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인간에게 단순한 도구였는가.
인간과 기술은 어떻게 서로를 변화시켜 왔는가.
※ [기술인문학]은 기술을 철학의 한 주제로만 다루지 않습니다. 인류학·고고학·매체이론·정신분석·문학과 예술·정보이론·인지과학·AI 연구를 가로지르며, 기술이 인간의 기억과 지각, 사고와 주체, 사회와 문화의 형성에 어떻게 관여해왔는지를 살핍니다.
강의개요
AI가 언어를 생성하고 이미지를 만들며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이제 기술은 단순히 일을 빠르게 처리하거나 인간의 능력을 보조하는 도구로만 경험되지 않는다. 우리는 AI와 대화하고, 판단을 맡기고, 기억을 저장하며, 때로는 그 결과를 보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그래서 AI를 둘러싼 논쟁은 사고와 기억, 감정과 의식,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온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기억과 몸짓, 말과 셈을 기호와 도구, 기록의 형태로 외재화해 왔고, 그 흔적을 다시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법을 익혔다. 기술의 역사는 새로운 도구가 차례로 등장한 역사만이 아니라, 이 외재화와 되읽기의 방식이 반복해서 재편되어 온 역사이기도 하다. 돌도구는 인간의 손과 행위를 변화시켰고, 문자와 쓰기는 기억과 기록의 관계를 바꾸었으며, 인쇄·사진·축음기·영화는 지식과 감각이 기록되고 전달되는 조건을 다시 조직했다. 사이버네틱스와 정보이론은 생명과 기계를 정보·피드백·통제라는 공통 언어로 설명하기 시작했고, 컴퓨터는 계산과 기호 처리의 여러 과정을 자동화했다. AI는 이 긴 역사 위에서 등장한다. 다만 AI에서는 인간이 남긴 언어와 이미지, 판단의 흔적이 계산 가능한 관계로 재조직되어 새로운 형태로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렇다면 기술을 단순히 수단이라고만 볼 수 있는가. 기술이 오랫동안 인간의 행위와 기억, 사고의 조건에 관여해왔다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리고 왜 오늘날 AI에 이르러 이 오래된 문제가 다시 기억, 무의식, 주체, 의식의 문제로 나타나는가.
이 강의는 이 질문을 장기적인 시간 속에서 읽는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는 ‘AI 시대, 기술은 어떻게 인간의 조건이 되는가’다. 이에 접근하려면 먼저 우리가 무엇을 ‘기술’이라고 부르고 있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Season 1은 그 출발점에서 하이데거가 던진 ‘기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읽는다.
전체 시리즈는 대략 다음의 문제들을 오간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 기억과 기록 — 무의식과 주체 — AI와 무의식 — 정보와 계산 — 비의식적 인지와 기술적 매개 — 기계지능과 의식 — 자동성과 자율성
이 시리즈는 기술이라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의 담론을 교차시켜 읽는다. 하나의 질문을 중심에 두고 서로 다른 분야의 텍스트를 넘나들며, 그 질문이 어디에서 달라지고 확장되며 다시 돌아오는지를 추적한다.
시즌 구성
Season 1. 기술은 무엇을 드러내는가
— Heidegger,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1953/1954
우리는 흔히 기술을 인간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들고 사용하는 도구로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로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Season 1은 이 질문을 하이데거와 함께 되짚는 데서 시작한다. 하이데거는 기술을 단순히 도구나 인간의 활동으로 환원하지 않고, 하나의 ‘드러냄(revealing)’의 문제로 옮긴다. 왜 기술의 문제에서 진리와 드러냄의 문제가 등장하는가. 근대 기술은 이전의 기술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이 관점에서 오늘날 AI를 다시 본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중심 텍스트는 하이데거의 「기술에 대한 물음」(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글의 핵심 논증을 따라가면서 기술을 도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유할 때 어떤 질문이 가능해지는지를 탐구한다. 필요한 지점에서는 하이데거의 다른 텍스트와 기술철학 논의를 연결.
- 마르틴 하이데거, 《강연과 논문》, 이기상·신상희·박찬국 옮김, 이학사, 2008.
- Martin Heidegger,
Season 1 회차 구성
- 1회 (9/17) 기술은 도구인가—올바름과 참됨의 구별
- 2회 (10/1) 포이에시스에서 탈은폐(Entbergen)로
- 3회 (10/15) 도발적 요청(Herausfordern)과 부품(Bestand)
- 4회 (10/29) 몰아세움(Ge-stell)과 역운(Geschick)
- 5회 (11/12) 자유, 위험, 구원
- 6회 (11/26) 예술, 그리고 기술을 다시 묻기
※ 정해진 분량이나 하나의 해석을 완성하려 하기보다, 각 텍스트가 질문에 무엇을 열어주고 어디에서 다시 질문을 남기는지에 주목합니다.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 경우 영문판을 함께 참고하며, 핵심 개념이나 논증의 의미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는 원문을 대조. 정밀 강독보다는 텍스트는 좁게 읽고, 문제는 넓게 연결하는 방식을 지향.
이후 시즌에서 다룰 주제
기술은 어떻게 인간과 함께 진화했는가 —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
강사의 논문 “Two Technological Singularities: Recursive Exteriorization and Human–Technics Coevolution from Deep History to AI”를 출발점으로 Bergson, Leroi-Gourhan, Simondon, Stiegler, Yuk Hui 등을 함께 읽는다. 도구와 신체, 진화, 외재화, 기술적 대상의 문제를 살피며, 인간이 기술을 변화시켜온 과정과 기술이 다시 인간의 지각과 기억, 행위와 사고를 변화시켜온 과정이 어떻게 맞물려왔는지를 따라간다. 인간과 기술은 언제부터 서로를 변화시켜왔으며, AI는 이 긴 역사에서 무엇이 다른가.
기억은 어디에 저장되는가 — 기억의 외재화
Bergson, Freud, Derrida, Stiegler, Kittler, Hayles, Proust 등을 통해 기억흔적, 글쓰기, 기록매체, 비자발적 기억과 기술적 기억을 함께 읽는다. 기억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남으며 그 매체가 기억 자체를 어떻게 바꾸는가.
무의식이란 무엇인가 — 무의식의 여러 계보
Freud와 Lacan을 중심으로 기억, 반복, 기표, 욕망, 주체를 읽고, Panksepp, Solms, Koch, Hayles 등의 논의와 비교한다. 정신분석이 말하는 무의식과 신경과학·인지과학이 다루는 비의식적 과정은 같은 것을 가리키는가. Hayles의 cognitive nonconscious는 이들과 무엇이 다른가.
AI는 무의식을 어떻게 재배치하는가 — 재내재화, 시차, 결여
강사의 학술대회 발표문 “기술과 무의식: 인공지능 시대, 정신분석의 조건을 다시 묻다”와 저서 《AI 이미지와 실재》(10월 출간 예정)를 중심으로, Freud와 Lacan의 반복·사후성, Stiegler의 Automatic Society, Yuk Hui의 Recursivity and Contingency를 함께 읽는다. 인간이 외재화한 언어와 기억이 AI의 계산을 거쳐 다시 언어와 이미지로 돌아올 때, 반복과 지연, 결여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AI의 즉각적인 응답은 이전의 기술적 매개와 무엇이 다르며, 무의식의 문제를 어디에서 다시 묻게 하는가.
인간과 기계는 언제 같은 언어로 설명되기 시작했는가 — 정보가 된 생명과 정신
Schrödinger, Wiener, Shannon, McCulloch–Pitts, Maturana–Varela 등을 따라 생명과 정신, 기계가 정보·엔트로피·피드백·통제·계산이라는 언어 안에서 함께 설명되기 시작한 순간을 살핀다. ‘생명과 기계를 같은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는 발상은 오늘날의 AI에 어떤 길을 열었는가.
의식되지 않는 과정도 인지인가 — 비의식적 인지와 기술적 매개
Hayles의 Unthought를 중심으로 How We Became Posthuman, Bacteria to AI 등을 함께 읽는다. 인지에는 반드시 의식이 필요한가. 의식되지 않는 과정도 인지라면 인간의 인지는 신체와 환경, 기술과 어떤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가.
기계는 생각하는가 — 기계지능과 의식
Turing, Searle, Minsky, Brooks, Dennett, Chalmers, Žižek과 최근 LLM, AI agent, machine consciousness 연구를 함께 읽는다.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는가’ 이전에, 우리는 무엇을 ‘생각한다’고 부르고 있는가. 인지와 사고, 이해와 의식의 문턱은 어디에 놓이는가.
누가 만들고, 무엇이 스스로 생성되는가 — 자동성과 자율성
Automatic writing과 automatic drawing, 생성예술, 컴퓨터아트, 뉴미디어아트와 생성형 AI를 함께 본다. automatism, automaticity, automation, autonomy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같은 말이 아니다. 무엇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고, 무엇이 기술에 위임되는 것이며, 무엇을 실제로 ‘자율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 위 목록은 시리즈 전체에서 다룰 주요 탐구 주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즌 순서를 뜻하지 않으며, Season 1 이후의 개설 순서와 세부 텍스트는 수업에서 제기되는 질문과 참여자의 관심, 동시대의 기술적 쟁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읽을 담론과 텍스트
1. 기술·인간·시스템
Heidegger의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Bergson의 《창조적 진화》, André Leroi-Gourhan의 Gesture and Speech, Gilbert Simondon의 On the Mode of Existence of Technical Objects, Bernard Stiegler의 Technics and Time, Automatic Society, Yuk Hui의 Recursivity and Contingency,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in China 등을 중심으로 도구, 신체, 진화, 기술적 대상, 외재화와 인간–기술 관계를 읽는다. 필요에 따라 Jacques Ellul, Hannah Arendt, Bruno Latour, Lambros Malafouris, Andy Clark 등의 논의 참조.
2. 기억·기록·쓰기·매체
Bergson의 Matter and Memory, Stiegler의 Technics and Time, Derrida의 Of Grammatology, Kittler의 Discourse Networks 1800/1900과 Gramophone, Film, Typewriter, Yuk Hui의 On the Existence of Digital Objects, Hayles의 My Mother Was a Computer 등을 통해 기억의 외재화와 기록매체, 디지털 대상의 문제를 읽는다. Freud의 기억흔적과 기록 장치에 관한 글, Walter Ong와 Marshall McLuhan의 매체론도 연결한다.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비자발적 기억과 시간의 문제를 함께 사유하는 문학적 텍스트로 참조.
3. 무의식·주체·욕망
Freud의 《꿈의 해석》과 무의식·기억·반복에 관한 주요 논문, Lacan의 세미나 I, II, IX, XI, XX와 《에크리》를 통해 자아와 주체, 기표의 연쇄, 반복, 사이버네틱스, 수학화와 실재, 욕망의 문제를 따라간다.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 푸코·라캉·르장드르》와 Michel Foucault, Pierre Legendre, Jacques Derrida, Félix Guattari 등의 논의를 연결하고, Jaak Panksepp, Mark Solms, Christof Koch, Julian Jaynes, Steven Pinker, N. Katherine Hayles 등의 서로 다른 무의식·비의식·인지 논의를 비교.
4. 정보·사이버네틱스·계산
Erwin Schrödinger의 What Is Life?, Norbert Wiener의 Cybernetics와 The Human Use of Human Beings, Claude Shannon, Warren McCulloch와 Walter Pitts, W. Ross Ashby, Gregory Bateson, Humberto Maturana와 Francisco Varela 등의 논의를 통해 정보·피드백·통제·계산의 언어가 생명과 기계를 어떻게 다시 설명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Max Bense의 정보미학과 생성미학, Philip Galanter의 복잡계와 생성예술은 정보·엔트로피·규칙·자율성·예측불가능성과 예술적 생성의 문제에서 참조.
5. 매체·포스트휴먼·비의식적 인지
N. Katherine Hayles의 Unthought: The Power of the Cognitive Nonconscious를 중심으로 cognitive nonconscious, 인간과 비인간의 인지, 인간과 기술 시스템이 이루는 cognitive assemblage를 읽는다. How We Became Posthuman, How We Think, Bacteria to AI는 관련 문제를 확장할 때 참조한다. 필요에 따라 Donna Haraway, Mark B. N. Hansen, Andy Clark, Thomas Metzinger와 embodiment, extended mind, distributed cognition 관련 논의를 연결.
6. AI·기계지능·의식
Alan Turing, John Searle, Marvin Minsky, Rodney Brooks, Daniel Dennett, David Chalmers, Slavoj Žižek 등의 논의와 최근 LLM, AI agent, machine consciousness, artificial consciousness 연구를 읽는다. 필요에 따라 Joseph Weizenbaum의 Computer Power and Human Reason, Hubert Dreyfus의 What Computers Still Can’t Do 등 초기 AI 비판의 주요 저작을 함께 연결한다.
7. 횡단축 — 문학·예술과 동시대 AI 쟁점
문학과 예술은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가 아니라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기 위한 교차 텍스트로 함께 읽는다. Proust의 기억과 시간, Freud의 Leonardo da Vinci 연구, 초현실주의의 automatism과 automatic writing·drawing, 사이버네틱·컴퓨터·생성예술, 뉴미디어아트와 AI 작품 등을 필요에 따라 연결한다.
동시대의 논의는 고정된 읽기 목록으로 두지 않는다. AI와 기억·욕망·정신분석·의식, 인간–AI 관계, AI 치료, 알고리즘적 정서 분석, 데이터와 노동, 판단의 외주화, 생성형 AI와 창작, 에이전트와 자율성 등 그 시점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문제를 기존 텍스트와 교차해 읽는다.
수강 대상
기술을 단순한 도구나 응용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억·사고·욕망·주체·의식과 연결된 문제로 깊이 읽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개념을 요약해 전달하는 교양 강의보다, 원전의 논증을 따라가며 질문을 오래 붙드는 연구형 과정을 지향합니다.
- 기술철학·정신분석·매체이론·문화연구·미디어아트·AI·인지과학 등 인접 분야의 대학원생·연구자
- AI·뉴미디어·기술문화 관련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 및 교육자
-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창작·기획·비평 작업과 연결해보고 싶은 예술가·창작자·기획자
- 서로 다른 학문의 원전과 동시대 기술 논쟁을 함께 읽고 토론하고 싶은 사람
강의 정보
- 강사: 권신경아
- 시즌 1 일정: 2026년 9월 17일–11월 26일 (9.17, 10.1, 10.15, 10.29, 11.12, 11.26)
- 격주 목요일 19:30–22:00 / 2시간 30분 내외
- 참여비: 15만 원 / 3개월 · 총 6회
- 참여 방법: Zoom
- 수업 구성: 중심 텍스트 해설 · 관련 논의 및 사례 연결 · 토론 및 문답(중간 휴식 없음)
- 문의: kwonshinka@gmail.com
※ 강의 녹화 영상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 카메라 ON 참여를 기본으로 합니다.
강사 소개
권신경아(權申庚娥)는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융합 연구자로, 매체미학·기술철학·정신분석·인공지능의 접경에서 인간의 감각과 기억, 사유와 주체가 기술과 함께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탐구한다. 이론과 예술적 실천, 기술의 실제 구조를 함께 살피며 인간과 기술을 오랜 시간 서로를 변화시켜온 공진화의 관계 속에서 읽는다.
“기술은 처음부터 도구였던 적이 없다”는 문제의식 아래, 구석기 시대의 석기와 기억의 외재화에서 오늘날 AI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인간의 행위·지각·언어·기억의 조건에 어떻게 관여해왔는지를 추적해왔다. 박사논문에서는 인공신경망의 계산 구조와 프로이트·라캉 정신분석을 연결해 기술적 주체와 실재의 관계를 연구했으며, 최근 한국현대정신분석학회에서 “기술과 무의식: 인공지능 시대, 정신분석의 조건을 다시 묻다”를 발표하며 기억의 외재화와 반복, 시차와 결여의 문제를 AI 시대의 무의식과 연결해 논의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로 연구를 이어가며 독립적인 강의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라캉의 기표·결여·실재와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의 계산 구조를 연결하는 《AI 이미지와 실재》를 집필 중이며, 기술철학·정신분석·정보이론·인지과학·문학과 예술 사이의 접점과 충돌을 따라가며 인간–기술 공진화(co-evolution)의 의미를 탐구한다.
참여 방법
참여비를 납입 <우리은행 1005-204-445780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한 뒤, 과목명, 성명,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적어 paideia21@gmail.com 으로 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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