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말
안녕하세요, GM JAZZ의 에디터 Dj.Girin입니다.
Vol.1에서는 쿨재즈의 태동과 초기 명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Birth of the Cool'부터 빌 에반스 트리오의 'Portrait in Jazz'까지, 쿨재즈의 기초를 다진 작품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Vol.2에서는 쿨재즈의 발전과 다양한 변주를 살펴봅니다. 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쿨재즈가 어떻게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어떤 혁신적인 아티스트들이 이 장르를 풍성하게 만들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쿨재즈는 단순히 하나의 고정된 스타일이 아니라, 다양한 악기 편성과 접근 방식으로 진화해온 살아있는 장르입니다. 색소폰, 기타, 피아노 트리오, 보컬 등 다양한 편성을 통해 쿨재즈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함께 살펴봅시다.
색소폰의 서정
STAN GETZ - STAN GETZ PLAYS (1959)
부드러운 색소폰의 정수
'사운드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스탠 게츠의 부드러운 테너 색소폰이 빛나는 앨범입니다. 독특한 음색과 서정적인 프레이징은 쿨재즈의 미학을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이 앨범은 짧지만 게츠 특유의 톤을 경험하기에 충분합니다.
감상 포인트: 게츠의 실키한 테너 색소폰 톤과 유려한 멜로디 라인에 집중해보세요. 강하게 불어내는 대신 부드럽게 숨결처럼 연주하는 스타일은 '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COLEMAN HAWKINS & BEN WEBSTER - COLEMAN HAWKINS ENCOUNTERS BEN WEBSTER (1959)
전통과 쿨의 만남
테너 색소폰의 두 거장 콜맨 호킨스와 벤 웹스터의 역사적인 만남을 담은 앨범입니다. 호킨스는 스윙 시대부터 활약한 테너 색소폰의 '아버지'로 불리며, 웹스터는 그의 영향을 받아 더 부드럽고 서정적인 스타일로 발전시켰습니다. 두 거장의 대비되는 스타일이 한 앨범에서 조화를 이룹니다.
감상 포인트: 호킨스의 풍부하고 강건한 톤과 웹스터의 부드럽고 속삭이는 듯한 연주 스타일의 차이를 비교해보세요.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두 연주자의 접근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기타의 서정
GRANT GREEN - STREET OF DREAMS (1964)
쿨한 기타의 매력
그랜트 그린은 재즈 기타의 거장으로, 이 앨범에서는 특히 쿨재즈적인 감성이 돋보입니다. 깔끔하고 선명한 싱글 노트 라인은 복잡함보다는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충실합니다. 선형적이고 명료한 프레이징이 쿨재즈의 미학과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감상 포인트: 그린의 명료한 톤과 경제적인 프레이징, 그리고 멜로디에 대한 깊은 존중이 돋보입니다. 불필요한 음표 없이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연주 스타일은 쿨재즈 기타의 교과서입니다.
BILL EVANS AND JIM HALL - UNDERCURRENT (1962)
피아노와 기타의 친밀한 대화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와 기타리스트 짐 홀의 듀오 앨범으로, 두 거장이 만들어낸 친밀하고 섬세한 대화가 일품입니다. 최소한의 악기로 최대한의 음악적 깊이를 표현한 쿨재즈의 정수입니다. 그림과도 같은 표지는 음악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감상 포인트: 두 연주자의 섬세한 상호작용과 공간의 활용에 주목해보세요. 에반스의 풍부한 화성적 아이디어와 홀의 명료한 멜로디 라인이 만들어내는 텍스처는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들립니다.
보컬의 매력
GEORGE SHEARING & DAKOTA STATON - IN THE NIGHT (1958)
쿨한 보컬과 피아노의 만남
조지 셰어링의 세련된 피아노와 다코타 스테이튼의 블루지한 보컬이 만나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앨범입니다. 셰어링의 '블록 코드' 테크닉과 스테이튼의 감성적인 보컬은 쿨재즈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줍니다.
감상 포인트: 셰어링의 정교한 화성과 스테이튼의 표현력 있는 보컬의 조화에 주목해보세요. 재즈 보컬이지만 과도한 스캣이나 즉흥 연주 없이도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AHMAD JAMAL - AT THE PERSHING: BUT NOT FOR ME (1958)
공간의 대가
아마드 자말은 쿨재즈 피아노의 또 다른 혁신가로, 특히 '공간'의 활용에 있어 탁월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이 라이브 앨범은 트리오가 스탠다드 재즈 곡들을 어떻게 새롭게 재해석하는지 잘 보여주며, 특히 'Poinciana'는 대표곡이 되었습니다.
감상 포인트: 자말의 경제적인 피아노 연주와 여백의 활용에 주목해보세요. '연주하지 않는 순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는 마일스 데이비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쿨재즈
MILES DAVIS - MILES AHEAD (1957)
마일스와 길 에반스의 만남
마일스 데이비스와 편곡가 길 에반스의 첫 번째 정식 협업 앨범으로, 19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작품입니다. 마일스의 음소거된 트럼펫과 에반스의 세련된 오케스트레이션이 만나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제3의 흐름(Third Stream)' 사운드를 만들어냈습니다.
감상 포인트: 마일스의 솔로와 오케스트라의 관계, 그리고 에반스의 섬세한 색채감에 주목해보세요.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앨범은 쿨재즈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GIL EVANS - OUT OF THE COOL (1960)
오케스트라 쿨재즈의 정점
편곡의 거장 길 에반스의 리더 앨범으로, 혁신적인 화성 아이디어와 오케스트레이션 기법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La Nevada', 'Where Flamingos Fly' 등의 곡은 쿨재즈 오케스트라 음악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감상 포인트: 에반스 특유의 풍부한 색채감과 세련된 화성 진행, 그리고 오케스트라 내의 솔리스트들의 역할에 주목해보세요. 대편성이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세련된 사운드가 인상적입니다.
쿨재즈의 확장
JIMMY GIUFFRE - WESTERN SUITE (1958)
실험적 쿨재즈
클라리넷 연주자 지미 주프레의 앨범으로, 서부 음악과 쿨재즈의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짐 홀(기타)과 밥 브룩마이어(트롬본)의 독특한 삼중주 편성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화성 실험을 선보였습니다.
감상 포인트: 기존 재즈의 틀을 벗어난 실험적인 앙상블 사운드와 공간감에 주목해보세요. 리듬 섹션 없이도 스윙감을 유지하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JOHN LEWIS - THE GOLDEN STRIKER (1960)
제3의 흐름
모던 재즈 쿼텟의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의 솔로 앨범으로, 클래식 음악과 재즈의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바로크 음악에 영향을 받은 정교한 대위법과 쿨재즈의 세련된 감성이 만나 독특한 음악 세계를 선보입니다.
감상 포인트: 루이스의 건축학적인 피아노 연주와 클래식 형식의 차용에 주목해보세요. 바흐의 영향이 느껴지는 대위법적 접근은 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쿨재즈가 다양하게 변화된 과정
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쿨재즈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며 재즈의 가능성을 넓혀갔습니다. 오케스트라 쿨재즈, 피아노 트리오, 기타와 색소폰의 앙상블, 보컬 쿨재즈 등 다양한 편성과 접근 방식으로 풍성한 음악적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Vol.2에서 소개한 앨범들은 쿨재즈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이 앨범들을 통해 쿨재즈가 단순히 하나의 고정된 스타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살아있는 장르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Vol.3에서는 쿨재즈의 유산에 대해 더욱 살펴보겠습니다. 60년대 이후 쿨재즈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현대 재즈 뮤지션들이 어떻게 쿨재즈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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