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만의 뉴스레터일까요. 이사만 끝나면, 이직만 끝나면, 이 제안서만 마무리하면, 소송만 마무리되면... 이라는 핑계로 미루었고 몇 장의 레터는 시기를 놓쳐 제 에버노트에서 영원히 썪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딴 식으로 미루기 시작하면 영원히 아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바보같은 판단으로 바보같은 행동을 했기에 나온 당연히 바보같은 결과입니다. 어인정. 어긋난 판단에서부터 이미 정해져 버린 어긋난 미래겠지요.
오늘은 '과거에 이미 정해진' 미래라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다만 3개월을 미룬 뉴스레터...보다는 좀더 긍정적인 사례를 들어서요.
아래는 올해 1월 말 제가 적은 일기입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그때의 부정적 감정과 스트레스는 (여전히 기억은 나지만) 더 이상 느껴지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게 만들 정도로 큰 부담감이었는데 불과(?) 한 분기만에 아예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물론 언젠가 사라질 것이 분명하더라도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스트레스를 부정하거나 억지로 없애려 드는 것은 무효한 시도일 것입니다. 현재의 부담과 부정적 감정을 사실로서 인정하되 [그것과 동시에] 결국 잘 이겨내고 성장했을 내 모습 역시 또다른 사실로서 함께 받아들일 수 있다는, 다소 당연한 생각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뭐 대단한 걸 배우거나 이룬 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전혀 대단할 것 없는 레벨업이고 아마 많은 유능한 분들에겐 별 것도 아닌 어려움일 것입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전의 저는 그 '별 것도 아닌' 어려움 때문에 저런 일기를 적었던 것입니다.
3개월 전 저는 1년 조금 넘는 제주도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곳으로 급하게 이사를 했고요. 동시에 다시 한 번 이직을 진행했으며 아는 분으로부터는 사업기획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골치 아픈 소송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모두 다 마무리가 되었거나 되어갑니다.
물론 곧 또 다른 종류 혹은 더 심한 스트레스나 더 창의적으로 짜증나는 문제들이 또 나타날 것입니다. 이것 역시 정해진 미래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3개월 전 저를 두렵게 했던 그 문제들'만큼은 더 이상 제게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제 저에게 그때와 같은 데미지를 입히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 (심하게) 느리긴해도 어쨌든 저는 가만히 있거나 뒤쳐지지는 않았습니다. 뭐 그거면 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제 본업으로 투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초기 단계이지만 새로운 일을 해보기 위해 뜻이 맞는 분들도 좀 만날 예정입니다. 애드센스 달린 블로그도 쓰고 가면 뒤집어 쓰고 유튜부도 하고 아마존 FBA도 하고 디지털노마드 PDF 팔아가며 수익의 빠이쁘라인 열개씩 깔아야하는 대N잡러의 시대에, 투잡으로 직장에 시간 더 팔아 돈 더 벌겠다는 계획이라니... 참으로 무식하고 트렌디하지 못한 발상입니다. 지도 잘 압니데이.
하지만 가진 재주가 변변찮고 영민하지 못하니 일단은 무식하게라도 가보자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초천재에 초부자인 주제에(?) 여전히 쪽잠을 자며 주 80~100시간을 일한다는 일론머스크의 자극이 컸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일론머스크와 테슬라는 지구인 모두에게 참 좋은 인생 러닝메이트입니다.
저는 테슬라 자율주행(FSD)의 발전을 쭉 지켜보았습니다. 그래봤자 설거지하며 짬짬이 유튜브로 보고 있을 뿐인데요. FSD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동안 시나브로 발전하여 어느새 제가 처음 접했던 모양과는 별천지로 달라진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최종 완성의 상태]라는 이상적인 기준에서 현재의 성능을 평가하면 전부 모지라니들의 장난같아 보일수도 있습니다. 미완의 기술과 어설픈 시도, 그 와중에 일어나는 실수와 실패들은 팔짱끼고 앉은 아재들이 100점짜리 정답지를 들이밀며 부정적인 비평을 날리며 똑똑한 느낌 내기에 딱 좋은 소재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어떤 동기와 목표를 갖고 어떤 속도로 어떤 모양의 그래프를 지속적으로 그리며 왔는지에 집중한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결국 '완성'이라는 단계에 언젠가는 도달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시선을 갖게 됩니다.
테슬라의 FSD는, 제가 바쁘다고 말하면서도 인스타 릴스 보느라 한 시간 딩굴거리는 사이에도 발전하고 있었고, 후배에게 언제 한번 밥묵자고 한 후 몇 달이 후닥 가버린 동안에도 발전하고 있으며 제가 뉴스레터를 미루다미루다 한 분기가 지나가버리는 사이에도 발전했습니다.
그렇게 대충 살다가 종종 FSD 버전이 업데이트 소식이 들리면 솔직히 마음이 덜컹합니다. 미뤄뒀던 무언가가 마음에 걸리고 지난 주 지난 달과 별 다를 바 없는 제 모습이 불편해지기도 하고요.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냥 스트레스가 좀 있는 상황으로 나를 밀어넣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밀어넣고나면 3개월 뒤에는 뭐라도 하나 나아져있지 않을까- 하는 존나 무사안일한 기대감 정도를 갖고 말이죠.
FSD 만큼은 발전하지 못하고 일론머스크 만큼 열심히는 못 살더라도 적어도 3개월 전 나를 괴롭힌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되는 삶. 그 정해진 미래 몇 가지들을 하나둘씩 누적하는 속도로라도 엉금엉금 기어가 보려합니다.
주간 훵클은, 차마 부끼러워서 계간 훵클로 바꾸었습니다. 할 말이 있을 때 또 스팸메일 쏘겠습니다. 사장님들 모두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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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똥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훵키님도 누군가에게 아주 좋은 러닝메이트셔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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