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훵클 (2022년 51주) - 베조스는 왜 But이 아닌 AND를 사용했을까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과 저의 편협한 '배려 투자' 그리고 '반대하지만 실행을 담보'하는 제프 베조스의 Disagree and commit 철학에서 왜 but이 아닌 AND가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 드리려고 합니다.

2022.12.26 | 조회 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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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훵키클리닉

빡센 세상을 더 유쾌하고 더 쉽게 살아가기 위해 이상한 티셔츠와 꼼수들을 연구합니다.

안녕하세요, 폭설로 제주도에 갇힌 훵키클리닉의 두 번째 뉴스레터입니다.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과 저의 편협한 '배려 투자' 그리고 '반대하지만 실행을 담보'하는 제프 베조스의 Disagree and commit 철학에서 왜 but이 아닌 AND가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 드리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유를 약속드린 '1000억 자산가의 조언'은 내용이 길고 개인을 특정할만한 정보가 많아 당사자에게 다시 여쭙고 있습니다. 결정되는대로 별도의 레터로 다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Happy Holidays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반적인 휴일로 굳어졌지만 엄밀히는 특정 종교의 기념일인데요. 그래서 크리스찬이 아닌 사람들에게 '행복한 예수님의 생일'이라는 뜻인 Merry Christmas라고 인사하는 것은 다소 배려가 부족하게(insensitive)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아또이게뭔개존나 불편충 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한국과 달리 국가나 종교에 따라 12월에 아예 다른 휴일(하누카, 콴자 등)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많은 문화권에서는 확실히 실례가 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는 굳이 불편이나 의문을 제시하는 것조차 이상해 보일 정도로 보편적이고 압도적인 명절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포용적인 Happy Holidays라는 문구로 대체하거나 병행하는 것 같습니다. 

 


What I'm Investing

저는 소위 말하는 'OO적 올바름'의 개인적이고 임의적인 전용들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지만 '다수에게 최소한 겉으로 표현/표시되는 언행을 더 올바르게 하고자' 하는 그 의도 만큼은 여전히 동참하고 싶기에 관련 논의들을 유심히 읽어보고는 합니다.

저의 작은 무심함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면 (완전한 동의 여부를 떠나) 되도록이면 제 쪽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고요. 반대로 저의 작은 양보가 상대에겐 큰 배려로 돌아간다면 그 역시 충분히 제 행동 양식으로 편입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이 판단은 제가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배려의 '비용 대비 수익률'이란 측면에서 나온 계산일 뿐입니다. 세상에서 세련된 배려가 희소한 자원이 될수록 이를 제공하는 저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는 얄팍한 노림수입니다.

따라서 저의 배려는, 배려를 충분한 호의로 이해하고 기억해 형태와 시기를 바꿔 나에게 돌려줄 것이라 기대되는 특질을 가진 상대에게만 편협하게 적용되고요. 반대로 배려와 호의를 일방적으로만 제공해야 하거나 심지어 배신감을 돌려주는 분들에게는 배려가 투자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음침한 계산과 선별적 이중잣대로 가득찬 제 자아를 늘 투자자라고 생각하기를 좋아합니다. 현시점 계좌에 찍힌 수익률로는 참으로 저급한 투자자이지만요 히히

 


What I'm pondering - Disagree AND Commit

난 반댈세 (그건 그렇고) 진행시켜
난 반댈세 (그건 그렇고) 진행시켜

Disagree and commit은 아마존, 사실은 베조스의 업무 철학 중 하나인데요. 아마존 임원 출신 분들이 쓰신 <순서파괴>라는 책을 보면 이 철학을 '논의 단계에서는 소신껏 반대하되 일단 결정되면 전심을 다해 실행한다(Once a decision is determined, they commit wholly)'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해석은 제가 개인적으로 이해(또는 오해)하고 있는 베조스의 최초 Disagree and commit 핵심과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한 Disagree and commit은 제프 베조스가 직접 쓴 2016년 주주서한에서 처음 공개된 철학인데요. 당시 이 글을 읽고 회사에서 '논하고 자빠지는' 역할에 능숙해져있던 저에게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와 절절한 일기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원문에서 Disagree and commit은 '빠른 의사결정'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만약 내가 어떤 결정에 대해 진정으로 믿고 있다면, 설령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전념을 다해 실행을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해야한다는 것이죠.

 

오케이, 우리가 이 결정에 합의를 볼 수 없다는 건 인정.
그치만 (나는 이걸 진짜 된다고 믿으니까) 날 믿고 베팅해보는 건 어때?
합의는 안 됐지만 고고~?

 

베조스는 여기서 '아직 실행하지 않은 시점에선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솔루션 조차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 높은 진정성(이거 된다에 얼마 걸래?)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죠. 이로서 우리는 의사결정의 속도를 줄여 '실행의 속도와 시행회수' 모두를 높일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아마존의 무서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된 것이겠죠.

(여기부터는 완전한 뇌피셜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diasgree AND commit으로 표현된 점입니다. 이건 한국어로 이 뉘앙스가 온전히 표현되기는 어려워보여 조금 더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사결정 논리는,

  1. 합의가 되었으므로 실행한다
  2. 합의가 안 되었으므로 실행하지 않는다

일 것입니다.

'실행 여부'는 '합의 여부'에 달려있는 로직입니다. 선합의 후실행.
이 로직대로라면 아래는 좀 이상하게 느껴지죠?

  1. 합의가 되었지만 실행하지 않는다
  2. 합의가 안 되었지만 실행한다 (Disagree BUT Commit)

즉 '실행여부'가 '합의여부'에 종속되는 로직에서는 [합의가 안된 것을 실행한다]는 건 의사결정 구조를 파괴하는 이상한 변칙이 됩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 Disagree AND Commit은 '실행여부'를 '합의 여부'에 종속시키지 않는 아마존의 '의사결정 구조'를 상징합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러운 흐름(but)이 아닌 전혀 별개의 2개를 나열하는 AND가 쓰였다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베조스는 이 로직이 실무자와 의사결정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며 여기서 자신의 오판을 예로 듭니다.

"Amazon Studio가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자고 했을 때, 전 여러 측면에서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저와 완전히 달랐고 저는 즉시 'Disagree and commit'이라고 회신했죠.

만약 팀이 나의 '고 싸인'을 얻는 걸 넘어 나를 '설득'시켜 합의를 이끌어내야 했다면 이 의사결정이 대체 얼마나 느렸을지 생각해보세요. 참고로 제가 반대한 오리지날 시리즈들로 이미 에미상 11개, 골든글로브 6개, 오스카상 3개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당시 제가 든 의문은, '실행과 합의 여부가 분리된 의사결정 구조, 즉 합의가 안되었지만 실행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대체 무엇이 고스톱의 기준이 될까?' 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 역시 베조스의 예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conviction, 즉 강한 신념인데요. 의사결정자와 실무자라는 역할을 넘어 이 문제에 대해 누가 더 강한 신념을 보이는 지가 결국 누구의 의견을 따르게 될 지를 결정하는 핵심이 됩니다.

 

아무리 많은 회의를 해도 결국 '저들이 결정한 대로만' 일이 진행되는 조직에서는 실무자는 자신도 모르게 '여러 선택지를 그들에게 잘 제공하고 그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역할로 자신의 역할 범위를 한정해 나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그 선택지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고 정리하고 썰을 푸는 기술이 발달하게 되지요. '만약 내가 진정으로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지 전념을 다해 고심해 강한 확신으로 설득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덜 경험하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투자자들의 '스킨인더게임'을 덜 하게 되는 것인데요. 

저는 어쩌면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직장인으로만 사는 삶의 위험성] 중 이점이 가장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위험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도 '내 손모가지 걸고 베팅해 본' 경험은 적은데 다양한 분야에 대해 조사하고 썰을 푸는 능력만 불균형하게 키워가는 것이지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에게 결정권한이 없더라도 '진짜 내 사업이라면' 나는 무엇을 고를 것인가에 대해 강한 신념을 보이고 치열하게 싸우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까지가 베조스가 직접 쓴 주주서한을 2016년에 읽고 품었던 저의 어설픈 뇌내 망상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저의 부족한 어휘와 이해력으로 인해 빚어진 오해일수는 있습니다.

또한 commit은 단순히 실행한다의 뜻으로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만 제 생각을 보다 단순하게 말씀드려보고자 실행이란 단어를 썼습니다. commit이란 단어에서 느껴지실 단순한 실행과 구별되는 바로 그 뉘앙스(ㅎㅎ)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폭설로 비행기 취소 당해 제주도에 갇혀버린
훵키클리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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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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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ke J

    1
    almost 2 years 전

    누군가 정해준 요리를 만들고, 서빙만 내내 하다가 포크 나이프 한번 쥐어보지 못하고 떠나는거군요 간이야 봤겠지만..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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