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Fig.1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사이에 해가 바뀌었네요. 지난 두 달간 잠시 뉴스레터 발행을 쉬었습니다. 그동안 기다려 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우선 그동안 왜 쉬었는지에 대한 변명을 해볼까 합니다. 저는 2021년부터 역사를 조사하는 글을 써왔습니다. 운이 좋게도 약 3,400명의 구독자분들이 제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셨고, 그동안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아 책 한 권도 썼었죠.
하지만 최근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역사를 조사하는 일 자체가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AI가 조사한 내용의 퀄리티가 썩 좋지 않아서 그냥 내가 조사를 더 열심히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AI의 성능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이제는 저조차도 AI의 조사 내용을 참고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 고민 때문에 한동안은 글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신 다른 선택지를 고민했습니다. 역사를 기반으로 ‘글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제작하면 AI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붙잡고 여러 시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년 여름에는 카세트테이프의 역사를 담은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미니 아트북>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재즈의 역사를 담은 리듬 게임>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작년 초, 재즈의 역사를 조사하며 글을 썼던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저는 재즈의 역사를 하나의 패턴으로 정리했었는데요. 재즈는 즉흥성이 점점 강해지다가 다시 대중성을 회복하는 흐름이 반복된다는 것이었죠.
이 흐름을 즉흥성의 정도를 기준으로 그래프로 그려보니 재즈의 장르와 역사가 훨씬 직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난해하고 재즈스러운(?) 음악을 듣고 싶을 땐 비밥을, 잔잔하고 대중적인 음악을 원할 땐 쿨 재즈를 선택하면 되는 식이었죠.

하지만 그래프를 완성하고 나니 또 다른 한계가 보였습니다. 재즈는 결국 듣고 느껴야 하는 음악인데, 글과 그래프로만 설명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음악 링크를 덧붙여도 읽었다가 다시 음악을 들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은 꽤 번거로웠고 그 과정에서 글에 대한 몰입도도 쉽게 깨졌습니다.
그래서 ‘재즈의 흐름, 특히 즉흥성의 차이를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연주하는 것이겠지만,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때 떠올린 것이 바로 리듬 게임이었습니다.
리듬 게임이라면 재즈 음악을 듣는 동시에 즉흥성이 강해질수록 얼마나 복잡해지는지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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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가 게임을 만들 줄 몰랐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2025년 1월부터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고 9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8개월 동안 배운 코딩 실력만으로 게임을 완전히 구현하기는 어려웠고 게임 알고리즘 부분은 AI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게임의 디자인은 ‘스트리트 슬램’이라는 고전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미국 지도에서 주를 선택하면 팀이 선택되는 구조의 NBA 게임인데 재즈 역시 미국에서 탄생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이 UI를 재즈의 역사에 적용해보고 싶었습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실존 재즈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픽셀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AI로 제작했지만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나노바나나가 일관성 유지를 잘한다고는 하지만 이상하게 다섯 개 중 하나는 꼭 튀더라고요.) 시간이 가장 많이 들었던 작업 중 하나였습니다.

또한 이 게임을 물성화시키고 싶어 NFC 키링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CD 모양의 NFC 키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재즈라는 주제와 너무 잘 어울려 안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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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를 텀블벅에 펀딩을 올리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습니다. 재즈의 역사를 조사한 것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실제 아티스트와 실제 곡으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었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이슈를 해결해야 했던 것이었죠.
결국 텀블벅 펀딩을 위해 어렵게 제작한 픽셀 캐릭터는 (눈물을 머금고..)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수정했고 게임에 사용된 음악 역시 Suno AI를 활용해 장르별 특징을 살린 오리지널 곡으로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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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면 1년 만에 Fig.1의 두 번째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습니다. 사실 아직 텀블벅 펀딩이 진행 중이라 공식적으로는 끝난 프로젝트는 아닌데요. 텀블벅 펀딩이 실패하면 이야기하기 민망할까봐 펀딩이 끝나기 전에 홍보 겸 프로젝트를 소개해 봤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때문에 고민을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미지 생성, 노래 생성, 코딩 등 다양한 분야의 AI 도움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전에는 AI를 경쟁자처럼 느꼈다면, 지금은 함께 작업하는 협력자가 된 셈이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꽤 옳은 방향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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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조사 글을 쓰다가 이렇게 작업기를 올리려니 조금 어색하네요.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작업기들로도 종종 인사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역사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역사 글도 발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전처럼 정기적으로 발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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