜 시간 절대 나만의 것이 될 수 없는 누군가를 동경하며, 즉 누군가의 팬으로 살면서 날 달랬던 말은 ‘아름다운 장미는 소유하지 못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구매 여부를 떠나서 난 이 ‘베이직 가구’라는 브랜드의 가구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에 차 있는 친구 C가 드라이브하자고 하길래, 냉큼 인천에 있는 베이직가구 쇼룸에 가자고 했다. 

‘못 사도 한 번 보기라도 하자고~’

뉴스레터에 소개하고 싶으니까, 만약 대표님이 있으시면 만나서 겸사겸사 짧게라도 얘기 나누면 더 좋고! 이런 사심을 담은 내 제안에 마침 C도 마음에 드는 침대 프레임을 고르지 못해 계속 바닥에서 자고 있다며 오케이 했다. 

‘잠시만, 넌 이사한지 반년도 넘었잖아?’

역시 친구는 끼리끼리인 걸까? 잠깐 무서웠다.

#5 무용담보다 재미있었던 건 

도착한 쇼룸은 깔끔하고 가구도 엄청나게 많았다. 

‘음, 역시 가구는 원목이지~’

난 뭔가를 알게 되면 금방 그것에 취하는 편이다.

어쨌든, 우린 1층부터 4층까지 여러 침대들은 물론 다양한 가구들을 보며 즐겁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수많은 가구에도 C가 원하는 바로 그 침대는 없었다. ‘바로 그 침대’는 쇼룸의 여러 침대의 특징을 조합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1층으로 돌아왔다. 혹시나 싶어 데스크에 대표님이 계시냐고 물었더니, 곧 있으면 고객 응대를 마치고 오실 거라고 직원분께서 말씀 주셨다.

대표님이 출근하시는 날이라니! 행운이라 생각하고 냅다 1층 쇼룸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님을 뵐 수 있었고 까다로운 내 친구를 팬으로 만든 브랜드가 궁금해서 찾아왔다는  말씀을 드리며 인터뷰를 요청드리니 대표님은 친구가 기억난다고 하시며 감사하게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인터뷰의 시작으로 어떻게 이런 브랜드를 만드시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여쭤보니, 

“아휴 말하자면 아라비안나이트보다 길어요~”라고 하시며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렇게 2시간이 훌쩍 넘었다.

대표님은 말씀하셨다.

“아직 백분의 일도 얘기 안 했습니다.”

백분의 일로 충분한 것 같아요. 하하.

길고 긴 이야기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산전수전’이었다. 가구에 있어서는 안 해보신 게 없었다. 목재 보관, 수입, 수금, 배달, 영업, 제조까지.

우선 아버님이 가구회사를 다니시다가 공방을 차리셨기에 10대 때부터 목재를 다루셨다고 한다. 신기한 건 험하고 힘든 일임이 분명했는데도 그때부터 가업으로서 가구 일을 하겠다 결심하신 것이다. 공부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셨기에, 성공하기 위해는 일찍이 가구로 한 우물을 파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크게 될 사람은 역시 다르구먼.’ 

하지만 냉정해지자. 고객은 그의 고생을 생각해서 가구를 사주지 않는다. 고객을 팬으로 만든 핵심이 무엇이었을까? 듣고 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오랫동안 좋은 가구를 합리적인 가격에 팔았기 때문이다. 너무 교과서 같은 말이라 재미없나? 글쎄, 그렇다면 그는 드물게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왜 그렇게 남들 다 보는 재미를 보지 않았을까? 재미 최우선형 인간인 나는 이야기 중간중간 같은 질문을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셨어요?”

사람의 인생은 이름 따라, 아니 브랜드 따라간다고 했던가. 내 질문에 그의 대답은 계속 단순했다. 

“내가 고객이라도, 그래야 납득이 가니까요” 

그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재미 본 업체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고 한다. 한때 다들 아는 유명 브랜드였는데도 말이다. 이 글에 브랜드 이름을 직접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들어보니 정말 내가 아는 브랜드들이었다. 의외로 가구 브랜드들의 수명은 짧았던 것이다. 제일 재미없어야 제일 오래 재미를 볼 수 있다니. 역시 세상은 재미있다.

#6 기본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언제나 고객을 향해있는 것.

인터뷰를 마친 후에, C는 침대 관련 상담을 받았다. 친구가 고양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조건이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고 말하자 그는 마침 반려묘와 같이 있는 가구가 늘어난다고 하던데, 이번에 니즈를 알 수 있겠다며 까다로운 고객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친구가 원한 특징과 이에 따라 대표님이 제안한 사항들이 반영된 디자인이 협의되었다. 수종은 블랙러버로 결정되었다. 월넛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더 넓은 경우 또는 사용자가 나이대가 더 높은 경우에 추천하신다고 한다. 

그렇다. 마침내 약 반년을 침대 없이 살아온 내 친구 C가 침대를 산 것이다.

맘에 드는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구매한 기뻤던 C는 구매를 결정하고 나가는 길에 대표님에게 말했다.

“감사해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많이 일해서 많이 벌어야죠.”

와, 역시 대쪽 같은 분. 근데 이상하게 나도 돈을 좀 더 모아 재미없는 이곳에서 꼭 내 스툴을 사고 싶어졌다.

‘스툴 없이 1년 정도 더 살 수 있잖아?’

이래서 조금 재미없어도 기본이 탄탄한 아티스트들의 팬들이 오래가는 걸까. 근데 재미있는 경우에도 오래가는 팬들이 있긴 한데. 흠, 적어도 하나 확실한 건 팬들한테서 ‘(경제적) 재미만 보려고’ 구는 아티스트는 사라지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궁금해진다. 나의 기본은 무엇일까? 모르겠지만, 우선 이 뉴스레터부터 밀리지 않고 쓸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베이직 가구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에는 무려 45만명의 팝송을 책임지고 계신 분과 함께합니다!🎵

💗예고편💗

💗글쓴이💗: 정혜린
🤔감수자🤔: 윤찬율, 허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