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6
구독자에게 예은으로부터 0호
비행 준비 전, 그리고 비행 후 호텔에서 30분 정도 종종 책을 읽곤 합니다. 정돈된 글은 부산해진 마음을 잠재울 때 요긴합니다. 9월 1일 뉴욕 비행을 마치고, 오후 11시 43분 침대에 누워 <나의 뉴욕 수업> 이란 책을 읽다 아래의 구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8월 마지막 주, 호치민에 도착하고 썼던 일기를 떠올렸어요.
그래서 그럴까요? 누군가에게 '호치민'하면 떠오르는 것을 말해봐.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쌀국수, 망고젤리 대신 이런 대답을 할 겁니다.
첫째, "선배님과 대화를 좀 더 해보고 싶은데. 우리 요 앞 맥주집에서 맥주 한잔 더 하실래요?" 라고 말을 건네오던 어느 후배.
둘째, "너랑 이렇게 침대에 누워서 밤새 이야기 하는 것이 나중에 정말 소중한 시간일 것 같아 예은아." 라며 눈시울을 붉히던 승민.
셋째, "오늘은 운이 좋아 창문에 나무가 가득 보이는 방을 배정 받았으니 내방으로 밥 먹으러 올 것."라며 제 방으로 초대 하던 기주.
작가의 말 처럼, 저는 호치민보다 호치민에 얽힌 모든 추억을 사랑했으니까요.
3주동안 편지에 어떤 이야기를 담으면 좋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담자니 제 이야기만 주저리 풀게 되진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이럴 때면 같은 맥락의 사건들, 문장들이 제 주변을 두드리곤 합니다. 마치 8월 마지막 주에 쓴 일기와 9월 첫째주 읽은 구절이 교집합을 이루듯 말이죠! 그럴 때면 누군가 꼭 '이제 이 이야기를 네 삶에 담아줄게. 어디 온몸으로 한번 제대로 느껴봐' 라고 말하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네가 겪는 모든 것들을 나무가지처럼 연결해봐. 네가 뿌리고. 사건은 가지가 되는 거지."
방콕 호텔에서 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조언 해주던 신기장님의 말처럼. 앞으로 이곳에 보고, 듣고, 먹어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나무가지처럼 촘촘히 쌓아가 전달하려 합니다. 정돈되지 않아도 이해해주시길.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려면 어렸을 땐 가지치기를 적게 해야 하거든요. (뇌피셜입니다.)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 닿을 때도 있고, 닿지 않을 때도 있을 겁니다. 닿는다면, 여러분의 삶에서 이 이야기를 들을 때가 되어서 그럴테지요. 반대의 경우 라고요? 흠... 언젠가 다시 이 메일을 읽어보며 쓸모가 되길 바랍니다. 어쨌든 저는 이제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실시간 예은의 이야기. 개봉박두.
2023년 09월 06일
예은으로부터.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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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장
갸악! 예은으로부터의 처음의 처음, 무려 0호부터 구독하게 되어 감개무량입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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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주디
고민이 무색하게 가장 예은다운 뉴스레터 0호 잘 받았습니다 실제로 뉴욕과 호치민은 천지차이인데 그 속에서도 같은 걸 느끼는 예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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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슈
어! 정말로 오네. 막간에 설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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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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