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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생각해보기

아마도, 평온하고, 고통 없이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2024.01.24 | 조회 4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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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버 by 모예드

취향 기르는 훈련하기

Disclaimer: 본 내용은 개인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조언이나 권고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글은 현재의 사회적, 법적, 윤리적 기준을 만족하고 준수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1. 미래 웰니스의 모습은?

변화하는 세상과 인류의 모습에 따라서, 현재 우리가 정의하는 건강한 삶과 미래의 인류가 정의하는 건강한 삶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1.1 오래 사는 것, 그 다음은?

우리는 오래 살고 싶다.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오래 사는 것, 그 다음은?

우리는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

건강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건강히, 오래 사는 것, 그다음은?

우리는 재밌게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

매력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재밌게, 매력적으로, 건강히, 오래 사는 것. 그 다음은?

1.2 2100년 상상하기

다음과 같이 가정해보자.

  • 시기: 2100년
  • 기대수명: 200살, 건강수명: 190살, 매력수명: 170살

사람들은 이제 170살까지 서로 재밌게, 교류하면서, 젊게 살고, 190살까지는 크게 신체적으로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살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200살까지 생명을 유지한다.

내가 만약 2100년에 살고 있다면, 어떠한 니즈를 가질까?

일단, 먼저 매력수명, 건강수명, 기대수명의 간극은 줄이고 싶을 것 같다. 내가 처음 ‘매력수명’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글에서도,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매력수명과 건강수명, 그리고 기대수명 사이의 간극이 좁은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활력있는 인생,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그 간극을 줄여주는 비즈니스가 앞으로 매우 유명할 것이다.

'매력수명'시장이 뜬다 by BAKI

맞는 말이다. 그 다음은?

한 가지 가능성은 수명을 끊임없이 연장시키는 방향성이고, 두 번째 가능성은 웰다잉(Well Dying)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두 방향성이 서로 모순되지 않으며, 결국 미래의 인류는 이 두 가지 방향성을 함께 추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2. 웰다잉에 대하여

2.1 웰다잉의 니즈

이 글에서 나는 웰다잉을 ‘내가 원하는 시점에 평온하게, 고통 없이 죽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미래에는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웰다잉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서 언급한 가정을 예시로 들면, 다음과 같은 두 케이스가 존재할 수 있다.

A(195세)

A는 현재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그 사이의 나이로, 살아있지만 지병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심하고,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러한 A씨는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존엄성을 위하여 웰다잉을 원할 수 있다.

B(185세)

B는 여전히 활력있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B는 이제 사는게 지겹고, 서서히 아프면서 죽는 것보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웰다잉을 원한다.

A의 니즈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반면에, B의 웰다잉에 대한 니즈는 현재로써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점차 수명이 200세, 300세로 늘어나다보면,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물리적으로 사는게 지겹고,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자기가 결정하고 싶은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니즈는 현재의 기준으로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있어보이지만, 미래의 윤리적 기준에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2.2 미래에 웰다잉을 도와주는 서비스는 등장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는 A와 B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까?

일단 2024년 기준, A의 니즈를 채우는 서비스는 ‘조력 사망’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국가에서 합법인 반면, B의 니즈를 채우는 서비스는 매우 중대한 범죄이다. 후자의 경우, 방법에 따라서 촉탁 및 승낙에 의한 살인죄나, 자살관여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며, 예외적으로 스위스의 경우,자살관여죄는 ‘유산 상속’과 같은 이기적 동기가 아닐 시에 범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서, 일단 조력 사망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

3. 조력 사망에 대하여

3.1 정의

조력 사망과 관련해서는 각 국가별로, 사람별로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해당 글에서는 조력 사망(Assisted Dying)을 의사 조력 자살(Physician Assisted Sucide, PAS)와 자발적 안락사(Volutary Euthanasia, VE)를 포함한 개념으로 정의한다. PAS와 VE의 공통점은 환자의 자발적이고, 명확한 동의 아래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서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최종적으로 죽음을 야기하는 행위의 주체로, PAS는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VE는 환자의 동의 아래에 의사가 최종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VE는 다시 적극적 VE와 소극적 VE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의사의 행위의 적극성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약물을 투입하는 방식은 적극적 VE, 연명치료 중단은 소극적 VE라고 볼 수 있다.

연명치료 중단을 안락사와 구별해서 보는 시각도 존재하는데, 해당 관점에 따르면, 연명 치료 중단은 항상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환자의 불필요한 부담과 고통을 최소화려는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락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3.2 국가별 현황

출처: Assisted dying around the world: a status quaestionis
출처: Assisted dying around the world: a status quaestionis

해당 자료는 2020년 기준으로, 오스트리아, 스페인,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든 주에서 서로 부분적 조력 사망 법안이 통과되었다.

2023년 기준, 약 19개의 관할 구역에서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었다. 하지만, 각 관할 구역별로 허용하는 조력 사망의 형태나, 조건이 전부 조금씩 다르다.

  • 예를 들어, 스위스나 미국의 일부 주들의 경우, PAS는 합법이지만, VE는 불법이고, 퀘벡이나 벨기에의 경우, 반대다.
  • 스위스의 경우, 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조건을 명시하지 않는 것과 달리, 미국의 주들은 영구적인 질병과 죽음으로부터 6개월 내의 환자들에게만 조력 사망을 허용한다.
  •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조력 사망의 신청 기준을 18세 이상을 명시하지만, 네덜란드는 12세를 기준으로 하고, 스위스나 벨기에는 나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
  •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정신적 질환에 의한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력 사망 요청에 대한 일반적인 필요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 환자의 요청이 자의적이며, 반복적이어야한다.
  • 환자가 매우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어야 한다.
  •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한다.
  • 의사는 환자에게 현재 환자의 상황, 가능한 의료적 옵션, 그리고 그 옵션들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3.3 조력 사망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입장

조력 사망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의 논거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조력 사망 합법화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대표적으로 개인의 자기 결정권 존중, 견딜 수 없는 고통 경감 등을 이유를 든다. 반대의 입장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및 의료의 목적에 대한 위배, 환자-의사의 관계 신뢰 붕괴, 사회에 끼칠 미끄러운 경사길(Slippery Slope) 효과, 생명의 신성함 등을 이유로 든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해관계자에 따라서 조력 사망에 대해서 똑같이 찬성하더라도, 이를 찬성하는 주요 논거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조력 사망은 환자와 의사라는 두 이해관계자가 관여되는 행위로, 환자에게는 자기 결정권 존중 및 존엄성이 가장 큰 이유라면, 의사들에게는 환자의 고통 완화가 가장 중요한 명분이다.

환자는 왜 조력 사망을 원하는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환자가 조력 사망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의 경감, 또는 해방’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오레곤 주와 워싱턴 주의 조력 사망에 대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견딜 수 없는 고통보다도, 자율성 상실, 삶의 존엄성 상실, 삶의 질 하락 등이 조력 사망에 대한 요청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또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존엄성 상실은 네덜란드 내의 조력 사망 요청 이유의 61%, 밸기에의 경우, 51%에 해당한다.

의사는 왜 조력 사망에 찬성하는가?

일단, 환자만큼 의사들의 조력 사망에 대한 의견이 중요하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싶다.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고, 이를 시행하였을 떄,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법적, 감정적 책임을 지는 주체는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조력 사망이라는 행위 자체가 큰 스트레스일 수 있기 떄문에, 우리는 환자의 조력 사망 요청에 대한 의사의 양심적 거부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앞서 언급한 조력 사망에 대한 반대 논거에 따라서, 많은 공식 의사 단체들은 현재 조력 사망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조력 사망에 대해서 찬성하는 의사들의 경우, 완화 치료로도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없을 때 하나의 의료 행위의 옵션으로써 조력 사망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연명치료 중단과 같은 소극적 자발적 안락사에 대해선 긍정적이었고, 그 논거로써는 환자의 자율성나 자기 결정권 존중이 아닌, 고통 완화, 혹은 환자 본인의 경제적 부담 감소를 들었다. 또한, 네덜란드의 소아과 의사들을 상대로 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은 환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환자의 고통을 완화시키는 것을 의사의 책임으로 느끼며, 완화 치료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을 때, PAD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죽음이 임박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한 PAD 수행은 회의적으로 느꼈다.

3.4 조력 사망의 합법화 논리

스위스를 제외한 조력 사망이 합법인 모든 국가들은 여전히 촉탁 및 승낙에 대한 살인죄나 자살관여죄를 범죄로 여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논리에 의해서 조력 사망을 합법화시켰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GPT의 도움을 받은 결과,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조력 사망을 하나의 예외나 특별한 케이스로 보는 것 같다.

  • 조력 사망은 의료 전문가가 관여하는 의료적 행위이다.
  • 조력 사망은 환자의 명확한 자발성과 자신의 요청에 대한 명확한 정보에 의거한 결정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 조력 사망에서는 법적 보호와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환자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된다.

4. 미래의 웰다잉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는 건강한 사람들의 웰다잉 니즈까지 만족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까?

현재 조력 사망이 몇몇 국가들에서는 ‘예외 케이스’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수명의 증가로 인하여 전체적인 사회, 문화적, 윤리적 기준이 바뀌고, 사람들의 웰다잉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미 스위스에서는 외국인의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조력 사망에 대한 건강 조건을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애초에 이를 전적으로 막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전세계적으로 함께 웰다잉 제공 서비스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 웰다잉에 대한 니즈를 가진 사람들은 지역적 아비트라지를 통해 어떻게든 이를 만족시키려고 할 것 같다. 이러한 서비스의 제한적 접근은 죽음 수저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스위스로 가서 편안하게 죽고, 돈 없는 사람들은 비참하게 죽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국 돈 있는 사람은 스위스로 가 편안하게 죽고, 없는 사람은 비참하게 죽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가가 이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도 헌법이 명시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따라 조력사망을 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문호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따라서, 1) 수명의 증가로 인해서 전반적인 인류의 웰다잉에 대한 니즈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2) 전세계가 함께 웰다잉 서비스의 등장을 막는게 불가능하다면, 이러한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포함시키는 미래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미래 역시 절대 간단하지 않은데, 가장 처음 드는 질문은 ‘과연 누가 이 서비스 제공자로써 적절한지’이다.

과연 의사가 현재의 조력 사망과 달리, 크게 아프지 않은 사람들의 웰다잉에 대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또는 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에 대한 답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이다. 의사가 아닌, 혹은 의사 중에서 특수한 형태의 의사들로 죽음, 정신건강, 약물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웰다잉을 돕는 직업이 등장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의사의 역할 확대이다. 17세기에 프랜시스 베이컨이 안락사(euthanasia)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의사는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미래의 누군가는 의사의 책임에 ‘인간이 죽음을 평온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5. 마무리하며

웰다잉의 미래는 여전히 많은 가정과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인류는 몇 세기가 지나더라도 여전히 기대수명, 건강수명, 그리고 매력수명의 간극을 줄이는데 힘쓰고 있을 수도 있고, 웰다잉에 대한 니즈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애초에 이렇게 먼 미래의 웰니스를 논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만, ‘평온하고, 고통없이 죽는 것’만큼 만인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니즈가 흔하지 않은 만큼, 웰다잉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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