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신경아입니다.
이번 메일에서는 최근 공개한 네 편의 글을 전합니다.
먼저 생성형 AI와 정신분석에 관한 글에서는 말하는 주체가 없는 기계 앞에서 인간의 욕망과 투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묻습니다.
잔존 프로젝트 관련 세 편의 글은 재개발 이전부터 시작되는 상실의 시간, 문화유산 제도가 기억을 선별하는 방식, 재개발이 집과 함께 삶의 권역을 해체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AI Phenomenology
AI와 정신분석은 왜 만나는가 — “무의식의 문제가 아니다”
AI와 정신분석을 연결하는 연구를 한다고 하면, 흔히 “AI에게도 무의식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받곤 합니다. 하지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생성형 AI에는 말하는 주체도, 욕망하는 주체도, 자신이 생성한 의미를 책임지는 자리도 없습니다. AI는 언어와 이미지를 생성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하며 그 말에 대한 욕망도 갖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AI의 내부에 무의식이 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빈자리에 인간이 무엇을 투사하는가입니다.
AI가 말하는 것처럼 보일 때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믿는지.
AI가 만든 이미지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되돌려 받고 있는지.
말하는 주체가 없는 생성물에 의도와 감정, 관계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드러나는지.
이 글은 AI와 정신분석의 접점을 ‘AI의 무의식’이 아니라, 인간의 투사와 욕망, 그리고 말하는 주체의 자리로 다시 배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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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존(殘存) — Persistence Project
잔존 1기 스터디랩 노트 3 — "아직 잃지 않았지만, 잃을 것을 아는 시간"
— 재난 이후의 ‘모호함’과 재개발 이전에 시작되는 ‘상실’
이번 노트는 2026년 7월 11일 잔존 프로젝트 스터디에서 함께 읽은 M의 글 「재난과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 상실과 살아감」과 이후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재난은 많은 사람의 죽음을 하나의 사건명과 숫자로 묶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위치와 상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이나 행방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고 사건의 원인과 책임 역시 설명되지 않을 때, 상실은 하나의 완료된 사건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이 논의는 재개발 지역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재난에서는 사건과 상실이 먼저 발생한 뒤 모호함이 남지만, 재개발 지역에서는 집이 아직 존재하고 사람들이 계속 생활하는 동안부터 언제 떠나야 하는지,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시작됩니다.
장소는 물리적으로 남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미 사라질 곳으로 분류됩니다. 현재의 생활도 지속될 삶이 아니라 곧 끝날 잠정적 상태로 취급됩니다.
이번 노트는 이 시간을 상실이 예고된 채 지속되는 시간으로 살펴봅니다. 잔존 프로젝트가 기록하려는 것은 철거될 건물의 외관만이 아니라, 아직 잃지 않았지만 잃을 것을 알고 살아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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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fe.naver.com/offsignal/54
잔존 에세이. 1 “죽은 왕의 집은 지키고, 살아 있는 서민의 집은 부순다?”
— 유네스코 유산 체제 아래 반복되는 계급의 기억정치
오래된 궁궐과 성곽, 사원과 기념비는 유산이 됩니다. 복원되고 관리되며, 국가의 이름으로 보존됩니다. 반면 지금도 서민들의 삶터는 ‘노후 주거지’, ‘정비 대상’, ‘철거 예정지’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오래된 건축물의 물리적 가치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떤 과거는 보존할 가치가 있는 역사로 승인되고, 어떤 현재는 개발을 방해하는 잔여물로 분류됩니다.
이 글은 유네스코의 유산 체제와 세계기록유산 제도, 『공산당 선언』과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의 등재,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보류, 그리고 철거되는 서민의 집을 함께 놓고 살핍니다.
유산이라는 이름은 무엇을 인류의 기억으로 승인하고 무엇을 기억의 바깥으로 밀어내는가. 살아 있는 갈등과 현재의 폭력은 왜 보존할 유산이 되기 어렵고, 정치적으로 무해해진 과거는 어떻게 기념 가능한 형태로 정리되는가.
잔존 프로젝트가 왜 철거 예정지에서 출발하며, 그것이 단순한 도시 탐방이나 폐허의 미학과 어떻게 다른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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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존 에세이. 2 — 도시 안의 디아스포라
— 떠나지 않는 추방: 재개발과 삶의 권역의 해체
재개발은 집 한 채를 철거하고 다른 주택으로 이동시키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기대어 살아온 익숙한 길, 단골 가게, 아는 얼굴, 잠시 쉬어갈 자리와 몸이 기억하는 동선이 함께 해체됩니다. 행정적으로는 같은 도시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주일 수 있지만, 생활의 조건에서 보면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로부터 밀려나는 과정이 됩니다.
물론 모든 이동이 같은 추방은 아닙니다. 이동할 장소와 비용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과 정해진 조건 안에서 떠나야 하는 사람의 이동은 다릅니다. 이 글은 두 이동을 같은 경험으로 묶지 않으면서, 재개발이 거처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유지되던 권역 전체를 어떻게 해체하는지를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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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Substack에는 잔존 프로젝트의 현장 기록과 스터디 노트, 문화유산과 기억의 정치, 생성형 AI와 정신분석에 관한 글을 이어갑니다.
긴 글과 전체 아카이브는 Substack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Substack:
권신경아(權申庚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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