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최근 한 주 동안 뉴스레터를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코로나에 결려서 회복하느라고 휴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식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난 주는 우리 사회가 어떤 정치적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국회에서 최초로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고, 또한 헌정 사상 최초로 국무총리의 해임 건의안이 가결되었으며,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모두 "헌정 사상 첫" 사건이 동시 다발로 벌어졌습니다.
사안 마다 여러가지 생각해 볼 것들이 있겠지만 지금의 정치적 파열음은 지난 대선 이후 예고된 수순이 아닌가 싶습니다. 압도적인 의석 차이를 갖는 여소야대의 정부가 새로이 탄생했습니다. 삼권분립이 되어 있는 대통령제에서 이러한 여소야대는 협치가 아니면 정상적인 정치가 진행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지형은 협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닙니다. 국회의 정치가 유실된 것은 정치인들의 무능과 탐욕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로 분노의 함정에 이미 빠져있습니다.
보수권의 가장 견고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세력은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대표의 적폐 청산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고, 그것이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가장 강력한 동인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감수하고 의원과 당대표로 나선 배경에는 윤정부의 자신에 대한 사법의 칼날을 피할 수 없기에 택한 길이라고 추측되었고,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던 반복된 공언을 즉각 식언으로 만드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 방어막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예상은 틀리지 안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국 사태 등을 통해서 누차 확인된 바와 같이 "개딸" 들은 윤석열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트에 대한 국회활용을 철통같이 옹호하고 있습니다.
정치 진영간의 대결이 분노와 상호 불인정으로 진행되는 환경에서 윤석열 정부에 협치는 애초에 불가능했고 지금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이런 환경에서는 내년 총선까지 윤석열 정부가 큰 성과를 내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큰 개혁은 입법을 통해 가능한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는 상황에서 윤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전략는 두 가지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이재명 대표와 거래를 통한 협치를 끌어내거나, 국민적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의회 다수당 민주당을 압박하는 수단뿐입니다. 하지만 전자는 지지층이 허용하지도 않고, 법치를 강조해온 검찰출신 윤석열 대통령도 영혼을 파는 것과 같은 일로 인식되어 수용하기 힘든 지극히 정치적 해법이라서 외면되었을 것이고, 후자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불가능합니다. 이재명과 딜은 사법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밀약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터이니까요.
지금의 정치적 혼란은 결국 총선을 통해 정리되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는데 과연 여당이 오는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뒤집고, 야당에게서 이재명 대표가 상징하는 개딸의 강경파를 분리할 수 있을 것인가는 현재로는 의문입니다. 국민의 선택이 현재의 불안정한 정치 구조의 연장이라면 윤 정부의 남은 임기도 입법이 뒷받침되는 개혁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명분도 부족한 정치적 검사 탄핵, 총리 해임 건의안을 통한 의회의 정쟁화와 분노의 함정에 빠진 진영대결의 모습은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의 모습을 데깔꼬마니인양 유사한 모습입니다. 아마도 전세계는 전통적인 대의민주주의가 미디어 발달로 강화된 국민의 정치 참여, 즉 직접민주주의적 도전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총리의 해임 건의안 통과와 1년 반도 안된 임기를 지난 대통령의 부분 개각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것은 한국에서 내각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정상 국가에서 장관이 1-2년의 임기 중에 중요한 일을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입니다. 대통령제에서 맹장처럼 기능도 불분명한 총리는 왜 계속 지속되는 것일까요? 다음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헌법의 형식 요건도 지키기 어려운 총리, 그리고 정치인들의 정치적 수요 이외에는 역할이 의문시되는 장관들은 정치에 몰입된 국민들에게만 중요하고 사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의미있는 변수가 아님은 이미 오랜 세월이 증명해 왔습니다. 대통령의 임기와 같이 가는 다른 나라의 각료들과는 달리 우리의 각료직은 단기적 정치적 소모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장관보다 대통령실의 그림자 장관인 수석들의 입김이 더 큰 이중적 구조하에서 장관직은 정치적 수요를 충족하는 자리로 쓰이고 있는 것이 오랜 관행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리의 해임안은 뉴스 미디어에게는 뉴스이지만 국민에게는 해임을 하든 누굴 다시 임명하든 정권의 치적이나 성과에는 무관할 것입니다. 장관이 누가 되어도 결국 대통령의 결심이 없는 한, 사회의 진전을 위한 프로그램은 장관에 의해 추진되는 일들은 87체제 이후의 어느 정부에서도 없었습니다.
또 한가지 정부가 바뀌고 언론과 관련한 자리의 교체가 아직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KBS 사장, 이사진, 방통위의 구성, EBS 이사진의 변경, 그리고 MBC를 통제할 수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등의 전정권 인사 축출이 진행 중이고 아직도 전정권의 이해를 대변한 사람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EBS의 이사장을 하고 있는 유시민 씨의 누이 소설가 유시춘과 새로 임명된 강규형 이사와의 충돌이 뉴스를 타고 있습니다. 저쪽 인사들의 뻔뻔스러움은 아마 언급할 가치도 이제는 없을 것입니다.
언론을 장악해야 한다는 정권의 생각이나, 정상적인 임기제도가 아니라 감사, 수사, 해임 건의 등의 수법으로 전정권 인사들을 내쫒는 모습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권과 독립해서 활동하라는 온갖 위원회들의 실제 모습은 여야가 추천한 인사들과 영원한 반목 속에서 운영됩니다. 그것은 어떤 위원회가 되든 우리는 법이 선언한 이상을 실천한 적도, 실천할 의도를 갖는 정권도, 그리고 임명된 사람들도 추천한 권력의 의도를 벗어나서 행동하겠다는 프로페셔널한 자부심과 윤리의식으로 무장된 인사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많은 지배구조가 고장난 채로, 그리고 정권의 승전의 트로피로 전락한 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느 정부도 언론을 권력과 독립시키겠다는 이상적 목표를 추구하지도 않고,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 공정하고 정직한 언론을 기대하는 헛소리들을 반복합니다. 5년 단임의 정권이 바뀌어도 정무적 자리의 인사들을 교체하는데 2년 씩이나 소요되고 있는 것도 지극히 비정상의 나라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인수위 기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도 정무적 자리를 정권이 교체되고 임기 중반까지 새로운 정권이 임명하지 못하고 있거나, 정무적 자리를 정무적 자리가 아닌 양하거나, 정무적 자리가 아니어야 할 자리를 정무적으로 챙기는 눈속임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권 교체의 의지가 정치권의 이해 관계에 막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고 이를 고치겠다는 개혁의 의지도 제도화의 노력도 실종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우리는 갈수록 진영의 싸움에는 능해졌지만 국가를 선진화하고 정상화하겠다는 이상은 이제는 아주 잊어버린 나라가 되었습니다.
현정부 지지자들은 수긍하기 어렵겠지만 윤 정부에 새로움이 없습니다. 외교적 노력은 문재인 정부와 뚜렸히 구분되지만 대한민국이 운영되는 조직과 원칙을 선진화하고, 정치를 정상화하고, 정당을 활기차게 민주화하고, 경제에서 정부의 힘을 빼고 시장과 기업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분권적 사회, 청년들이 '야 이것은 참신하다'며 고개를 돌려 처다볼 아무런 아젠다가 없습니다.
정권 교체가 사화와 등가시 되는 정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적된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제도 개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승자가 전리품을 탐익하고 축배를 드는 모습만 나날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경제는 아직도 수출을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 지지율은 30-35%, 부정이 60-65%를 유지되는 근본 이유는 국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언론과 좌파의 선동이 왜곡한 현실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찾을 프로그램의 부재가 근본 원인입니다.
선거에 지고난 야당은 선거 불복의 정치만 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주변 인사들은 인기없는 개혁은 모두 총선 다음으로 미루어야 한다는 현실론을 이야기합니다. 실적이 없는 여당이 공천만 잘하면 총선에 이길 수 있다는 한탕주의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이재명이 도와줄 것이라는 천운에 기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혹 개혁의 이상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론이 정권의 무능의 변명이 되어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Peter의 원칙을 주장한 캐나다의 교육자인 로렌스 피터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일부 문제는 너무 복잡하여 그에 대해 결정하지 않으려면 매우 지능적이고 정보에 정통해야 한다." (Some problems are so complex that you have to be highly intelligent and well informed just to be undecided about them. - Laurence Peter ). 매우 지적이고 정보이 밝으면 복잡한 문제를 건들이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말입니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경제와 외교에 무지했습니다. 그래서 용감무쌍한 무리수를 많이 저질렀습니다. 이번 정부는 반대로 관료출신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문제의 정보에 정통하고 매우 지능적이어서 이상적인 개혁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지금 두 극단의 정부에게 나라를 맞겨 오고 있는 것일까요?
Peter의 원칙 (Peter Principle)은 '계층제에 속한 사람들은 각자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People in a hierarchy tend to rise to "a level of respective incompetence").
이 말은 조직에서 사람들은 이전 일의 성공을 통해 승진을 하고 계층을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최종적으로 올라간 자리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위치까지 간다는 것입니다. 회계 과장으로 일을 잘해서 재무 부장으로 승진을 시켜고 나니, 회계 일을 벗어난 자금 조달이나 자금 계획은 잘 못한다는 것이지요. 이전 자리의 성과로 승진을 결정하지만 올라가는 자리의 일을 잘 할 수 있는지는 검증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장의 일을 잘 못하면 그것으로 승진은 종료되고 잘하면 임원으로 가지요. 하지만 그가 임원으로늘어난 책임과 과업을 잘할지는 짐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직적 조직에서 최종 자리는 그 사람의 무능력의 수준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국가 운영의 주축인 정권과 국회의원을 어떤 원칙으로 선발하고 있습니까?
이제 공천의 쇼가 진행될 것입니다. 벌써 뉴스에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 영입인사로 거론됩니다. 지난 총선에 영입되어 지금 양당에서 당권에 충성경쟁하는 초선들의 모습에서 어떤 의미를 우리가 찾고 있습니까? 그 자리 이전의 성공이 지금의 권력의 자리에서도 잘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정당의 권력들이 공천하고 있을까요?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일 잘 할 것이라는 어떤 기대를 이전의 이력에서 우리는 탐색을 하고 투표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우리는 최종의 무능과 실패를 확인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까?
제가 몸이 불편한 때이어서인지 정치의 계절 여의도에서 펼쳐지는 모습이 모두 희망 없는 광대 놀음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부정적 생각들을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내일의 희망이 보이십니까?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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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조은놈
이병태교수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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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늘.. 심도있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건강제일👍 건강하세요. 쾌유하셔서 다행입니다. 특별한 아이디어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통찰 등 많은 분들의 읽을 수 있는 페북이 참 좋았는데, 안타까워합니다. 정치를 바로보는 국민이 많아져서 옳고 그름을 분별해 주시길 바래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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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보이
무슨 일인가 했더니 코로나에 걸리셨군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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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
이병태교수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한국은 항상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입니다. 하지만 속도는 많이 느려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저는 한국의 저력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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