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코드의 왕, 엑셀은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해왔나? (1)

인간 계산기의 슬픔으로부터 탄생한 엑셀, 소프트웨어의 왕이 된 이야기

2024.01.31 | 조회 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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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낫프로덕

좋은 프로덕트가 피어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Fear Not Product.

 

 

피어낫프로덕은 유용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가 생각하기에 재밌는 IT/스타트업 이야기를 다룹니다. 한번 구독해 보세요. 

 

요약

1. 공돌이를 화나게 하면 스프레드시트를 만든다.

2. 스프레드시트 전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은 매킨토시와 결합한 덕분에 승리하였다.

3. 엑셀은 지금도 진화중이다. 

 


엑셀, 어떻게 살아남았나?

소프트웨어의 역사는 짧습니다.불과 50년 남짓 정도 됩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너무나도 많이 변해왔습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토스,배민, 쿠팡, 당근마켓, 인스타그램을 쓰는 사람들은 10년전만 해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년 반 전만 해도 chat GPT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그런 상전벽해의 환경 속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아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소프트웨어가 있는데, 그게 엑셀입니다.

마치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해파리 같죠 ㅋㅋ

 

엑셀
엑셀
아니이런 공룡일까요?
아니이런 공룡일까요?

도대체 엑셀은 어떻게 탄생했고 변화해 온 것이길래 이렇게 살아남았을까요?

앞으로 2부작을 통해 엑셀에 대해 다룹니다.

오늘은 엑셀의 역사,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알아보기로 합니다.


1978~1981 : 공돌이에게 계산을 그만 시켜라. 그러면 뭔가를 만들거니까!

1978년, 댄 브릭린(Dan Bricklin)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생이었습니다.

수업에서는 매번 여러 기업의 사례를 다루었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엄청난 양의 숫자를 계산했어야 했죠.

그는 인간 계산기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눈높이/구몬 풀 때 그러지 않았나요?)

Dan Bricklin이 사례연구 수업에서 실제로 했던 계산들(출처 : Dan Bricklin TED)
Dan Bricklin이 사례연구 수업에서 실제로 했던 계산들(출처 : Dan Bricklin TED)

 

그러던 중 그 인간 계산기(?)에게 더 슬픈 일이 하나 일어납니다.

처음 숫자 하나를 실수로 틀려 버린 것이죠.

그리고, 뒤에 이 숫자를 이용한 모든 값도 잘못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OMR카드에 답을 밀려쓴 것과 같다고 해야할까요?

 

 

그는 이런 일을 다시는 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그는 공돌이였습니다 (MIT를 졸업하고 여러 컴퓨터 업체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보유 )

그리고 상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값을 컴퓨터에 가상의 스프레드 시트에 입력하고 자동으로 계산하게 하면 어떨까?"

"자동으로 계산하게 하려면 명확한 위치를 컴퓨터가 알아야 할텐데, 열과 행에 번호를 붙이면 어떨까?"

그는 친구와 함께 이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초의 엑셀, Viscalc가 탄생하게 됩니다.

물론, 학교 숙제도 아주 쉽게 하기 시작해서 교수님이 이상하게 봤죠 ㅋ 

Viscalc 첫버젼. 그래픽만 구리지 레이아웃은 지금 엑셀과 거의 똑같지 않나?
Viscalc 첫버젼. 그래픽만 구리지 레이아웃은 지금 엑셀과 거의 똑같지 않나?


그리고 Viscalc는 개인용 컴퓨터 붐을 이끈 애플2에 탑재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의 히트작이기도 하죠. 

그리고 수많은 슬퍼하는 인간계산기를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Viscalc는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그 세월은 오래 가지 못했죠.

이후 이른바 ‘스프레드시트 전쟁'으로 알려진 대해적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개봉박두!!!

 

 

 

1981~1985 : 퇴사한 직원이 다니던 회사를 인수한다?

 

전쟁의 시작은 한 직원의 입사로 시작되었습니다.

1981년, Viscalc는 경쟁사 스프레드시트인 VisiPlot/VisiTrend란 프로그램의 차트 기능이 탐났습니다.

결국 100만달러를 주고(지금으로 따지면 100억정도 되지 않을까용?!) 그 회사를 인수했고,

이것을 만들었던 Mitch Kapor는 Viscalc의 직원이 됩니다.

 

하지만 Mitch Kapor는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합니다.

그리고 불과 1년 뒤인 1983년, Lotus 1–2–3라는 경쟁제품을 출시해 버립니다.

아, 상도덕이 없죠.

그런데, Viscalc에 인수당할 때, Mitch Kapor의 퇴사를 막는다거나, 경쟁제품 막는 조항 등을 넣지도 않았다고 하고 이를 Mitch Kapor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죠...😅

 

아무튼, Lotus 1–2–3는 IBM PC에 최적화되어 속도도 빨랐고 차트도 훨씬 더 멋지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시장을 독점했죠.

출시 첫해에 530만 달러를 벌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1985년, Viscalc는 거의 팔리지 않았고, 결국 Lotus에 인수되어 버립니다.

(헐!!!)

 

 

 

1985 ~ 1993 :  '그 소프트웨어'가 나타나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스프레드시트를 내긴 했는데(Multiplan이라는 제품입니당), Lotus에 고전 중이었습니다..

이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Lotus를 이기기 위해 새로운 스프레드시트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두 가지 기능을 탑재했었죠.

 

첫째, 계산을 개선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당시 Lotus는 셀 값 하나만 바꾸어도 나머지 모든 값들을 다시 계산해야 했기에, 처리속도가 느렸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제로 반영된 부분만을 계산하도록 하여 속도를 높였습니다.

 

둘째, 인터페이스를 개선했습니다.

1984년, 최초의 GUI(Graphical User Interface) 컴퓨터 매킨토시가 출시되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게 정답이라 생각했죠. (그래서 윈도우까지 만들었겠죠?)

그래서 새로운 스프레드시트 첫버젼을 매킨토시용으로 만들었고(헐!) 최적화된 마우스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했습니다.

 

그 소프트웨어가 다들 아시는,  '엑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의 첫버젼. 매킨토시에 처음으로 탑재되었다 ㅋㅋ  지금과 진짜 비슷하지 않나여?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의 첫버젼. 매킨토시에 처음으로 탑재되었다 ㅋㅋ  지금과 진짜 비슷하지 않나여?

 

이후 엑셀은 서서히 Lotus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 93년부터는 스프레드시트 1위에 올랐고, 95년부터는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엑셀 점유율, 놀랍지 않습니까?
엑셀 점유율, 놀랍지 않습니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프레드시트 전쟁에서만 이긴 것이 아니라, 운영체제 전쟁에서도 이겼습니다.

매킨토시의 GUI를 철저히 벤치마킹하여 만든 운영체제인 <윈도우>는 PC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라는 업무용 제품군에 엑셀을 넣었고, 윈도우에 아주 쉽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번 잡은 스프레드시트 1위 시장을 놓지 않았습니다. 

무려 지금까지요.

 

엑셀 버젼 업데이트에 따른 아이콘 변화
엑셀 버젼 업데이트에 따른 아이콘 변화

 

물론, 약간의 변화는 있었습니다.

2006년에는 Google Sheet가 출시되었는데, 브라우저에서 바로 다른 사람과 공동편집을 할 수 있는 것이 주요 기능이었습니다. 

덕분에 Google Sheet는 스프레드시트에서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되었죠. 

 

 

 

 

엑셀의 진화과정

지금까지 진화해온 엑셀을 세대별로  (+제 마음대로)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의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1세대 : 터미널 기반 (예: Viscalc, Lotus)

* 2세대: GUI 의 기반 (예: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 3세대 : 웹&협력 기반 (예: Google Sheet)

그렇다면 4세대 엑셀은 무엇일까요?

4세대 엑셀은 특정 기능에 특화되며, 다른 서비스와 결합하여 더 실무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여태까지의 엑셀은 엑셀 내에서만 작동했다면, 4세대 엑셀은 엑셀 밖으로 벗어나는 것입니다.


 

4세대 엑셀의 예시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에어테이블(Airtable)

노코드 툴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거쳐가는 에어테이블 입니다.

에어테이블(airtable)은 엑셀의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연동하기 쉽게 만든 데이터베이스(DB)입니다.

특히 Zapier같은 자동화 서비스와 결합하면 백엔드 개발 없이도 다양한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다음과 같은 기능이 가능하죠. 

- 고객이 회원가입하면 에어테이블 DB에 정보를 저장하고, 고객에게 환영 이메일을 보냅니다.

- 영어 기사를 에어테이블 DB에 정보를 저장하면 chatGPT로 한국어로 기사요약을 합니다. 

- 내가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하면, 에어테이블에 저장하고, 형식을 변환하여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에어테이블의 23년 매출은 $1.5M , 밸류에이션은 $11B에 달합니다. 

 

2. 스마트시트(Smartsheet)

스마트시트는 스프레드시트이지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특화되었습니다.

시트 단위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칸반 뷰, 간트 차트, 캘린더 뷰 등 여러 뷰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또한, 업무관리용 소프트웨어(예: 세일즈포스, 슬랙, 팀즈, 지라 등등)와 연동이 좋습니다.

23년에는 엔터프라이즈 업무 관리 부문에서 최초로 연간 반복 매출(ARR)이 $1B를 넘겼습니다.

 

3. 바티AI (bati.ai)

바티는 국내의 4세대 스프레드시트로서,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내 서비스에 조금 더 특화되어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기, 네이버 검색어 가져오기, 카페24 데이터 가져오기 등이 가능하며, 발주서 템플릿 등 국내 영업하기에 적절한 형태로 제공합니다.

바티AI로 대량 자동 생성되는 견적서
바티AI로 대량 자동 생성되는 견적서

23년에 시드 펀딩을 받고, TIPS에 선정되며 성장해 나가는 추세입니다.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진화합니다.

인간 계산기가 슬퍼했기에, 엑셀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사람들은 엑셀을 통해 자동화의 혜택을 받았죠.

그리고 이제는 엑셀을 통한 단순반복 업무를 슬퍼하게 되었고,이제 그것을 자동화해주는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것을 자동화하게 되면,또 다른 슬픔이 존재할 것이고,우리는 다시 이것을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더 알아보기

엑셀의 창시자, 댄 브릭린의 TED 발표를 들어보세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군의 발전과정을 보세요

- 본 글의 원문은 바티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인프런에서 코드 없이 앱을 만드는 플러터플로우 강의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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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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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months 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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