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말
안녕하세요, GM JAZZ의 에디터 Dj.Girin입니다.
쿨재즈는 비밥(Bebop)의 빠른 템포와 복잡한 화성 진행에 반하여 등장한 보다 차분하고 명상적인 재즈 스타일입니다. 1950년대에 서해안을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동부의 뮤지션들도 참여했던 이 스타일은 말 그대로 '쿨(Cool)'한 분위기를 특징으로 합니다. 템포를 늦추고, 연주의 강도를 낮추며, 보다 명상적이고 선형적인 즉흥연주를 강조했습니다.
쿨재즈는 어렵지 않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Birth of the Cool'에서 시작되어 데이브 브루벡, 쳇 베이커, 스탠 게츠 등의 음악가들에 의해 발전된 이 장르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가이드는 3부작으로 나누어 쿨재즈의 세계를 탐구합니다. Vol.1에서는 쿨재즈의 기원과 초기 명반들을 소개합니다. Vol.2에서는 쿨재즈의 발전과 다양한 변주를, Vol.3에서는 쿨재즈의 유산과 현대적 계승에 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쿨재즈의 다양한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쿨재즈의 태동
MILES DAVIS - BIRTH OF THE COOL (1957)
쿨재즈의 이름을 만들다
비록 1957년에 정식 앨범으로 발매되었지만, 이 음악은 1949년과 1950년에 녹음된 세션들을 모은 것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길 에반스, 거드 멀리건 등과 함께 9인조 밴드를 구성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사운드를 창조했습니다. 관현악적인 편곡과 부드러운 음색, 정교한 조화가 특징입니다.
'Jeru', 'Venus de Milo', 'Boplicity' 등의 곡들은 쿨재즈의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비밥과 달리 연주자들의 개인 기교를 과시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앙상블의 조화를 강조하며, 클래식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감상 포인트: 마일스의 음소거된 트럼펫 플레이, 앙상블의 정교한 밸런스,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위기에 주목해보세요. 이 앨범은 쿨재즈라는 장르의 이름이 붙게 된 원천입니다.
서해안 대 동해안
THE DAVE BRUBECK QUARTET - TIME OUT (1959)
혁신적인 리듬 실험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대표작으로,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중 하나입니다. 브루벡과 알토 색소폰 연주자 폴 데스몬드는 클래식 음악적 접근과 특이한 박자의 실험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5/4 박자의 'Take Five', 9/8과 4/4가 번갈아 나오는 'Blue Rondo à la Turk'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변박을 시도했습니다.
감상 포인트: 폴 데스몬드의 서정적인 색소폰 연주와 브루벡의 리드미컬한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대비에 집중해보세요. 변박의 실험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CHET BAKER - CHET BAKER SINGS (1954)
냉정과 애수의 보컬
트럼펫 연주자로 유명했던 쳇 베이커가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처음 본격적으로 선보인 앨범입니다. 소년 같은 목소리와 감성적인 표현은 쿨재즈 보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My Funny Valentine', 'I Fall in Love Too Easily' 등의 스탠다드 곡들을 담백하게 해석했습니다.
감상 포인트: 베이커의 가냘프면서도 정교한 보컬 스타일과 트럼펫 연주가 교차되는 순간들을 주목해보세요. 감정을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애수를 전달하는 방식이 쿨재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동부의 쿨 감성
ART PEPPER - ART PEPPER MEETS THE RHYTHM SECTION (1957)
서해안과 동해안의 만남
서해안 쿨재즈의 알토 색소폰 연주자 아트 페퍼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리듬 섹션(레드 가랜드, 폴 챔버스, 피니 히긴스)과 함께 한 앨범입니다. 동서양 스타일의 만남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페퍼의 감성적이면서도 지적인 연주가 돋보입니다.
감상 포인트: 페퍼의 알토 색소폰은 웨스트 코스트 쿨재즈의 특징인 부드러움과 이스트 코스트 재즈의 활기를 절묘하게 혼합합니다. 톤은 차분하면서도 내면의 강렬함을 담고 있습니다.
LESTER YOUNG & OSCAR PETERSON - LESTER YOUNG WITH THE OSCAR PETERSON TRIO (1954)
쿨재즈의 선구자
레스터 영은 쿨재즈의 직접적인 선구자로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가벼운 터치와 서정적인 프레이징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탄탄한 뒷받침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자연스러운 스윙감과 쿨한 분위기가 공존합니다.
감상 포인트: '프레즈'라는 별명을 가진 레스터 영의 특유의 부드럽고 공기처럼 가벼운 테너 색소폰 연주에 주목해보세요. 비밥 이전부터 이미 쿨재즈의 감성을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피아노 트리오의 혁명
BILL EVANS TRIO - PORTRAIT IN JAZZ (1960)
피아노 트리오의 혁명
빌 에반스는 쿨재즈 피아노의 대표적 인물로, 이 앨범은 첫 번째 클래식 트리오(스콧 라파로, 폴 모션)와의 작품입니다. 피아노 트리오 포맷에 새로운 상호작용의 방식을 도입해 재즈 역사를 바꾸었다고 평가받습니다. 세 연주자가 단순히 솔로와 반주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연주 스타일이 특징입니다.
감상 포인트: 에반스의 섬세한 터치와 화성적 풍부함, 라파로의 독창적인 베이스 솔로, 모션의 브러시 워크가 만들어내는 삼위일체의 앙상블에 집중해보세요. 'Autumn Leaves',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 등의 스탠다드를 새롭게 해석한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쿨재즈는 지적인 재즈다?
쿨재즈는 종종 '지적인 재즈'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재즈 스타일 중 하나입니다. 강렬한 비밥이나 복잡한 포스트밥의 틈새에서 등장한 이 스타일은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적 세계를 들려줍니다.
이번 Vol.1에서는 쿨재즈의 태동과 초기 명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Vol.2에서는 쿨재즈의 발전과 다양한 변주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스탠 게츠, 길 에반스, 짐 홀 등 쿨재즈를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시킨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만나보세요.
초심자에게는 가장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입문 장르이면서, 깊이 있는 애호가에게는 끝없는 음악적 탐구의 대상이 되는 쿨재즈. 이번 가이드에서 소개한 앨범들을 시작으로, 여러분만의 쿨재즈 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 음악인 네트워킹의 첫 번째 장벽
"어느 구석에 서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음악인 네트워킹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재능 있는 뮤지션이나 프로듀서도 낯선 환경에서는 갑자기 움츠러들고 입이 무거워진다. 특히 내향적인 성향의 아티스트들에게 이런 자리는 그 자체로 거대한 심리적 장벽이 된다. 무대 위에서는 자신감 넘치게 퍼포먼스를 펼치던 사람도 네트워킹 모임에서는 종종 벽을 바라보며 핸드폰만 들여다보곤 한다.
사실 이런 불안감은 음악인 네트워킹 자리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이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과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한다. 아는 사람이 없어 막상 참석을 망설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심리다. 첫 대화를 시작하는 부담감, 어색한 침묵을 견뎌야 하는 불편함, 자신의 음악적 역량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져 네트워킹은 때로 공연보다 더 큰 도전으로 느껴질 수 있다.
APT 음악인 네트워킹 모임은 바로 이런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세심한 설계로 차별화된다. 모든 참가자에게 "00을 찾습니다!"라는 간단한 종이를 나누어주어 자신이 찾는 협업 파트너를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게 한다. "만든 노래에 노래를 불러주실 보컬을 찾습니다", "자작곡을 완성해줄 작곡가를 찾습니다" 등 명확한 니즈를 표현하면, 운영진이 적합한 사람을 빠르게 연결해준다. 3월 27일 목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홍대입구역 6번 출구 도보 1분 거리에서 진행되는 이 모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신청은 하단의 블로그 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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