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엑셀의 역사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번 시간에는 엑셀의 매력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ㅋ
굳이 세가지로, 어그로 끌기 좋은 순서로 나열했습니다.
세줄요약 하자면..
1. 엑셀은 프로그래밍을 하는지도 모르게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다.
2. 엑셀은 표라는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제공하여 사람들이 익숙하게 쓰게 만들었다.
3. 엑셀은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의 자유로움을 갖췄다.
1.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엑셀이다?
Statistic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는 약 2700만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javascript로서, 약 63%가 사용하는데, 약 1,700만명 정도 입니다.
그런데, 이 순위에 빠뜨린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엑셀입니다. 🥰
아니, 엑셀이 프로그래밍 언어라구요?
네, ㄹㅇ입니다...;;
사실 프로그래밍(코딩)이란 코드를 보고 짜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엑셀 수식, =A1 * B1 이나 =SUM(A1:C1)은 사실 모두 프로그래밍입니다.
열에 필터를 걸거나, 정렬을 하는 것도 프로그래밍이죠.
그렇다면 왜 우리가 코딩을 하는지도 몰랐을까요?
엑셀 프로그래밍은 일단 원하는 함수를 먼저 쓰고 =SUM(),
거기에 원하는 셀만 마우스로 착착!! 클릭하면 =SUM(A1:C1)
끗입니다.
이 사용이 너무 쉽고 자연스러워 우리가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것을 잊었을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엑셀의 매력입니다.
(*TMI : 이런것을 선언형 프로그래밍(Declarative Programming)이라 하는데, 일단 원하는 것부터 적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일반 코딩은 조금 다르죠.
int a =3 , int b= 5, int c = a+b 뭐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깨알같이 적어야 합니다.
이런 방식은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기는 하지만, 뭐 어쨌든 어렵긴 합니다.
(*TMI : 이런걸 명령형 프로그래밍(Imperative Programming)이라 하고, 절차와 로직을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엑셀 사용자는 최소 11억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javascript 프로그래머보다 약 100배 정도 많죠.
우리는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래밍을 해왔으니, 우리는 모두 노코드 프로그래머였던 셈입니다. 🥳 (어서 자랑하세요!!!!!)
그래도, 여기에 개발자 분들은 화내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건 정식 개발언어가 아니지 않느냐???!
사실3년 전까진 아니었긴 합니다만.... 21년 1월, 엑셀이 튜링완전언어가 되었습니다.
갑툭튀 튜링 완전언어가 뭐냐구요??
쉽게 말해, 언어나 시스템이 튜링 완전하다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즉, 이론상으로는 엑셀로 파이썬, 자바스크립트에 쓰던 코드 로직을 그대로 엑셀로 짤 수 있는 것이죠.;;
2. 인류와 함께 숨쉬어 온 ‘표’를 기본으로 이용했다
사실 엑셀의 진정한 매력은 프로그래밍이 쉽다는 것 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그 기본 형태, 표에 있습니다.
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합니다.,
카페 메뉴판도 표로 되어 있고, 생활기록부도 표로 되어있고, 연말정산도 표로 되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표는 개오래되었습니다.
무려 3천800년 이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문명에서 회계 용도로 사용되었으니까요;;;; (BC 1900~1300)
역시 돈문제는 사람들을 발명하게 합니다. ㅋㅋ
이 때는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이기에, 표는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고자 하는인류의 욕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다산 정약용이 세금을 공정하게 걷기 위해서 고안해 최초로 사용했는데, 덕분에 몇년 걸리고 부정확했던 일을 며칠만에 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이 개쩔었다고.... (자세한 내용은 요기서)
어쨌든 표는 오랜 세월 만큼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사용되며, 우리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엑셀은 표에 대한 익숙함을 지렛대 삼아 행/열로 이루어진 화면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단한 교육 없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도 자신의 성적을 엑셀에 기록할 수 있고
은퇴하신 75세 할아버지도 친구들 주소를 입력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넓은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디지털 임에도 아날로그의 자유로움을 갖추었다.
우리는 흔히 아날로그는 촌스럽거나 나쁘고 디지털은 세련되고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명 정보의 저장 측면에서는 디지털이 더 많은 것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면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죠.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때를 생각해 봅시다.
글을 쓸 때, 커서가 벗어나는 곳에 글을 적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정해진 줄을 따라서 적어야만 하고, 색깔이나 크기를 바꾸려면 반드시 정해진 버튼을 클릭해야 합니다.
즉, 디지털은 글을 쓰는 경로가 더 딱딱하게 제한되어 있기에, 자유도가 떨어집니다.
반면, 노트에 글을 쓸 때를 생각해보죠.
글을 쓰다가 자유롭게 줄을 벗어나 밑으로 쓸 수도 있고, 세로로 쓸 수도 있습니다.
크기를 바꾸고 싶을 때도 특정 버튼을 클릭할 필요 없이, 손놀림만 조금 더 크게 하면 됩니다.
아날로그는 경로 제한이 적기에,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폰으로 글을 쓰면 뭔가 답답한데, 종이에 글 쓰면 시원한 마음이 드는 때가 있지 않은가요?
그건 여러분이 틀딱이어서가 아니라, 아날로그가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엑셀은 이런 디지털의 한계를 넓혔습니다.
엑셀의 기본은 테이블이지만, 행/열의 개수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또한, 각 너비나 높이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숨기거나 펼칠 수 있으며, 색깔도 넣을 수 있죠.
또 글자나 숫자 뿐만 아니라 차트나 이미지, 다양한 버튼도 삽입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엑셀은 디지털임에도 입력의 자유도가 상당히 높고,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줍니다.
물론 엑셀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엑셀은 뭐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는 최적화되지는 않는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서는 Monday, Smartsheet 같은 SaaS가 낫고, 데이터 관리는 Airtable이 낫습니다.
앞으로 엑셀은 얼마나 지속될까요?
약 40년을 살아남았으니, 앞으로 40년은 더 살아남으려나요? ("살아온 만큼 더 산다" 이런 이론을 린디효과라고 하더라구요. )
엑셀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
더 알아보기
- 엑셀 2부작을 쓰는데 Excel Never Dies 라는 글에서 많은 영감과 정보를 받았고, 이 글은 이에 각색하고 제가 리서치한 자료를 첨부했습니다. 엑셀에 대해 더 자세한 스토리가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 바티AI 는 한국의 엑셀을 이용한 자동화 스타트업으로서, 엑셀에 자동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바티를 사용해 보세요. 본 글의 원문도 바티 블로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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