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의 진영 정치 심리학

왜 이런 천박한 정치가 계속되는가?

2023.11.25 | 조회 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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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자식의 가짜 인턴십 증명서를 발급한 ‘전과자’ 최강욱 전의원의 ‘암컷이 설쳐” 발언이 논란이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쪽을 동물로 비하한 것이다.

당사자의 천박한 유머 감각은 차치하고라도 이 발언을 옹호하는 정치 세력들이 있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좌절감을 더해준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여성 비하가 아니라 김건희씨에 대해 말한 건데 그 말을 왜 못하나”라며 그 말을 못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에 “광장히 유감”이라고 방송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도된다.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최 전의원을 징계하게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여성의원이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치 않는 정치인을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선배”라고 전제를 하고 있다.

우리의 지난 대선은 대통령 후보간 경쟁이 아니라 후보의 배우자들의 도덕적 심판의 장처럼 흘러갔다. 이 나라는 마치 대통령의 부인들에 의해 통치될 것처럼 온갖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법카 유용 혐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와 가짜 이력서 경력의 김건희 씨의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후보들의 공약은 뒷전이고 이 나라는 배우자들의 도덕성이 더 큰 관심사로 흘러갔다.

우리 정치에서 권력자들의 가족이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의 뇌물과 일탈이 정치적 파란을 일으키며 때로는 정권의 향배도 좌우한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적으로 우리보다 선진국이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이러한 관행이 얼마나 천박한 짓인지 따져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의 공화당의 예비 선거를 위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국의 전 UN 대사, 니키 할리 (Nikki Haley)와 정치 신인으로 첫 토론회에서 주목받았던 비벡 라마스와미 (Vivek Ramaswamy)간이 감정이 격해진 충돌이 있었다.

중국계 기업이 만든 짧은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kTok)을 미국에서 금지시킬 것인가가 토론의 주제였다. 라마스와미는 할리 후보의 딸이 틱톡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을 금지하겠다고 하고 자신의 틱톡 사용을 비판했던 할리 후보가 위선적이라고 공격했고, 공화당 후보들 중에 가장 온건하고 외교적 언어를 구사하는 할리 후보는 즉각 “당신은 그저 인간 쓰레기다” (You’re just scum)라는 강한 표현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상대 후보를 인간 쓰레기 (scum)라는 험악한 표현으로 공격한 할리를 나무라는 미국의 언론이나 여론은 찾기 힘들다. 공직에 나서지 않는 가족을 끌어드린 라마스와미가 비신사적인 토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들의 정치의 관행이고 규범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부인들의 소환을 물론, 장모, 아들 등 후보자의 가족들이 총 소환되다시피 했다. 후보자가 아닌 가족들에 대한 공격에는 여도 야도 없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짓을 해도 좋다는 막가파식 정치에, 진영논리에 노예가 된 정치 소비자들에게 가족들의 비난하는 소셜미디어는 돈이 되는 재료라는 것이 너무도 명백한 것이 한국의 천박한 정치 문화의 현실이다.

공직에 나서지도 않은 후보자들의 배우자에 대한 공격이 온당한 것이냐의 질문에 대해 영부인은 공적 기능을 수행하니까 검증의 대상이라는 말로 정당화를 해 왔다.

그렇게 검증 대상이고 공식 역할을 내세우더니 막상 선거에 이긴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활동에 대해 “암컷”으로 비하고 “암컷이 설치는” 것을 보지도 못했고 잘되는 일도 없다고 한다. 당연히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봉건적 마초 문화의 야만성이 드러나는 표현이다.

이 정당은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정당이다. 성평등은 진보적 가치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그런데 여성이 나서면 집안이 망하고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윤 대통령에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로 웃으며 박수치는 집단 최면의 상태에 빠져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최 전의원은 자연 다큐 프로그램도 잘 안보는 사람이 분명하다. 암컷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동물의 세계는 많이 있다).

이를 좌파들의 위선과 천박함, 그리고 야만적 모습이라고 자위하는 보수권이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기억을 소환해보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시절 얼마나 자주 그 부인의 행태를 가십거리로 삼았고 공격했는지?

최근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77년의 동반자 앨러너 로잘린 카터 영부인이 작고했다. 미국에서 보수적 지역인 남부 조지아 주의 플레인스라는 시골 출신이다. 이곳은 지금도 인구가 약 500명에 불과한 곳이고 가난한 시골의 서민 부모 아래서 자라고, 카터 대통령과 18세에 결혼하느라고 대학 교육도 끝내지 못했지만 카터 대통령의 동등한 동반자로 백악관에서 영부인의 역할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선구자다. 그는 백악관 각료회의에 참가하고, 외국에 대통령의 특사로 남미의 독재자 들을 방문하여 카터의 외교를 도왔으며, 정신 질환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회에서 증언한 최초의 영부인이 되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그것이 70년대 말의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가 넘는 옛날 이야기다.

그런데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들을 갖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영부인들이 아직도 신체적 미모가 주된 논란의 대상이 되고 대통령의 외교를 도우면 "설치는 암컷”으로 동물로 대접을 받고 있다.

툭하면 가족들을 정치적 공격에 끌어들이고, 세계적으로 외교적 활동의 역할이 주어지는 대통령 또는 정치 지도자들의 부인들의 활동을 조선시대에나 통할 법한 잣대로 비난을 하는 천박한 정치 풍토와 인권의식의 현 주소를 폭로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 낯이 암컷 발언이다.

그리고 진영 논리가 사회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 마약인지도 이 ‘사건’은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이 사과를 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 이유는 목전에 있는 선거를 의식한 몸조심의 선택이다. 아마도 임박한 선거가 없다면 조국 부부의 사기와 부정을 옹호했던 것과 같은 민주당의 진영논리에 입각한 해괴한 옹호의 변을 길게 듣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만큼 진영 정치로 인해 우리 정치권은 이제 자정의 힘을 잃고 있다. 진영 정치는 정치적 전쟁 상태다. 그 상태에서는 평상의 가치와 규범을 설자리를 잃는다. 오로지 적을 파괴하는 것이 선이다. 암컷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이런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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