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정치적 역사 논쟁을 생각한다

역사 "바로 세우기"의 환상과 위험은 무엇인가?

2023.09.04 | 조회 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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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은 지금 역사 전쟁 중이다.  2020년 광주시는 중공군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계획인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이의 제기로 국가적 이슈로 부각했다.  광주 출신으로 항일운동을 했지만,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고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으며 6.25 전쟁때에는 중국 인민군을 위해서 전선 위문 활동을 하고 이후 중국으로 귀화해서 중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인물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정쟁' 중이다.  지난 정권에서 육군 사관학교 교정에 세워진 홍범도 흉상의 이전 문제도 유사한 정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율성과 홍범도를 옹호하는 쪽은 항일 운동에 방점을 찍고 있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쪽은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근대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오랜 대립의 재현인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자주 논란이 되었던 건국을 언제로 볼 것이냐의 대립이나, 중국과 쏘련의 공산당에 가입하고 협조한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평가에 대한 정쟁,  행방 이후 북한에 협조하고 유학생들을 포섭했던 윤이상을 우리가 어떻게 평가하고 수용해야 하는 등 근현대사의 많은 사안들이 역사 논쟁으로 비화하고 정쟁으로 갈등을 끊임없이 재현하고 있다. 

논쟁은 모두 역사를 바로 세우고,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거대한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이런 반복되는 논쟁은 정말 바람직한 모습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인가?  자유주의적 보수주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역사 정쟁'은 어떤 추한 모습을 띄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이들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이들에 대한 논쟁만이 아니다. 위안부 문제,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간 일제 시대의 소위 "강제 징용 보상" 문제는 정권에서 일본을 향해 죽창까지 들자는 선동으로 비화했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짙게 드리우고 있는 반일 감정의 역풍 속에서 한미일 안보체제 강화를 위해 전정권과 다른 외교를 펼치면서 지지율을 까먹는 어려운 결단을 해 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해묵은 역사 인식은 한국 사회의 정치를 강하게 지배하는 가장 강한 요인 중에 하나다. 지금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염수 (또는 처리수) 방류를 놓고 단식 농성을 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택도 결국 우리 국민들 속에 뿌리 깊는 반일 감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일본의 핵 처리수 방류에 강하게 반대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의 야권이다. 최근 이코노미스트 지는 일본산 수산물을 전면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강경한 태도의 이면을 반일 감정을 이용해서 국내적 정치의 어려움을 숨기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면서 21%를 넘어선 도시 청년 실업율을 더 이상 발표하지 않고 있고, 하락하기만 하는 소비자 심리지수의 발표도 중단할 만큼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모면하고자 강한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활용해서 강경한 조치로 국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방류한 처리수가 가장 넓게 흘러갈 미국의 시카고 전 시장은 최근에 후크시마산 해산물을 먹는 먹방을 연출했다.  호주, 캐나다, 미국 등 태평양 연안의 큰 나라들 중에 그 어디에도 우리나 중국과 같은 반일 '핵 오염수' 선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재명은 자신의 사법 처리와 리더십 위기의 자체의 어려움을 반일 감정을 통해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으로 중국 공산당의 그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반과학의 정치적 술수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정권 내내 우리는 이 역사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지금도 근현대사의 역사적 굴곡에서 파생한 역사 논쟁이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본과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많은 국민들이 갖고 있어서 역사 TV 드리마마저 조기 종영을 할 정도로 휘발성이 크다. 

우리는 여기서 토마스 프리드만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경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전후 후발 산업국가인 일본은 렉서스를 만들어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시각을 갖고 눈부시게 발전한 반면, 중동의 아랍인들은 언덕 위의 올리브 나무를 어떤 조상이 심었느냐를 갖고 유혈이 낭자한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역사 인식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중동의 그들에게 조상과 종교는 자신의 근본이고 정체성일 것이다. 그래서 언덕 위의 올리브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닌 씨족의 성소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역사 정쟁 속에 살고 있다. 렉서스를 만들 것인가 언덕 위의 올리브 나무에 정신이 팔려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념적 소신이 강한 집단들에게는 이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그것은 "역사 정체성"이고 국가 "정체성"이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리드만은 역사에 매몰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역사에 매몰되어 있는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중인가?   

한국 경제는 급속하게 저성장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이 정점을 지났다는 "Peak China"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Peak Korea"를 지나고 있다는 정황은 널려 있다.  한국은 10개월 연속 수출은 마이너스이고, 미국 일본보다도 낮은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당장 현실적으로도 역사 바로 세우기를 보수 장년층들은 환호할 일이지만 과연 곧 다가올 총선에서 이 사안이 청년들이 보수 정권을 더 지지할 이슈일까 하는 의구심도 크다.  

우리 사회는 명분론에 유난히 취약하다.  역사 논쟁이 자칫하면 역사에 매몰되는 우로 치닫는다는 것은 지난 정권에서 잘 보여주었다. 안보도 경제도 팽개친 채로 로, 한일 국교 정상화 때 맺은 협약도 국제 규범도 무시되었다.  강제 징용이었고 정말 임금을 받지 못했냐는 역사적 진실도 관심 밖이었다. 외교적 파행을 걱정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사법 농단으로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죽창을 들라라는 선동에 "No Japan"의 함성은 드높았다. 하지만 지금 일본으로 떼로 몰려가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게 한국민이다.  역사 정쟁은 역사에 매몰된 우를 범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에 드리운 전체주의와 권력의 오만]

어느 사회이고 그 사회를 뭉치게 하는 정체성을 추구하고 갖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 경험을 통해 그 사회가 공유하는 정체성과 가치, 문화를 추출하고자 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과거의 역사는 다 논란과 이견이 존재하고 논쟁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는 이런 논쟁을 해도 역사에 매몰되거나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고 어떤 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이 역사가 뒤집히는가?  

우리는 "역사 바로 세우기"의 환상의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  역사 바로 세우기 주장에는 사회구성원이 동의하는 하나의 올바른 역사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는 유럽의 백인들에게는 역사적 영웅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이를 영웅으로 받들기를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은 지금 지난 과거의 인종 정책, 특히 흑인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갖고 문화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적 병리현상이 모두 인종 차별적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비판적 인종 이론 (Critical Race Theory)'를 보수 진영에서는 영광된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을 부정하고 미국의 역사를 오로지 차별과 억압을 중심으로 보는 자학적 역사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작고한 아베 전총리는 일본의 평화헌법과 교육이 지나치게 2차 대전에서 일본의 과오만 부각한 자학적 세계관이라고 이를 시정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웠었다.  

역사는 이렇듯 객관적이지도 않고, 구성원이 모두 동의하는 하나의 역사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역사는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영국의 역사학자 Edward Hallett Carr가 말했듯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끝나지 않는 대화"일 뿐이다.  역사는 소설이 아니지만 사회는 역사를 끊임없이 재발견하고 재해석한다.  그렇다면 "역사 바로 세우기" 또는 "역사 청산"을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은 왜 문제가 되는가?

우선은 이러한 노력이 권력이 주도하거나 권력을 등에 없고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권력이 역사를 규정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YS는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면서 조선 총독부로 사용되던 역사적 건물을 한순간에 폭파하여 역사 지우기에 나선 적이 있다.  미신에 불과했던 한반도의 정기를 막고 있다는 일제의 쇠말뚝 제거에도 나섰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홍범도 흉상도 문재인 정권의 결단으로 시도된 일이다.   권력은 자신의 철학을 온 국민에게 생각할 틈도 없이 강요할 권리가 있는 듯이 행동한다.  역사 바로 세우기란 올바른 역사가 하나만 존재한다는 가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정권의 역사와 철학에 동조하지 않는 국민들에게는 가히 폭력적 권력 행사다. 

하나의 역사를 권력이 온 국민에게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역사 청산을 주장하는 집단들은 지독히도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역사가 친일 세력을 처단하지 못한 원죄를 저질렀고 그 원죄는 지금도 우리 사회의 부패와 정의롭지 못함의 모든 악의 어머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단호하게 역사를 '청산'하는 정의를 국가 권력에 시행했다면 그 이후의 역사는 정의로움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순진하고 위험한 전체주의적 사고를 바탕에 두고 있다.  인간은 언제고 가능하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지 과거의 단죄와 일벌 백계의 모범이 있으면 정의롭게 행동하는 존재들이 아니다.   이 역사 청산과 바로 세우기는 이단적 원죄론과 조상의 잘잘못이 후대에 흐른다는 봉건적 혈통주의를 깔고 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가난하게 사는 것이나, 매국노의 후손이 잘 사는 것이 비정상이고 정의롭지 못함이라고 주장한다.  

역사는 늘 논쟁을 불러오지만 역사에 매몰되는 일이 없으려면 이 역사의 논쟁을 정권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 간의 대화를 통한 공감대를 통해 만들어지는 아래로부터의 합의여야한다.  우리 사회는 이 점을 망각하고 있고, 정권마다 승자의 역사를 쓰고 강요하려는 만용에 젖어 있다.  홍범도의 흉상이 육사의 구성원과 시민들의 선택으로 세워졌다면 누구도 함부로 문제를 삼지 않았을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들이 "역사 바로 세우기"의 만용이 불필요한 국민 분열과 역사에 매몰되는 나라를 만들고 있고 정권이 교체되면 영웅이 부상하고 추락하는 혼돈이 지속되는 이유다.  역사 청산을 주장하는 좌파나, 역사 바로 세우기를 주장하는 우파나 모두 이 전체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깔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 역사를 권력이 세뇌하면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는 사고다.

시민 사회도 역사 논쟁을 법정으로 끌고 가고, 정치화해서 권력의 힘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강요하려는 전체주의적 유혹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매번 언덕 위에 새로운 올리브 나무를 심고 오래된 나무를 뽑아 낸다.  역사 청산을 잘 했다는 프랑스는 피로 역사를 썼다. 그리고 지금도 정치적 이슈 때마다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진다. 그 단두대의 역사를 역사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부리운다. 

역사 논쟁은 권력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차분하고 오랜 논쟁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질서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사회가 수용하는 역사가 발현된다.  권력의 오만함 그 유혹을 우리 사회는 떨쳐 버려야 한다. 

[나라 거덜내는 지자체의 통제밖의 사업들]

나는 역사 논쟁보다 우리가 우선 주목해야 할 일은 국가 예산을 약탈하는 지방 자치제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이다.  보도에 따르면 광주시와 인근 지자체는 지금까지 100억이 훨씬 넘는 국고를 중국과의 우호 증대와 중국 관광 수입 증대를 위해 "정율성 공원"에 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큰 투자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었는가? 광주의 이 공원을 보러 안 올 중국인 광주에 몇명이나 더 왔나?  중국 관광 여행사에 그들의 위대한 역사적 음악가 정율성 공원을 보러 가자는 패키지 여행 상품이라도 기획되고 판매되고 있는가?   세금 도둑질들이다. 약탈적 지자체의 모습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우리가 우선 주목하고 청산할 대상은 이 부패한 약탈적 지자체와 거기에 포퓰리즘과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행동하는 국회의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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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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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진

    0
    about 1 year 전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이근종

    0
    about 1 year 전

    글의 마지막 부분, "우리가 우선 주목하고 청산할 대상은 이 부패한 약탈적 지자체와 거기에 포퓰리즘과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행동하는 국회의원들이다" 내년 총선에 자유우파의 공천절차와 정책방향으로 사용되길 기대합니다!

    ㄴ 답글
  • 김치보이

    0
    9 months 전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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