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만 있으면 충분해! 구독자을 위한 포트폴리오 제작법

노션 포트폴리오

2023.08.02 | 조회 1.1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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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오직 글로서만 승부하는 글쟁이의 뉴스레터, 주로 생산성 툴에 관련된 글을 보내드립니다.(가끔 소설도 씁니다.)

나는 노션 템플릿 콘텐츠로 밥 벌어먹고 사는 인간이다. 어떻게 밥을 먹고 사느냐 하면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는다. 혹은 청탁이라고도 부르는데, 어쨌든 청탁을 받으면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돈을 받는다. 노션은 나에게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뜻한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다. 이 세계는 냉혹하고 철저하게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만큼 냉정하다. 나는 가격을 제시하고 의뢰인은 자신이 원하는 페이지를 나에게 설명해 준다. 가끔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의뢰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와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다. 물론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당신도 모를 페이지의 완성된 형태를 내가 어찌 이해하랴, 대충 한 줄로 설명해 주면 내가 챗GPT도 아닌데 당신이 의도한 결과물을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이 불편한 의뢰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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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간 나는 요즘 거의 매일 노션만 붙들고 사는 형편인데, 아예 일상의 모든 것을 노션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노션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그럼 프로그래밍 언어를 쓰지 않아도 되겠네? 노션이 그렇게 만능이란 말이야?

나처럼 만들지 못하는 건, 당신의 상상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거나 당신의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응용해내지 못하는 당신의 모자람을 탓해라. 나처럼 돈 벌어서 잘 먹고 잘 사는 인간도 있으니까. 어쨌든 나는 고객에게 의뢰를 받으면 거의 무조건 승낙을 한다. 금액만 문제없으면 그만이다. 게다다 노션으로 페이지 하나 만드는 일은 보통 하루, 이틀 아니 하루 반나절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그건 내가 노션을 끝장나게 잘 다루기 때문이지. 당신들보다 생산성을 최소한 10배는 더 내는 사람이기 때문이지,라고 자랑하고 싶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나머지 부분도 계속 읽어줄 거라 믿는다. 노션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무슨 소설처럼 떡밥을 여기저기 깔아놓은 것인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뭔가를 써야 하는데, 솔직히 오늘 써야 할 이야기에 대해 너무 자신이 없어서 말을 빙빙 돌려대며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봤다. 

그래, 나는 노션으로 뭔가를 만드는 사람은 맞다. 노션으로 템플릿도 만들고 가계부를 만들어서 대박을 치기도 했다. 이건 뻥일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 대박을 쳤을 거라고 믿을 뿐이다. 아무튼 노션으로 템플릿도 만들고 대기업에서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으며, 노션으로 강의도 가끔 뛴다. 대학교건 도서관이건 불러주기만 하면 무조건 간다,라고 쓰고 싶지만, 가격이 맞지 않으면 과감히 ‘이 돈 가지고는 못하겠어요.’라고 거절하기도 하는 건방진 놈이다. 

네이버 노션 가계부 검색 1등
네이버 노션 가계부 검색 1등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노션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인간은 아니다. 물론 노션으로 밥 벌어먹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노션으로 과연 그게 가능할까? 모르겠다. 내가 자신이 없어서 미리 포기한 것인지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낮에는 직장에서 개발자로 밤에는… 아니 가끔 낮에도 시간을 조금 쪼개서, 하지만 주로 밤시간에 잠을 과감하게 버리고 노션과 같은 생산성 툴로 뭔가를 만든다. 하지만 그것도 전부는 아니다. 노션이 내 인생의 전부를 대표한다고 믿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로 회의적인 사람이다. 노션보다 더 좋은 툴이 나오면 그쪽으로 후딱 환승할지도 모르는 인간이 바로 나니까.

오늘은 고객에게 의뢰받은 포트폴리오 홈페이지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됐다. 그런데 이 말도 말짱 거짓말이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포트폴리오를 노션으로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받은 적이 없다. 나 같은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사는 지하생활자에게 누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달라고 돈을 주겠는가.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해지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상황을 가정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세상에 내가 누구인지 어필하는 홈페이지를 만들다니, 상상만 해도 치욕스럽기만 하다. 그런 거야 말로 챗GPT와 같은 비서가 뚝딱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나는 지금 심심해서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페이지 만드는 법을 소설 작법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빌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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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몇 년 전, 내 책에서 포트폴리오 홈페이지 만드는 법이라는 내용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적이 있다. 그때, 출판사 대표에게 포트폴리오를 만든다고 설쳐댄 터라서 도저히 그 내용을 책에서 뺄 수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검색 신공을 펼쳐봤으나 사실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노션 책에 콘텐츠 내용보다는 노션의 디자인 콘셉트로 분위기를 잡았다.

나는 지금도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이 대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포트폴리오란 것은 내가 누구인지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 아닌가. 포트폴리오는 공개의 마술사며 공유의 예술이 아닌가. 내가 어떤 일을 주로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어떤 역할을 어떤 조직에서 수행했는지, 그래서 그 모든 과정을 관통하면서 현재의 내가 누가 됐는지 과정과 과정 속에서 터득한 능력을 보여주는 나만의 무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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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이렇게 단순하기 그지없으나 보통 사람들은 그 포트폴리오 페이지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 첫 페이지부터 난관에 빠진다. 모르는 내용을 설명할 때 우리는 아주 어려운 용어를 써서 설명한다. 따라서 듣는 사람도 절대 알아듣지 못하는데, 그렇게 되는 이유는 설명하는 사람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복잡한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페이지를 만드려고 애쓴다. 뭐 디자인적으로 볼품없는 것은 당연할 테고. 구성적인 면에서도 형편없을 것이다.

 난관에 봉착한 당신은 아무리 발악을 해도 한계에 직면할 뿐이다. 나는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없어. 남들은 다 그럴싸하게 만드는 포트폴리오 하나 만들 재주가 없는 인간이야. 하… 그 말을 들으면 속이 터진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뭘 못 만들겠다는 건데? 책에서 그렇게 쉽게 설명해 주고 템플릿까지 공유해 줬는데, 누가 개발자처럼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 간단한 페이지도 응용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워? 그런데 나도 힘들다. 너만 힘든 게 아니다. 설명하는 나도 울고 이해 못 하는 너도 운다. 게다가 대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노션으로 만드는 게 좋을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도통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대체 신이시여! 왜 나는 이런 시련을 겪고 있나이까…라고 하늘에 대고 부르짖고 싶다. 인간은 시련을 통해서 성장한다고 했으니 현재의 이 시련이 나도 당신도 모두 성장해 줄 기틀이 된다고 믿기는커녕,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글을 읽기를 끝내기 무섭게 당신은 또 이부자리 속으로 대피하고 말 테니, 내 모든 기대는 와장창 무너지고 만다. 그냥 지금처럼 나는 재미로, 이 작업 끝에 어떤 결과물이 당신에게 생길지 모르니, 그저 나 좋자고 글을 쓰련다.

음, 우리 처음부터 다시 접근해 보자. 포트폴리오, 줄여서 포폴, 귀찮다. 나이 먹으니 이제 타이핑하는 것도 힘들다. 포폴이라고 앞으로 명칭을 통일하자고! 포폴은 여정의 시작이다. 조력자를 만나기 전까지 우리는 이 외롭고 험난한 여정을 혼자 이끌어야 한다. 도전과 시련을 겪으면서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우리는 마지막에 엄청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짠~ 하고 보물 같은 포폴이 나타날 테니까. 진지하게 말하고 싶지만 역시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건…

포폴이 어려운 것은 아무리 봐도 콘텐츠 자체가 빈약해서다. 어딘가에 원고를 기고한 적도 없고 공모전에서 수상한 적도 없으며 프로젝트에서는 늘 깍두기 같은 역할만 맡았으며, 그것도 단기간의 경험뿐이다. 게다가 자기 자신을 세 줄로 쓰라고 하니 첫 글자부터 막힌다. 도대체 난 누구지? 난 뭘 좋아하고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잘하며 어떤 사람들과 어떤 네트워크를 쌓으며 살아왔지? 자기소개 세줄을 쓰려는데 절망감부터 겪는 것이다. 그러니 글자 하나 써놓고 끄적거리다가 포기하기가 다반사. 안 봐도 디브이디, 아니 블루레인가, 넷플릭스인가, 아무튼 첫 단추부터 꼬여버렸다.

결국 남들이 만들어 놓은 포폴이나 기웃거리겠지. 노션 템플릿 갤러리에 들어가서 적당한 거 하나 공짜로 다운로드하겠지. 아니면 우피부터 결제해 놓으면 뭐든 되겠지 하고 굉장히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잠깐 웃고 들어가자. 크게 웃고 싶다. 당신을 비웃는 거냐고? 아니다. 나 자신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빌어먹을 우피를 덜컥 결제해 놓고 아무것도 안 하고 거의 몇 개월을 방치시켜 놨으니까, 만드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걸 관리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하면 얼마나 우스울까. 난 그걸 해낸 사람이다.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 내가 필요한 것을 찰떡 같이 알아듣고 현실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도움을 줄 사람, 아니 도움은 이제 사람보다 챗GPT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챗GPT한테 포폴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멍청한 질문을 하니까 그 똑똑하다는 챗GPT도 멍청한 대답을 메아리처럼 들려주더라. 세상 얼간이들한테는 챗GPT도 얼간이 이상은 되지 못하더라.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내가 포폴 제작기를 쓰려고 한 건지 넋두리를 늘어놓으려고 한 건지 아니면 소설을 쓰려고 한 건지 모르겠다. 당신도 울고 나도 또 울어야 한다.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릴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왔으면 당신은 어쩌면 진정한 내 팬이 될지도 모른다. 고맙고 감사하다. 여기까지 온 당신 이제 포폴쯤은 앞으로 능히 해내리라!

포폴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도 모른다. 잘 만든 포폴을 볼 줄 알아야 만들 재주도 생길 것 같다. 좋은 눈을 일단 가지는 게 첫 번째다. 아래는 내가 강의를 위해서 만든 가상의 포폴이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챗GPT에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나는 챗GPT Plus를 쓰는데 이 정도의 가상 경력을 만들어주는 일은 3.5 무료 버전으로도 될 듯싶다. 아무튼 아래 화면에서의 주안점은 열을 네 개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과 상세한 내용의 글자 크기를 달리했다는 것이다. 또한 적당한 여백을 줬다. 빈틈없이 메우는 것은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다. 핵심적인 업무 경험과 역량을 한 페이지에 보여주는 것이 포폴의 임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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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화면은 주요 프로젝트다. 열을 두 개로 나눴다. 왼쪽에는 PROJECT라는 글자를 세상에서 가장 크게 키워놓았고, 오른쪽은 회사명과 프로젝트명, 별점, 기간, 간단한 설명, 그리고 그 프로젝트에서 수행한 일을 글머리 기호 목록으로 정리했다. 디자인 적으로 뛰어나진 않다. UI/UX로 정의될 만큼 거창한 페이지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지 모르게 깔끔하게는 보인다. 저 정도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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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만 심플하게 구성해도 50점은 먹고 가지 않을까? 저 샘플 텍스트를 당신의 텍스트로, 당신의 문맥으로 바꾸는 일은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이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선 노션 페이지를 만드는 일보다 당신이 해온 일을 정리하는 게 더 급선무라는 걸 깨달을 것이다. 이런 일을 성실하게 기록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면 머릿속에서 모든 기억을 복원해내야 할 것이다. 맙소사! 그 몹쓸 기억을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물론 나는 상관없다. 내 일이 아니라 당신 일이니까. 나는 아무 문제 없이 밥 잘 멀고 노션으로 이렇게 즐겁게 글 쓰면서 가끔 템플릿 만들어서 공개하며 살 것이다. 

챗GPT에게 포트폴리오에 대해 물어보니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이력서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담은 인생의 책이란다. 당신의 경험, 업적, 능력을 과시하는 책이란다. 노션은 그것을 표현하는데 모든 기술적 기법을 제공한단다. 정말? 흐음, 사실이기도 하면서 거짓이기도 하다. 

툴은 당신을 바꿀 수 없다. 남들이 잘 만든 포트폴리오 페이지는 남들에게 어울리는 것일 뿐, 번지르르 해 보이는 포트폴리오는 당신과 상관없다, 고 말하면 실망하겠지? 내 말이 거짓말이 되기 위해 당신이 직접 눈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당신의 색깔, 당신의 느낌, 당신의 스타일로.

아래는 구린 노션 포트폴리오 템플릿이다.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기 바란다.

장담하는 데 쓸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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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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