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을 통해서 AI의 미래는 생각보다 충격적일 수 있다는 글을 다뤘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AI에 대해 환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멋진 기술이긴 한데, 이러다가 우리가 모두 대체되고 굶어죽게 되면 어떡하나요?
이에 대해, 이번에는 반대의 입장을 다뤄볼까 합니다.
현재 있는 자동화 기술의 대단함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자동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 패턴을 통해서요.
플라잉셔틀, 대량 실직을 만들다! 그런데..
약 300년 전 옷을 만드는 방법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겨납니다.
바로, 면직물 직조기기인 플라잉 셔틀(Flying shuttle)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기 덕분에 면 만드는 생산성이 무려 4배가 늘어났습니다.
우와! 사람 혼자서 네 명 분의 일을 하게 된 것이죠.
그럼 어떻게 되었을까요?
기존에 면을 짜던 사람들이 대량 실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계를 제작한 존 케이는 실직자들의 아우성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하게 될 정도였다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재밌는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중산층이어도 새 옷은 1년에 한 번 정도 살 수 있었는데요.
옷 가격이 갑자기 싸진 것입니다.
덕분에 1년에 여러 번 새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패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구요.
그리고 영국의 GDP는 이전 경제성장률 최고치의 2배를 달성하게 되었고(이전 : 0.14%, 이후 : 0.27%), 곧 이는 산업혁명의 방아쇠로 이어지게 됩니다.
수요가 늘어나자, 면을 짜던 사람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많아졌습니다.
타자기가 등장하자 손으로 글을 쓰던 사무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1880년, 타자기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아는 바로 그 타자기입니다.
그 전까지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글을 써야 했었고,회사나 가게에서는 그대로 글을 베껴 쓰는 사무원(Clerk)이 수두룩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타자기 덕분에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것보다 10배 더 빨리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죠.
그 많던 사무원(Clerk)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무원 직업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다만, 그들은 글을 쓰는 데에 더 이상 시간을 쓰지 않게 되었을 뿐입니다.
대신, 회계나 운영, 전략 등 다른 영역에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엑셀은 대량 실직을 만들었을까?
저번 글에서 다루었던 1979년, 댄 브릭린이 엑셀을 발명했을 때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전까지는 스프레드시트를 사람이 줄을 치고 직접 그렸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전자스프레드시트가 나오자, 손으로 스프레드시트를 그리던 일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회계를 담당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예상하셨겠지만, 늘어났습니다.
스프레드시트 자체를 만드는 데에 시간을 적게 쓰게 되니, 이제는 이를 이용한 계산을 더 많이 하게 되었고,이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제본스의 역설 : 효율적이게 되면 더 한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증기기관이 점점 효율적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죠.
“증기기관이 효율적이게 되면, 우리는 석탄을 적게 쓰게 되겠네!!!!”
하지만 영국의 경제학자 제본스는 이와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ㄴㄴㄴ... 증기기관이 효율적이게 되면, 현재 쓰는 곳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증기기관의 힘이 쓰이게 될 것이고...이는 수요를 늘리고, 이에 따라 우리는 석탄을 더 많이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석탄소비량은 실제로 그의 예측대로 되었습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 효율성이 높아지면 오히려 더 많은 필요를 만들게 된다는 것인데요.
그의 이름을 따, “제본스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플라잉 셔틀과 타자기, 디지털 편집기술은 기존 일을 없애긴 했지만, 덕분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는데, 이거 다 제본스의 역설에 해당합니다.
나영석 피디도 침착맨 채널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죠.
“90년대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편집을 했었다.
그래서 밤을 새더라도 테이프 몇 개밖에 편집할 수 없었다.
이것이 디지털로 되면 사람들이 편집을 덜하고 쉴 줄 알았다.
그런데 더 많은 테이프를 찍고, 여전히 밤 새서 일하더라.”
요것도, 제본스의 역설이겠죠.
200년간 직업의 변화
제본스의 역설은 지난 200여 년간 계속해서 반복된 공식이기도 합니다.
최근 200여 년간의 직업의 변화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을 보면 :
직업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농업이 3%로 줄어들었고
그 사이에 상상도 못한 새로운 산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실제로 기존의 직업은 일부 자동화에 따라 대체되거나 없어졌긴 했습니다.
하지만 총 일자리의 수는 감소하지 않았고,오히려 새로운 필요가 생겨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경제는 성장해 왔죠.
AI로 인한 자동화는 앞으로 어떻게 바꿀까요?
자동화는 우리의 손과 발을 대체해왔습니다.
그리고 ChatGPT를 대표로 한 AI는 우리의 뇌를 대체하려고 하는 것 같고,
이제 더 이상 우리가 할 일은 아예 없어질 것만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자동화로 인한 두려움은 반복되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기존 일에 익숙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과도기를 겪어야만 했죠.
하지만, 역사적으로, 효율성은 항상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왔기에, 이번에는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 보다 상식적입니다.
AI로 자동화가 많이 되는 만큼, 우리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이 생겨날 것입니다.
다만 그 일이 무엇인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1900년대 초에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현재의 ‘유튜버’ 나 ‘영상 편집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존재에 대해 알 수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이번 AI 자동화 물결은 도입 속도도 빠르고, 규모도 매우 크다는 것이 걱정입니다.
기존에 플라잉셔틀이 4명 분의 일을 1명이 하게 했지만, 상담사 AI는 수십명의 일을 혼자서 할 수 있게 될 수 있으니까요.
이들은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가 받는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AGI (인공일반지능)이 생기면 모든 직업이 없어지지 않냐구요?
글쎄요. 저번 글에서는 AGI가 머지 않았다고 했지만, 현재 인공지능은 단순히 추측 기반이기에 AGI가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AGI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에, 섣부른 예측은 할 수 없을 뿐입니다.
* 본 글은 해외 AI and automation of work 라는 글의 일부를 차용하고,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작성 되었습니다.
* 본 글의 원문은 바티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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