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구속 영장 기각과 사법(검찰) 개혁

정치의 사법화 이대로 좋은가?

2023.10.01 | 조회 6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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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적부심 심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지난 몇일간 여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만큼 양당의 지지자들의 심정도 흔들렸을 것이다. 

이재명의 구속이 사회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는 여당 지지자들에게는 큰 실망일 것이다.  아마도 "정의와 판단은 종종 세상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Justice and judgement lie often a world apart) 라고 말한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에머란인 팬크허스트( Emmeline Pankhurst)의 말을 상기하며 정의롭지 않은 영장 판사의 판단을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재명의 무죄 주장에 대해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만은 자신에게 조차 솔직할 수 없다" (Human beings are unable to be honest with themselves about themselves)는  이전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라쇼몽을 찍은  아키라 구로사와(Akira Kurosawa) 일본 영화감독의 인간에 대한 관찰을 상기했을 수도 있다. 

우리 국민들은 국회의 불체포 특권에 대한 투표와 법원의 체포영장 기각을 거치면서 장외에서 벌어진 소동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키웠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뿐만 아니라 지지 정당에 따라서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과 실망도 커졌으리라 짐작이 간다. 

우선 국회나 정치에 대한 불신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어느 나라 정치 또는 의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미국의 의회와 정치도 정치인들의 사법처리로 시끄럽다.  트럼프에 대한  4건의 기소와 이에 대응한 공화당 하원의 바이든에 대한 탄핵 조사 개시로 정치와 사법처리가 얽혀 있다.  

그 결과 미국민의 정치에 대한 실망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의 Pew Research Center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91%가 정치에 지쳐있고,  유사한 정도로 화가 난다고 대답했다. 정치가 늘 희망을 준다고 대답하는 국민은 10%, 정치에 신이 난다는 사람들은 4%에 불과하다. 


정치에 대한 미국민의 인식 조사 (Pew Research Center, 2023.7.10-16)<br>
정치에 대한 미국민의 인식 조사 (Pew Research Center, 2023.7.10-16)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해 호의적으로 보는 정도는 38-39%이고 호의적이지 않게 실망한 국민은 60-61%로 우리의 국힘과 민주당 지지율 3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배 정당을 좋지 않게 보는 수가 좋게 보는 응답을 앞서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반부터여서 정당이 국민의 기대를 벗어난 것이 오래 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 양당의 긍정과 부정 인식 추이 (Pew Research Center)
미 양당의 긍정과 부정 인식 추이 (Pew Research Center)

 대통령과 의회에 대한 지지율도 계속 하향 추세로 바이든은 약 40%, 의회는 17%로 국민 지지는 바닥이다.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지율 ( 갤럽 조사)<br>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지율 ( 갤럽 조사)

우리 국회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하면 이보다도 낮으면 낮았지 더 높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전세계적인 정치 불신의 현상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이 될 리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하게 연결된 경제와 디지털 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날로 빨라지는 세상에서 정치가 국민의 다양하고 늘어만 가는 기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글로벌한 현상으로 정치에 과도한 기대를 갖는다면 돌아오는 것은 실망 뿐일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풍요와 감사의 추석 명절을 지냈다. 이재명의 구속과 이어지는 재판이 사회 정의의 실현이고 오는 총선의 승리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정치에 몰입하는 보수권 여당 지지층에게는   추석 전에 벌어진 이재명 구속 영장의 드리마는 추석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실망스러운 사건이 되어 버렸다.   

'차고 넘친다'는 구속 사유가 법원에 의해 부정되고 나자 한동훈 법무장관은 '구속 영장 기각이 이재명의 무죄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뒤늦은 변명을 냈다. 

유죄가 판결되면 30년이 넘는 징역형이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수백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해서 제시했던 검찰이었다. 검찰의 호언장담과 구속이 마땅하다는  주장은 이재명의 불체포 특권에 대한 국회의 표결의 정치적 의미를 있는대로 키웠다.  뒤늦게 한동훈 장관의 불구속이 무죄를 뜻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재해석은  여우와 포도의 이솝의 우화가 생각나는 궁색한 모습이다. 이제 야당의 '검찰 독재'와 검찰을 앞세운 '야당 탄압'의 주장이 더 힘이 실리게 되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나 이재명 구속을 기대했던 보수권 또는 우리 국민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불구속이 무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기준은 법치 국가에서 적용되어서는 안되는 후진적 기준이라는 것이다.  민주화된 국가에서는 확정 판결 전에는 무죄추정이 이루어져야하고 무죄가 추정을 믿는다면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지내온 긴 역사가 있다. 전직 대통령들도 확정 판결 이전에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이유로 구속 수사를 한 것이 오래 전도 아니다. 많은 재산을 갖고 있어서 도주의 가능성이 없는 재벌 총수들도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내세세워 구속 수사해 왔다. 불구속 수사를 하면 증거가 불충분하고 기소할 가치가 없는 경미한 혐의로 착각할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되고 비중 있는 인사들은 구속 수사가 당연히 하는 나라를 만들어 왔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트럼프의 기소와 재판을 보자. 그는 기밀 문서의 불법 소지와 그것을 회수하려는 공무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했던 일로 기소되고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검찰은 트럼프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기소를 하고도 인멸할 증거라면 검찰이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했다는 자백에 불과하다.  수사 중에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하면 그것은 또다른 중범죄로 그것을 추가로 기소하고 막는 것은 사법 당국의 책임이자 역할이다.  우리 검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증거 인멸"의 가능성은 하지 않은 '범죄의 가능성'을 내세워 인신 구속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Minority Report" 에서나 가능한 인권이 실종된 오웰린안 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또 한가지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이전 뉴스레터에서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 선거법 위반"의 범죄는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없는 범죄라는 것을 밣힌 적이 있다.     

이번의 구속 영장이 적시한 이재명의 죄 중에 하나가 배임죄이다.   대장동 개발 프로젝트와중에 성남시 개발공사에 200억원의 이익이 줄어든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 검찰이 기업의 경영자들을 기소할 때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것이 배임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배임죄가 없다.  그 이유는 배임의 혐의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검찰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결정권자가 의사결정을 했던 것보다 조직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선택이 있었는데 다른 선택을 했다는 혐의가 배임죄이다.   경영자나 정책 당국자들이 정책적 의사결정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면 조직에 "최선"이 아닌 것이었다는 것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영상의 의사결정에는 이익의 최대만이 목표가 될 수없고 많은 고려 요소들이 개입하고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사후적으로 범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배임죄를 인정하려면 조직에 더 이익이 되는 대안이 존재함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차선 책을 선택했다는 확고한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재명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 타락한 행정을 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임죄는 본질적으로 엄격한 요건의 증거가 아니면 법원에 의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를 남용하면 경영자나 정책당국자들의 복지 부동을 만들어 내고 무소신의 조직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형사 범죄의 단죄는 증거주의다.  법원은 검찰의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혐의가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전에도 증거도 없는 심증으로 기소했던 대장동 50억의 제3자 뇌물죄가 무죄가 선고된 것은 검찰이 형사 사안에서 증거 주의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를 보여주었던 사례이다.  심증이 아무리 커도 증거가 없으면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형사 범죄임은 사법의 기본이다. 

정치공학적으로도 검찰과 한동훈 법무장관은 철저하게 패배했다. 민주당의 합리적 중도와 반이재명 정치세력은 이제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개딸들의 지배는 더 공고해졌으며 합리적인 정치 세력의 복원은 더 요원해졌다.  다음 총선에서 이재명의 반명 세력 공천 학살은 명분을 얻게 되었다.  이제 다음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충성하고 더 극단적이고 당파적인 인사들로 채워질 공산이 커졌다. 

우리는 우리 사법의 선진화에 대한 명백한 숙제를 인식해야 한다. 

법무장관이 가장 강력하게 대통령의 수호 천사로 인식되고, 검찰 총장은 정권에 충성해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원론적 이야기를 해봐야 정치인의 사법처리는 사법의 정치 무기화로 오인 받을 수 밖에 없다.   보수권은 한동훈의 야당 논리 제압에 환호한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장관이 정치 권력과 무관하게 공정한 법치의 수호자일 것이라는 것은 맹종하는 정권 지지층 아니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권 교체마다 전정권 사법 처리와 권력의 검찰의 도구화의 유혹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리고 야당 정치인의 사법 처리는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을 할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문재인의 엉터리 검찰 개혁이 아니라 나라를 선진화할 사법 개혁의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은 검찰을 정권의 권력으로 부터 분리하는 일이다. 그 방법은 기소 독점권을 해체해야 하는 것이다.  서양의 배심원제도가 그 방안이다.  검찰이나 경찰의 기소의견을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오랜 심복이고 국회에서 정권의 입장을 강변하는 법무장관은 그 자체로 법치의 일탈이라는 것을 대통령과 여당 지지층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권 내내 법무장관들은 그간의 전통을 무시하고 당파적 이해에 충실한 권력의 도구를 자처했다. 추미애와 조국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이 사법의 권력의 도구화에 치를 떨었다.   트럼프의 마지막 법무장관은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지 않아서 해임되었다. 그것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헌법에 충성하는 법무장관의 모습이다. 좌파 정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한동훈의 팬덤은 진영 정치의 상징일 뿐 법치국가의 바른 모습은 아니다. 

두번째는 선진국에 준하는 국민의 인권과 권리에 대한 보장을 담보하는 사법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구속 수사는 정말 예외적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검찰의 기소와 사전 구속은 이미 유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는 헌법의 무죄추정 원칙의 완전한 무시이자 반인권적 검찰 권력의 남용이다.   그 어떤 선진국도 우리 검찰처럼 사전 구속 영장을 남발하지 않는다.  법원도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세번째는 위험한 법의 정비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선거법,  사후적으로 자의적으로 범죄혐의를 씌울 수 있는 배임죄 등은 폐기되거나 요건을 지극히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국회의 불체포 특권이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이재명의 불체포 특권 포기의 정치적 허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하지만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구속 영장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현실에서 국회의 특권적 정치적 장치의  필요성은 부정되었다. 

이재명의 뜬금없은 단식투쟁과 그의 부패 혐의가 구속 영장 기각으로 정당화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전 구속 영장 청구라는 구습에 따른 검찰 권력의 남용이 이재명의 정치적 자산과 패를 키워준 꼴이다.   

이런 정치적 과정으로 인해 사법의 행사가 정치화하고 정당은 정책이나 민생이 아닌 개인의 범죄 혐의가 정치를 좌우하는 "정치의 사법 예속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민주당의 탄돌이들의 대거 입성으로 여소 야대를 만들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전직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들의 구속 수사가 이 사회를 분열과 분노로, 그리고 보수 정당의 몰락을 가져온 역사를 지내왔다. 

그런 정치의 사법 예속화를 한동훈 법무장관의 검찰이 또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당파적으로 이를 옹호하고 싶은 많은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의 변호처럼 들릴 이 글이 불편한 보수권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의 사법(검찰) 예속화와 경제의 검찰 예속화의 악순환을 벗어날 사법 개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는 검찰권의 남용과 헌법 정신에 어긋난 확정 판결전 구속과 다른 나라에서 법치의 원칙상 적용하기 어려워서 없는 많은 것들을 범죄화하고 있는 법치의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간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경제와 정치를 검찰 권력에 예속화했고 나라는 분노와 분열로 빠져들었는지에 근본적 성찰도 그것을 개혁하고 선진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나 청사진이 어디에도 없다. 

그저 정권을 잡으면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저 쪽을 검찰이 잡아 족치기를 갈망하는 분노의 진영 논리만 가득하다.  

검찰의 어설픈 사전 구속 영장은  단식 쇼와  정치적 식언을 반복하고,  마키아벨리적인 권력 지상주의에 빠진 위험한 정치인 이재명의 정치적 자산만을 키워 놓았다. 이것이 그의 일시적 승리인지,  보수 지지층이 다시 한숨을 쉬게될  정권의 결정적 패착인지는 다음 총선의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이재명의 구속 심사의 정치적 드라마가 정치 진영간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우리 사회가 인권이 검찰 권력보다 우선시되는 자유로운 나라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면 너무 이상적이고 과도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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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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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보이

    0
    about 1 year 전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에 이병태tv에 올리신 'Liberty in peril' 이라는 책 소개를 통해 사법에 대해 관심가지게 되었는데,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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