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코노미스트는 'Sleep Madicine '이라는 학술지에 소개된 각국의 수면 습관의 데이타를 제시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가 그것인데 동아시아 국가들이 올빼미들임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은 시에스타가 있고 밤 늦은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하는 스페인, 포르투칼과 홍콩, 싱가포르, 일본과 같이 동아시아 국가들 자정이 지나야 잠 자리에 드는 나라에 속한다. 한국이 특이한 것은 이처럼 늦게 잠들면서도 아침에 기상하는 시간은 일찍 잠드는 유럽인들과 기상 시간이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평균 한국 사람들은 40분 정도 덜 잔다고 한다. 일찍 잠들고 충분히 자는 최고의 수면을 즐기는 사람들은 핀란드,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의 북구 유럽 사람들이라고 한다. 수면의 질은 삶의 질과 매우 관계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주장이다. 북구 유럽의 삶의 만족도 (행복도)가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잠을 잘 자고 있는 이유도 있지 않을까?
기사는 한국의 긴 노동시간이 수면 시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주간 평균 노동시간이 우리는 36.5 시간인 반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27시간이다. 우리가 각성하고 있는 시간이 길수록 잠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외국 대학의 경영대학 학장은 나를 만날 때마다 동대문 시장 이야기를 자주한다. 한국에 올 때마다 가족들의 선물로 동대문의 의류 시장에 가서 옷을 샀는데 그런 대형 의류 유통상가가 밤도 없이 영업을 한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잠도 안 자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내가 자문을 했던 국내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일요일 새벽에 청계산을 오르시는 취미가 있으시는데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여명의 시간에 올라 산의 정상에서 아침이 열리는 과정의 색의 변화를 즐기신다고 한다. 그분의 대한민국은 잘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데 자신이 정상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자면 아침 일찍 수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향해 6.25 때 중공군들처럼 떼지어 "진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주말에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산을 향해 몰려드는 이 극성스러운 국민들로 이루어진 나라가 어떻게 잘 살지 못하겠냐는 의견을 갖고 계시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도 한국인들이 주말에도 주중의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일찍 기상을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미국 생활을 할 때 주말의 미국 주거지역은 아침 늦게까지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모습을 자주 관찰했었다. 주말은 아침이 아니라 늦게 일어나니까 당연 브런치로 아침과 점심을 겸한 늦은 식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밤이 긴 생활습관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 이제 밤 늦게까지 여는 영업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카페고 식당에 가면 전과는 달리 일찍 문을 닫는다며 9시 10가 되면 마지막 주문을 해달라고 하는 곳들이 늘어난다. 회사원들이 회식을 하고 2차, 3차로 차 수를 올려가며 밤을 부정하며 팀웍을 다지는 일도 급속하게 살라지고 있다. 아마도 지금은 우리나라의 잠의 습관이 달라 보이더라도 그 차이는 급속하게 좁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급속한 경제 개발의 역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고 쉬는 것이 재충전이 아니라 나태한 것이라는 죄의식을 갖고 사는 일에 매우 익숙했었다. 주경야독이 성공의 지름길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명문대학을 합격하려면 4당5락, 즉 4 시간 자면 합격하고 5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거의 수면 고문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았다.
사실 인간이 동물의 왕국을 벗어나서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는 성공을 거둔 비결 중에 하나가 밤을 정복했기 때문이다. 선사 시대의 동굴 벽화는 인류가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동굴에서 불을 밝힐 수 있기에 가능했다. 인류가 불을 사용해서 음식을 요리해 먹기 시작한 것은 현생 인류가 아니라 길게는 약 190만년 전의 직립원인(Homo Erectus) 때 부터로 알려져 있다. 인류의 조상들은 동굴 안에 불을 피워 놓고 그 주위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불로 인해 추위도 피할 수 있고, 벽화를 그리며 문화 활동을 하고, 그 불은 맹수들을 쫓을 수 있는 안전의 능력도 주었다. 동굴에서 밤을 물리친 것이다.
아래 도표는 인류의 조명의 역사를 정리한 것이다. 약 4천년 전 바비론 시대의 조명은 참기름을 연료로 하는 등잔불이었다. 19세기 초에 야 촛불이 발명되었고 밀납과 고래 기름이 원료로 사용되었다. 서양에서 포경을 한 주요 이유는 고래 고기가 아니라 초를 만들 수 있는 고래의 두터운 지방이 목적이었다. 고래를 살린 것은 그린피스가 아니라 인류가 사용하지 못하던 원유를 정제해서 연료로 바꾸어준 정유 기술이다. 죤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 (Standard Oil)이 등유를 값싸게 정제해서 판매하면서 촛불은 우리의 가정에서 퇴출되었고, 호롱불이 밤을 밝혔다. 그 이후의 역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1950년 에디슨에 의해 전구가 발명되어 이제는 화학 물질의 배출이 없는 건강한 조명이 가능했고 이 전기는 증기 기관이 지배하던 산업혁명을 전기 모터로 바꾸어 산업혁명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그 이후 형광등, LED 조명 등 우리의 밤을 격퇴하고 낮을 연장하는 조명의 주역들은 바뀌어 왔다.
두번째 줄은 역사적 조명의 밝기를 조도 (Lumen)으로 표시한 것이다. 지금 우리 세대는 아마 등잔불과 촛불의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등잔불에서 촛불, 그리고 등유의 호롱불 시대를 다 경험하며 자랐다. 나의 고향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야 전기가 들어온 첩첩 산중의 오지였기 때문이다. 등잔불을 켜다 가도 제삿날에는 촛불을 켰다. 그때면 집안이 낮이 된 것처럼 밝았다. 하지만 전기불에 익숙한 우리는 정적이 되어 촛불을 켜야 하는 때에 얼마나 어둡고 불편한지 잘 알고 있다. 전기와 최신 조명의 조도가 그렇게 밝기 때문이다.
조도 뿐이 아니다. 조명의 과거 역사에서 당시의 평균 노동자들이 밤을 한 시간 밝히기 위한 연료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노동시간을 보면 바빌론 시대에는 한 시간의 등잔불을 켜려면 400시간의 노동력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지금 우리는 0.1초 이하의 노동력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도 조명의 가격의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14세기 영국에서 밝기가 백만 루멘인 조명을 한 시간 사용하려면 4만 파운드 (약 6600만원)이 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의 화석연료가 실용화되기 이전에 인류에게 주경야독은 불가능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왕이나 귀족들만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조명으로 인해 밤에도 수많은 경제활동을 한다. 그리고 낮에도 실내에서도 경제활동을 불편없이 할 수 있다. 만약 해가 지면 경제활동을 모두 멈춘다면 지금 인류의 소득은 어느 수준일까 상상을 하면 인류가 밤을 물리치고 낮을 연장한 것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알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전유물인 불을 인류에게 전해주고 제우스에게 간이 쪼아 먹히는 고문형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는 이런 조명, 즉 인류의 밤의 정복의 역사의 중요성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수면 시간이 짧은 일본이나 한국의 평균 수명이 길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수면의 건강에 대한 영향을 단순하게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면의 습관에는 여러가지 문화적 요인들도 함께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은 잠을 자야 하는 동물이다. 그것도 잠을 잘 자야 한다. 빌 게이츠가 추천해서 더 유명해진 Mattew Walker의 저서 "Why We Sleep: : Unlocking the Power of Sleep and Dreams (2017)" (왜 우리는 자는가? 수면과 꿈의 힘을 최대로 활용하기)는 잠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절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수면에 관한 과학적 탐구가 최근에야 이루어졌고 그 과정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또 책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의 수면에 관한 재미 있는 사실들도 소개하고 있다. 포유동물로 물에 떠서 숨을 쉬어야 하는 고래는 좌우 뇌를 번갈아 가면서 잠을 잔다고 한다. 한쪽은 자고 한쪽은 깨어 있어서 숨을 쉴 수 있다고 한다. 나무 가지나 전기줄에 모여서 자는 새들은 대열의 바깥 쪽에 '당번을 서는' 새들이 바깥 쪽 뇌만 깨어 있다고 한다. 오른 쪽 맨 끝에 있는 새는 오른 쪽 뇌가 깨어 있고, 왼쪽 맨 끝의 새는 왼쪽 뇌만 깨어 천적의 접근을 감시한다.
인간은 삶의 1/3은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 매일 죽는 시간은 사실 우리가 학습을 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시간이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할 때 잠을 잊고 일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도 그렇게 일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머리 좋은 빌 게이츠는 주차장의 번호판을 보고 누가 일찍 퇴근하고 늦게 출근하는지를 파악하고 그런 직원들을 구박했다고 한다.
뒤늦게 성공하고 은퇴하고 나서, 위의 책을 읽고나서 자신이 얼마나 틀린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잠의 효능과 질에 대해 누누이 강조한다. 그래서 잠을 방해하는 카페인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청소년 기에 늦잠을 자는 것이 중요한데 학교와 직장이 너무 일찍 시작한다고 비판한다.
우리는 아침형 인간에 대한 여망을 갖게 세뇌되며 자랐다. 이런 "열심히 사는" 신호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 위 책의 결론이다.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우리가 잠을 선진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잠을 안자는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로 전환되어야 하는 동아시아의 잚을 잊은 국민들에게 생각해 볼 것을 제공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나는 우리 사회가 이미 잠 잘 자는 사회로 이전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 비해 상가의 불이 일찍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찝찝한 것은 불을 일찍 끄는 것이 지나친 최저 임금의 인상의 결과가 아닌지? 우리가 노동시간이 긴 것은 노동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즉 과한 노동을 하지 않으려면 짧은 노동으로도 큰 돈을 벌어야 가능하다. 생산성 향상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우리는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잠을 청해야 한다. 주린 배와 걱정거리는 우리의 잠을 해친다. 건강한 잠을 위해서라도 생산성 향상을 하기 위한 경제의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는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 모두 생산성 높은 늦잠 꾸러기가 되자.
P.S 어제 구독자 "인회"님이 커피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823명의 구독자가 있습니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널리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ㅣ.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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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
엊그제 문득 생각을 안 하고 쉴 수 있는 시간, 잠 자는 시간이 있어 너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좋은 교수님 글을 읽네요. 영국과 미국 사람들의 삶의 패턴은 대체로 우리보다 느슨한데, 영국에서는 포스트맨이 새벽에 우편물을 돌리고, 미국에서는 청소차가 새벽 다섯 시만 되면 동네 주위를 돌아다녀 아침잠을 깨우곤 합니다. 도시에서의 삶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려니 수많은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일하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싸진 전기값 혹은 가스값 때문이겠지요.
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1.05K)
네 그렇게 보이네요. 밤을 낮처럼 일하는 분들 덕분에 우리가 새로운 날을 불편없이 시작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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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다
교수님 편안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1.05K)
감사합니다. 배고프다님도 배 안 고픈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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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회
수면질이 안좋은 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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