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질문 자체가 순서가 뒤집혀 있다. 아이디어를 먼저 찾고 시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대부분은 특정한 상황 안에 오래 머물다가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가 사업이 된다.
시장을 발견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시장을 발견한다는 말은 사람들이 돈을 쓰고 있거나 곧 쓰게 될 영역을 알아챈다는 뜻이다. 여기서 핵심은 "알아챈다"에 있다.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또렷하게 이름 붙여지지 않은 수요를 포착하는 일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시장조사 보고서를 읽는 일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보고서에 적힌 시장은 이미 누군가가 정의한 시장이다. 정의된 시장에는 이미 플레이어가 있다. 보고서를 읽고 들어가는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 더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 있다. 아직 보고서에 실리지 않은 시장을 보는 것이다.
아직 보고서에 실리지 않은 시장은 어떻게 보이는가
그런 시장은 대개 불편함의 형태로 존재한다. 누군가가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서 엑셀이나 수작업이나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는 영역이다. 사람들이 불편을 참고 있다는 건 그 문제가 해결되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신호다.
이런 영역을 찾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특정 분야에 충분히 오래 머무는 것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효율을 비효율로 인식하는 눈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래 머물면 비효율에 익숙해진다. 그래서 발견은 보통 두 종류의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해당 분야에 깊이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분야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거나 그 분야에 처음 들어와서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다.
그러면 아이디어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흥분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처럼 느껴지는 것과 실제로 사업이 되는 것 사이에는 꽤 넓은 간극이 있다.
평가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이 몇 가지 있다.
이 문제를 겪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사람들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기존 해결 방식에 돈을 쓰고 있는가. 돈을 쓰고 있다면 얼마나 쓰고 있는가. 더 나은 방법이 생기면 갈아탈 의향이 있는가.
이 질문들에 구체적인 답이 나오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아니라 상상이다.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인가
팔아보는 것이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팔아본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방법이다.
랜딩 페이지 하나를 만들고 문제와 해결책을 적고 사전 등록을 받아본다. 지인이 아닌 사람이 이메일을 남기는지 본다. 혹은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서 이런 제품이 있으면 쓰겠느냐고 묻는다. 이때 중요한 건 상대방의 반응이 아니라 행동이다.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실제로 결제하거나 시간을 내서 미팅에 응하는 사람은 적다. 행동이 따르는 반응만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창업자가 이 단계에서 하는 실수가 있다.
가장 흔한 실수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관심사를 사업으로 포장하는 경우다. 본인이 흥미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먼저 꽂히고 그것에 맞는 고객을 나중에 찾으려 한다. 순서가 반대다.
또 하나는 시장 크기에 대한 착각이다. 전체 시장 규모가 크다는 사실과 내가 그 시장에서 실제로 차지할 수 있는 몫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TAM이 수조 원이라는 숫자는 투자 발표 자료에서는 힘을 발휘하지만 실제 경영에서는 의미가 없다. 처음 100명의 고객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결국 시장을 발견한다는 건 관찰의 문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의 깊게 보는 습관이 시장을 발견하게 한다. 사람들이 무엇에 시간을 쓰는지 무엇에 짜증을 내는지 무엇을 포기하는지를 본다. 그 안에 반복되는 패턴이 있으면 그것이 시장이다.
거창한 통찰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하나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열 개의 트렌드를 훑어보는 것보다 낫다. 좋은 사업은 대부분 작고 구체적인 관찰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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