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 want - 아무튼, 티셔츠
구독자님 혹시 '아무튼' 시리즈를 아시는지요? 국내의 세 출판사가 함께 만든 에세이 시리즈의 이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한 가지라는 주제로 <아무튼, 망원동> <아무튼, 양말>, <아무튼, 트위터> <아무튼, 술> 등 굉장히 많은 시리즈가 나와 있으니 혹시 공감가는 주제가 있다면 한번 찾아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저는 티셔츠에 미친 놈입니다. 별 시덥잖은 감상이나 말장난을 그때그때 티셔츠로 만들어 입기를 좋아합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점점 줄어드는 인생에 티셔츠 정도는 좀 정신나간 그래픽으로 입어버려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남친룩이니 TPO니 하는 남의 규칙들을 신경쓰느라 가버리는 세월이 점점 아깝습니다.
제가 이렇게 되어버린(?) 시작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와 친구는 무려 300만원을 들여 수백 장의 티셔츠를 제작했는데요. 당시엔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디자인만 보내면 1개만 제작해주는 서비스도 없었기에 몇 차례에 걸쳐 샘플을 주고 받아야 했고요. 개당 단가를 낮추기 위해 대량의 주문을 넣어야했습니다.
혹시나 이걸로 너무 유명해지는 건 아닐지 걱정반 설렘반으로 티셔츠를 팔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스무장 정도를 팔았습니다. 덕분에 저와 제 친구의 가족들은 15년 동안 잠옷 걱정없이 지내게 되었답니다 시벌.
제가 이 한심한 이야기를 꺼낸 건 <아무튼, 티셔츠>라는 주제로 제가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써놓은 글도 없지만 어쩐지 이 키워드는 제 것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놓치면 너무 억울할 것 같기도 하고요.
찾아보니 <아무튼, 스웨터>와 <아무튼, 후드티>까지는 이미 나와있는데 <아무튼, 티셔츠>는 아직 남아 있네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책 저자의 이름은 부디 훵키클리닉이기를 (저 혼자) 열심히 바라고 있습니다.
What I'm reading - 인터뷰란 무엇인가
간혹 잡지에 나온 인터뷰를 읽다 보면요. 별 깊이도 없는 친구가 얄팍한 개똥철학을 주절거린 것 같은데, 멋진 사진과 세련된 편집 디자인, 잡지 인터뷰 특유의 어투로 인해 전체적으로 되게 근사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가 '내가 멋지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을 물어봐주고, 정제된 편집디자인과 흑백 사진 버무려 준다면, 혹시 나라는 인간에게서도 조금은 멋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의 삽질과 현재 진행형의 고민도 조금은 그럴싸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플랫폼(?)을 작게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재밌는 아이디어 싶으신 분은 댓글 부탁 드립니다)
다만 누군가 '읽어볼만큼' 근사한 내용이 되려면 인터뷰이가 가진 생각을 잘 끌어내는 좋은 질문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주에는 제가 가진 책과 잡지를 뒤져 인터뷰 형식들을 마구잡이로 읽으며 '인터뷰어'가 되는 방법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관련 책도 좀 샀고요.
이번주 뉴스레터는 그 과정에서 찾은 재밌는 내용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Q. 지금 10대에게 래퍼를 직업으로 추천하나요?
이 세계의 장래성 때문에 고민하고 불안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건 별로 의미가 없어요. 제가 헬스장을 차린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다 이렇게 말했어요.
"요즘은 피티 아니면 500평짜리로 가야 돼. 네가 하려고 하는 어간한 100평짜린 다 없어졌어. 망한 시장이니까 더 이상 하면 안 돼"
그런데 미안하지만 망할 때 들어가야 되거든요. 힙합도 마찬가지에요. 2007년도 제가 데뷔했을 때 저는 잔챙이었어요. 아무도 저를 몰랐고 2년 동안 한달에 30만원 정도 벌었어요. 그런데 그때 들어갔더니 저는 거기서 제일 많이 얻는 사람이 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불모지가 곧 시작하는 곳이죠. 불탄 숲에서는 더 이상 없어질 게 없어요. 무언가가 생길 뿐.
Q. 하고 싶은 것과 파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소비자나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팔릴 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보면 창의력의 폭이 매우 좁아져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든 제품들이 다 좋은 반응을 얻었죠.
저도 처음엔 '제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만 제 옷을 사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도 했었고요. 하지만 고객을 내가 '선택'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Q. 다변화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나요?
투자를 잘 안다면 분산투자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매력적인 기업 대신 20번째 기업에 투자하는건 어리석은 짓이죠. 당신의 팀에 르브론 제임스가 있다면, 다른 선수를 끼워넣기 위해 그를 경기에서 빼면 안됩니다. 만약 당신에게 40명의 부인이 있다면, 당신은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할겁니다. 당신이 투자를 알고, 기업을 정말 잘 안다면 당신은 집중투자를 해도 됩니다.
Q. 파리 유학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패션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제게 영감을 준 디자이너들은 그 당시 파리에 다 모여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환경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닥에서 핀이나 줍더라도 그들의 패션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죠.
Q. 수많은 콜렉션 뿐만 아니라 요트, 차, 집까지 디자인해왔는데... 이제 당신이 원하는 걸 다 해봤다고 생각하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결코 만족하지 못합니다. 영원히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가 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이번 주 훵키클리닉의 뉴스레터는 어떠셨는지요? 저도 저렇게 여러분들을 인터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뭐 꼭 대단한 성과나 혹은 엄청난 시련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각자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던 경험과 그로 인해 생긴, 작고 귀여운 개똥철학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곧 만들어 보겠습니다.
P. S. 좋은 인터뷰 샘플이나 인터뷰 잘하기 위해 알면 좋은 자료가 있다면 댓글로 추천 좀 부탁 드립니다. 사장님들 도와주십시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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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나라
ㅋㅋㅋ 아.. 빡센세상 유쾌하게 >> 아 이거 제 마음 속 깊숙이 숨겨둔 아이디어인데 ㅋㅋㅋ 여기서 그 아이디어가 훵키님만의 스타일로 구현된걸 보고 갑니다. 자극 받았어효!!! ㅋㅋㅋ 근데 이노무 구차니즘때메 갈길이 멀군요. 유쾌함과 또 약간의 적절한 있어빌러티도 갖추고 있어서.. 음흠.. 매력있네요. 인터뷰는 저도 실제 제가 인터뷰어로 해본적이 있는데,, 빡센 세상에 시리어스한 주제였어서..ㅋㅋ 모라 말하기 좀 어렵긴 하지만.. 인터뷰 주제 관련 빡씨게 공부하구 가서 인터뷰이한테 안밀릴때 쾌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뿐.... 다만, 공부를 마니 하구 갔드니만, 인터뷰이가 인정해주는 것 같았어요 (뇌피셜). 간단히 말씀드리면.. 사전 리서치 기반한 질문 + 적절한 꼬꼬무... 구독 완죤 하고 갑니당. ㅋㅋ
주간 훵키클리닉 (299)
선생님 2달 전 댓글에 이제 답글을 남깁니다 미쳤다 진짴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인터뷰어를 해보신적이 있다니 제가 진심으로 좀 배워보고 싶습니다. 전 지금 인터뷰 형식으로된 책만 읽고나서 뇌내망상 시뮬레이션만 돌리는 중입니다. 선생님 블로그나 제가 빨로우 해볼 뭔가가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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