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와 인정받고싶은 욕구는
무럭무럭자라
번아웃의 눈에 띄어버렸다.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제게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디자인 작업하기 전과 후의 기분 변화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원하는 모습으로 작업이 되는 경우엔 기분이 좋아지는 반면
잘 풀리지 않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늘 심각했죠.
사실 누구나 다 그럴거라 생각했고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않았습니다.
잘되면 기분이 좋은 거고 잘 안되면 막막한 기분이 들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전 제 감정 변화를 무시하고 넘겼습니다.
이러한 제 패턴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좀 더 또렷해졌습니다.
디자인 업무를 지시받았는데 잘 풀리지 않았어요.
쉬는 시간에도 머릿속엔 온통 일에 대한 생각뿐이였습니다.
막막함으로 몇 일을 보내다 드디어 그럴듯한 모습이 나와 컨펌이 되면
급격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이때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제 감정은 일의 결과에 따라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것을요.
이 사실을 알았지만 잘못된 것이라고 인지하지는 못했습니다.
'난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성장하려면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렇게 전 또 다시 좀 더 실체화된 제 감정을 무시했습니다.
그렇게 일과 한 몸이 되어 열심히 달려왔지만 제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어요.
업무에 변화는 없었고 성장 욕구는 강했지만 성취감 없는 일이 반복되었거든요.
어필도 해봤지만 회사에서 계획하지 않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젠 지금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제 감정은 회사에서 제 자리에 대한 존재의 이유까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업무가 주어졌을 때는 '나는 필요한 사람이구나'라는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았고
업무의 공백이 길어질 땐 바보가 되는 것 같았죠.
'많이 부족해서 기회가 오지 않는구나'라는 생각도 하며
현 상황에 대한 물음표들을 모두 제 자신에게 돌렸어요.
그렇게 자신감, 자존감은 끝을 모른 채 추락했습니다.
우울감을 동반한 번아웃
더 이상 가치가 없게 느껴졌고 무기력한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데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저에게 번아웃이 온 것같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말만 들어왔지 번아웃이 뭔지 몰랐었는데요.
▶번아웃: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 정신적 탈진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번아웃이라뇨.
일의 결과에 좌지우지 되는 감정 이면에는
잘해내야 된다고 완벽주의를 부추겼고
처음 직종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된 업무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알아차린 그 감정을
무시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번아웃이 찾아오고 6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아
발끝만 보고 걸었는데요.
이젠 더이상 걷지 못하겠어서
저는 잠시 멈춰 서있습니다.
이번 번아웃이 찾아온 이후로 저는
내면에 찾아온 감정들을 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정을 잘 들여다보는 것은 제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고,
앞으로 걸어가는 자신에게 '괜찮니?' '잘 갈 수 있겠어?' 라고
따뜻한 챙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가고 있지만 잠시 멈춰야만 합니다.
저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준과 방향을 가지고
길을 갈 것인지 잠시 생각해 보려고합니다.
By. 정비단의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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