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국가 이스라엘의 비결은 무엇인가?

인구 800만명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창업으로 우뚝 선 비결은 어디에 있는가?

2023.08.19 | 조회 1.1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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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이스라엘의 창업 성과는 놀랍다. 인구는 800만명 수준이며, 영토도 남한의 5분의 1 정도로 작은 나라다. 하지만 미국 나스닥 상장사 중 이스라엘이 탄생시킨 회사가 유럽 국가 전체를 합친 회사보다 더 많다. 이스라엘에 투자된 벤처캐피털 투자 액수는 국민 1인당 기준으로 미국의 2.5배, 유럽의 30배, 중국의 80배, 인도의 350배에 이른다.

2013년 나는 국내 유력 신문사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서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배우자'는 세션의 좌장을 맡아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초청된 이스라엘의 연사들은 이미 한국에서 벤처 창업계에 잘 알려진 명사들이다.

요즈마 그룹이라는 벤처 창업투자 회사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1984년부터 1992년까지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의 수석과학관(장관급)을 역임하면서 1991년 테크놀러지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의 기획과 실행을 주도하여 이스라엘에 24개 인큐베이션 센터 (창업보육 센터)를 설립해서 명실 공히 이스라엘을 "창업 국가 (Start-up Nation)"의 기틀을 다진 주역이다. 공직 퇴임 후 1993년부터 글로벌 벤처캐피털 요즈마 그룹을 설립하여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산업을 이끌어왔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초기 벤처들에 투자하여 10개 펀드 중 6개 펀드에서 100%가 넘는 수익률(IRR)을 달성했고, 최고 1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립당시 2.65억 달러 규모 펀드로 시작하여 10년만에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오늘날 전 세계 벤처펀드의 35%가 이스라엘로 유입되도록 이스라엘에 해외투자를 유치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우리나라에도 법인을 세워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다른 한 분은 이스라엘 창업 성공의 신화를 쓴 그로브 벤처스 (Grove Ventures)의 도브 모란(Dov Moran) 회장으로 우리가 매일 써온 USB 메모리를 발명했고 창업한 회사를 샌디스크 (SanDisk)에 160억 달라로 매각하고 이어서 스마트폰을 모듈화해서 디자인하는 회사 모듀(Modu)를 창업해서 2011년에 다시 구글에 팔아서 이 제품이 한 때 뉴스에 각광을 받았던 프로젝트 아라( Ara) 모듈화된 실험적 스마트폰으로 출시된 적이 있다. 2015년의 지금의 그로브 벤처스를 설립해서 초기 창업 투자를 하고 있다. 모란 회장은 창업과 발명으로 국제적으로 수많은 상을 받고 있는 명사다.

로니 A. 에이나브(Roni A. Einav)는 1972년 정보통신기술(ICT)회사인 에이나브 시스템스 창업을 시작으로 1983년 '뉴 디멘션 소프트웨어'를 설립하여 나스닥에 이름을 올린 후, 1999년 미국 기업에게 당시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인 6억 7,5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한 이스라엘 첨단산업의 선구자이자 대부로 손꼽히는 인물로 지난 35년여 간 25개 이상의 회사를 창업하거나 투자를 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성공시키는 첨단산업 신생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나스닥 상장 전문 회사인 에이나브 하이테크 에셋(Einav Hi-Tec Assets)을 이끌고 있다.

나는 이들의 ‘창업국가’ 이스라엘 자랑을 듣고 나서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 많은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성공하는 배경에는 전세계적인 막강한 유대인 네트워크 덕이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생각하는 이스라엘의 창업의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내가 깜짝 놀랐을 만큼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장관급 공무원으로 기초를 다진 요즈마 그룹의 회장은 유대인 네트워크의 덕택이라는 가설을 극구 부인했다. 같은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적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창업 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어이없어 하는 강한 부정을 직면하고 나서 생각해보면 지극히 동양적 또는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생각이라는 것을 깨우칠 수 있었다. 우리는 국토 없이 2천년을 지켜오면서도 민족적 정통성과 선민의식에 지켜온 이스라엘 민족에 대해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그 중에 하나가 유대인들의 냉정하고 탐욕스러운 상인들의 모습이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찬스 디킨수의 올리버 트위스트 등에 그려진 유대인의 모습은 바늘을 찔러도 피가 나오지 않을 독한 상인들의 모습이다. 그런 자기 이해에 철저한 유대인과 동족에게 때문에 사업적 이해를 희생시키면서 동족애로 서로 등을 두드려 줄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모순되는 이야기다. 아마도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적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나와 같은 분야의 원로 유대인 교수 두 사람을 잘 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고 협력하지도 않는 사이가 전혀 좋지 않다. 나의 전공 분야를 시작한 태두와 같은 석학들이자 같은 유대인으로 절친일 수 있음에도 서로 지극히 비판적이고 교류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이스라엘의 창업 국가가 된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내 질문에 그들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는 이스라엘의 질문하고 토론을 극도로 권장하는 교육과 토론문화를 들고 있다. 사실 이스라엘의 문화적 특징 중에 잘 알려진 것이 이 질문하고 수평적인 개방된 토론의 문화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 질문으로 답이 돌아온다는 것이 흔히 하는 이야기다. 유치원부터 이스라엘의 교육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생님의 의견에 대해 유치원부터 도전하고 토론하는 것이 권장되어 사회전반에 수평적 의사소통과 토론이 넘쳐나는 나라로 유명하다. 이는 숱하게 생존의 위협을 받아온 역사 와도 관련이 깊다고 한다. 수뇌부의 의사결정의 실수는 집단의 존망에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집단지성을 통해 의사결정의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국민의 다양한 구성도 이런 열린 소통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2000의 망국의 역사 속에 전세계에 흩어져서 살면서 70개가 넘는 다른 언어, 방언의 언어를 갖고 있고, 자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신, 구 귀환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의 종교적 성전과 달리, 유대인의 성전인 탈무드가 율법과 관습을 주제로 랍비들이 벌인 다양한 논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스라엘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개방적 사회의 뿌리는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번째 이유로 그들은 이스라엘의 고난의 역사가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도전정신으로 국민을 훈련시켜 왔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크게 놀랄 일이 없다. 탈무드 교육법도 이스라엘의 2천년 고난사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세 번째, 네 번째 이유는 내 상상 밖의 대답이었다. 세번 째는 군대가 창업의 훈련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중대한 안보의 위협이 놓여 있는 나라다. 그래서 남녀를 불문하고 군대를 가고 특히 정보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8200부대'와 ‘탈피오트' 출신이 많은 스타트업을 만들고 있다. 8200부대는 정보수집과 암호해독을 맡은 특수부대다. 당연히 사이버 보안이나 정보 기술에 능통할 수 밖에 없고 인터넷전화로 유명한 ‘바이버'의 설립자 탈몬 마르코가 이 부대 출신이다.

탈피오트(Talpiot)는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의미한다. 매년 이스라엘 고등학교의 상위 2퍼센트, 약 2,000명의 학생들이 탈피오트 프로그램에 지원해 보도록 권유 받는다. 이들 중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이 물리학과 수학을 중심으로 한 시험에 통과하여 탈피오트에 입대할 수 있다. 탈피오트 부대에 선발된 인원은 최고 명문인 히브리대에서 수학ㆍ컴퓨터 공학 등 이공계 과목을 40개월 동안 공부한 뒤, 현역병으로 총 9년간 복무한다. 복무기간이 여타 현역병에 비해 6~7년 더 길다. 그럼에도 많은 우수 인재들이 몰리는 이유는 이후 사회생활에서 커다란 경력 사항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탈피오트 부대원들은 군 복무시절에는 미사일 등 국방 관련 기술과 사이버 보안 등 연구개발(R&D)을 하면서 이스라엘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고, 전역 후에는 ICT 분야의 창업자가 되어 이스라엘 혁신 생태계의 주축으로 활동하는 경로를 밟게 되는 것이다. 탈피오트 출신 기업가 마리우스 나흐트는 보안 시스템 기업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스'를 만들어 해킹을 막는 방화벽 시스템 시장을 선도했다.

이들이 이스라엘 최고 인재만 뽑는 부대로 경쟁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들 영재들은 이러한 부대에서 최첨단 기술을 모두 경험하게 되고 그러한 기술이 창업의 밑거름되고 사회에서도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토론하고 열린 소통의 문화는 군대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군대가 벤처 예비군을 양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국방 개혁의 방향을 일깨워준다. 군대가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창업가로 큰 성공을 하는 도약의 발판이 된다면 말로만 국방의 의무가 신성하다고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나라에 최고 인재인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서 안달하는 군대가 있는가?

이스라엘 창업 권위자들이 말한 마지막 이유는 정말 내게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스라엘에서 나스닥에 상장되고 실리콘 밸리의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하는 성공 창업기업들이 대거 나오는 이유는 나라가 작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구 8백만의 내수 산업으로는 성공이 나오기에는 시장이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애초에 창업자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창업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서 야 많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중국, 인도 등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자국의 내수 시장에서 1-2등만 해도 거대한 규모의 경제와 재무적 성공이 담보된다. 하지만 작은 나라 들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다. 에스토니아, 핀란드, 이스라엘에서 진정한 혁신 기업이 나오는 이유는 자국의 시장에서 대기업으로 성공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한국은 혁신기업을 추구하기에 애매한 크기라는 데 문제가 있다. 내가 벤처캐피털 회사의 대표를 하면서 접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미국이나 외국에서 성공한 벤처 모델을 한국에서 실현해보겠다는 모방 창업이 절대 다수라는 것은 우리의 창업자들이 내수 지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의 내수 시장은 아주 극소수의 일부를 제외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보니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모방 창업은 작은 중소, 중기업은 만들 수 있어도 세상을 흔드는 혁신 기업은 만들지도 못한다. 그리고 디지털 혁신 기업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기 때문에 작은 내수 기업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창업이 과거 재벌 1세대 보다 어려운 이유는 지금은 한국에 없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을 창업해야 크게 성공하기 때문이다.  과거 재벌 1세대는 일본에 가서 보면 사업 구상이 가능했다. 한국에 없는 것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것이 잘 없다.  세상에 없는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초연구와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스라엘이 실리콘 밸리가 탐내는 기술 기업들을 양산할 수 있는 것은 테크니온 공대와 같은 훌륭한 교육이 바탕이 되고 있다. 그날 행사에 참했던 와이즈만 연구소의 부총장이 강조한 바다. 미국은 실리콘 밸리는 스탠포드, 버클리 대학이 핵심이 되고 있고, 실리콘 밸리의 기원이 된 휴레트, 패커드 두 창업자가 스탠포드 대학 출신이고, 보스톤 지역의 창업 벨트는 MIT, 하버드 등의 최고의 교육기관이 핵이 되고 있다.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혁신창업이 가능 하려면 이러한 우수한 기초 연구가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창업 정신의 교훈은 이것이다. 큰 기업을 만들려면 시작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라. 그리고 혁신기업의 자양분은 궁극적으로 그 나라의 교육과 연구능력에서 공급된다.  왜 연구 중심 대학을 집중 육성해야 하는 지도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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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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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ngwoo Ji

    1
    about 1 year 전

    교수님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제가 실리콘밸리에 일하면서 느끼는것을 똑같이 말씀하시는 부분이 있어서 공감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스라엘 인적 네트워크를 이야기하지만, 그러한 부분은 아주 미미하고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만 사업이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것인데,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네트워크 / 유명인과 어떻게 줄을 닿으면 좋을지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것 같습니다. 내수 위주의 창업은 고용 효과도 제한적인데, 여러 지방의 창업 센터를 보면서 어떻게 운영될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많으시길 기원드립니다~!!

    ㄴ 답글 (1)
  • Brian

    0
    about 1 year 전

    구 소련 해채후 훌륭한 많은 과학자들이 대거 이스라엘로 돌아온 후 좋은 환경에서 창업에 이르게 된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ㄴ 답글 (1)
  • 정춘화

    0
    about 1 year 전

    군대가 국방과 창업의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내용이 새롭습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스라엘과는 비교가 안되네요. 자극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ㄴ 답글
  • Apexkim

    0
    about 1 year 전

    우리 대한민국도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국가에 흩어져 여러가지 생업과 자녀 교육들을 시키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도 연결하고 통합하면 이스라엘 못지 않는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수도 있지 않을가 생각됩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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