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 나는 너를 마시멜로해🤍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의 글감은 제가 최근에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 책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 혹은 갓 시작한 연인보다, 오래 만난 연인이나 이별을 맞이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의 마지막 연애를 시작부터 이별까지 복기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사실 모든 챕터가 저에게 와닿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챕터에서 이 책이 제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던 감정들을 언어로 번역해준 느낌이 들었어요. 책에서 가지고 오고 싶었던 글감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공유하고 싶은 부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EP.6 | 나는 너를 마시멜로해🤍

책의 [CH.10 사랑을 말하기]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연인 클로이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클로이가 쉽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상대가 아니었기에 주인공은 그 말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합니다.

그녀가 습관적으로 장밋빛에 저항하는 것을 볼 때, 내가 사랑의 고백을 했더라도 농담으로 대꾸하여 피해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런식의 체계화는 완전한 상투어와 완전한 벌거벗음 둘 중의 하나로 흘러버릴 위험이 너무 커보였기 때문이다.
알랭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p.107

구독자님은 평소에 "사랑해"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저는 부끄럽게도 "사랑해"라는 말을 잘 못하는, 어떻게 보면 무뚝뚝한 사람이에요. 저한테는 유독 "사랑해"라는 말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더라구요. 정말 사랑하는 감정이 들지 않으면 장난으로라도 가볍게 이 말을 하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진달까요? 그래도 친구들에게는 종종 가볍게 말하곤 하지만 특히 연인 관계에 있는 사람일수록 이 말에 신중을 기하게 되더라구요. 이 책에 나온 표현대로 일종의 '벌거벗음'으로 느껴서 인 것 같아요. 이 말을 함으로써 그동안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저의 감정을 인정하고 여실히 드러내게 된다는 점이 부끄럽고 쑥스럽더라구요.😅

그녀의 감정들이 나를 향하고 있었음에도, 묘한 의미에서, 그 감정들은 내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p. 107

특히 연인 간에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게 되면, 둘의 관계가 다음 챕터로 넘어가면서 관계가 진지해지고 감정이 깊어지는데, 그게 두려워서 "사랑해"라는 말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 챕터에서 주인공은 상대를 향한 감정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한정 짓는 것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우리 감정을 언어로 번역한 적이 없었다. 우리 관계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핵심은 어떤 일인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너무 분명해서일 수도 있고, 너무 의미심장하여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서일 수도 있다.
P.105-106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웠다[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내는 가장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하지만 어떻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느끼는 매력은 독특하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을까? 사랑, 헌신, 홀림, 이런 단어들은 계속되는 사랑 이야기들의 무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바람에 생긴 켜 때문에 다 닳아버린 것들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언어가 독창적이고, 개인적이고, 완전히 사적이기를 바라는 순간에 나는 감정적 의사소통의 돌이킬 수 없이 공적인 성격과 마주치게 되었다.
p.113-114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본 적이 없어서 이러한 접근이 신선하고 또 로맨틱하다고 느껴졌어요. 남들이 다 쓰는 흔해 빠진 '사랑해'라는 말 대신 더 독특한 언어로 둘만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주인공의 발상이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또 책에서는 라 로슈푸코(La Rochefoucauld)의 말(어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을 인용했는데 이 접근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저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배우지 못했다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할까요? 그렇다면 사랑의 감정은 어떤 단어 또는 형태로 표현이 되었을까요?

이 책의 주인공은 결국 뻔하고 상투적인 "사랑해"라는 말 대신 접시 위에 있던 마시멜로를 보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두 연인은 서로의 사랑을 둘만의 언어로 확인하죠.

저도 마지막 연애에서 "나는 너를 마시멜로해"처럼 "사랑해"를 대신하는 은어가 있었어요. 저희의 경우에는 그 말이 "바보같다"였어요. 그래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보같다"는 말을 주고 받았죠. 연애가 끝에 다다랐을 때 즈음, 본어(사랑해)를 듣고 싶어하는 저와 은어(바보같다)만을 말하는 그 사이에 간극이 생겼어요. 결국 그 아이는 이별을 고하는 저에게 "바보같다"는 말이 "사랑해" 대신이었다며 고백하더라구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후였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