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커지면 어느 순간 조직도가 발목을 잡는다. 분명 잘 돌아가던 구조인데 일이 느려지고, 일 사이에 빈틈이 생기고, 회의만 늘어난다. 그때 대표는 조직 개편을 떠올린다. 그런데 막상 손대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막막하다. 조직 개편을 앞둔 대표들이 흔히 마주하는 질문들을 모아 생각을 정리했다.
언제 조직 개편을 해야할까
조직 개편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구조로는 다음 단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감이 올 때 해야 한다. 매출이 꺾이거나 퇴사자가 나온 뒤에 하는 조직 개편은 이미 늦은 조직 개편이다.
조직 개편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이 아니라 일을 기준으로 짜야 한다. 지금 있는 사람에게 맞춰 자리를 만들면 조직이 아니라 배려가 된다. 회사가 최소 6개월에서 1년 사이 해야 할 일과 성과가 무엇인지를 먼저 그린다. 그리고 그 일과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후 사람을 배치해야 한다. 순서가 뒤집히면 조직은 점점 기형이 된다.
조직 개편을 자주 하면 문제가 될까
자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자주 바뀌는데 방향이 없으면 문제다. 구성원 입장에서 조직 개편에 불만을 가지는 건 변화 때문이 아니라 납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왜 바꾸는지, 어디로 가려는 건지, 이게 명확하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
팀을 합치는 게 나을까, 쪼개는 게 나을까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합치거나 쪼개는 건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지금 이 팀이 맡은 일의 성격이 뭔지를 먼저 봐야 한다. 탐색 단계의 일이라면 작게 쪼개서 빠르게 실험할 수 있어야 하고, 실행 단계의 일이라면 합쳐서 속도를 내야 한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팀마다 적정 크기가 다르다.
리더를 먼저 정해야 할까, 구조를 먼저 짜야 할까
구조가 먼저다. 리더를 먼저 정하고 구조를 짜면 그 사람의 역량과 성향에 조직이 맞춰진다. 그 리더가 떠나는 순간 구조도 무너진다. 반대로 구조를 먼저 짜고 거기에 맞는 리더를 찾으면 리더가 바뀌어도 조직은 유지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 그래도 기본 원칙은 구조가 우선이다.
기존 리더의 역할이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조직 개편에서 가장 어려운 건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이야기하는 일이다. 역할이 커지는 사람에게는 기대와 책임을 명확히 전달하면 되지만, 역할이 줄어드는 사람에게는 더 세심해야 한다.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그 사람의 기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 대화를 피하면 신뢰가 깨진다. 대표는 이 대화가 가장 어렵다. 남거나 떠날 수 있으므로.
개편 후 적응 기간은 얼마나 봐야 할까
보통 두세 달은 봐야 한다. 조직도를 바꾸는 건 하루면 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팀과 팀 사이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대표가 해야 할 일은 결과를 재촉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구조에서 일이 흘러가는 방식을 관찰하는 것이다. 구조가 맞는지 틀렸는지는 지표보다 분위기에서 먼저 드러난다.
조직 개편이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커뮤니케이션 부재다. 개편의 배경과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각자 해석을 만들어낸다. 그 해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불안한 사람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떠올린다. 개편을 발표할 때는 왜 바꾸는지, 무엇이 달라지는지, 각자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더라도 말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말하는 편이 낫다.
결국 좋은 조직 개편이란 뭘까
개편 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개편 후에는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불만 없이 적응했는지가 기준이 아니다. 새로운 구조에서 의사결정이 빨라졌는지, 이전에는 누구 책임인지 애매했던 일에 주인이 생겼는지, 팀 사이에 끼어 있던 일이 흐르기 시작했는지를 봐야 한다. 조직 개편의 성패는 구성원의 수용이 아니라 일의 속도와 방향에서 드러난다.
조직 개편은 대표의 가장 외로운 의사결정 중 하나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누군가는 반드시 불편해진다. 그래도 해야 할 때가 있다. 중요한 건 타이밍도 구조도 아니다. 바꾸는 이유를 대표 스스로 확신하고, 그 확신을 구성원들에게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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