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 둘을 이렇게 키웠습니다.

거누파파의 자녀 양육 에피소드

2024.06.10 | 조회 1.8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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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대기업 퇴직 후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50대 아저씨의 사적인 레터 서비스

최근 2주간 뭔 일들이 이렇게 많은 지….

임영웅 상암동 콘서트 관람, 12일 동창 지방 모임 참석, 선배 아들 결혼식 만취하기, 새벽 강변 마라톤 대회 참석, 어처구니없는 뮤직 비디오 촬영, 베프 술 모임 참석 등 요즘처럼 행사가 많으면 은퇴백수란 말을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주 글 못 올린 핑계가 참 드라마틱 합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숨이 턱턱 막히고 팔뚝은 시커멓게 타서 껍질도 벗겨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름이 시작된 것 같은데 올 여름 좋은 계획으로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최근 올린 자녀교육관련 영상에 많은 분들이 뜨겁게 호응해 주셔서, 영상에서 미처 다 못한 이야기 중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몇 개 이야기해 보려고 오늘 주제로 정했습니다.

전 지금도 아버지가 어렵습니다. 너무 엄격하게 훈육 당했거든요. 아버지와 어디 놀러간 기억은 하나도 없고 술 드시고 오시면 최소 두세시간은 무릎 꿇고 앉아서 정치, 사회, 문화, 역사, 미래에 대해 지겹도록 들어야 했죠. 술 안 드실 때도 수시로 가르침(?)을 주시는데 제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수강생들이 많아서 더 신나셨는지 친구들까지 앉혀놓고 강의(?) 아닌 강의를 하신 아버지를 보면서, “난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절대 잔소리 안 해야지. 아이들한테 자상하고 친근한 아빠가 되어야지라고 굳게 결심 했었지만, 막상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더구나 군기가 센 해병대 출신 이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애들한테 군기를 많이 잡았더라구요. 얘들 초딩 시절 어느 겨울날, 아파트 베란다에 무릎 꿇고 손들고 있으라고 벌준 일이 기억납니다.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얘들이 잘못해 봐야 뭘 얼마나 했겠습니까? 기껏 해 봐야 둘이 투닥 거린 정도겠죠.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내가 기분 좋으면 넘어가고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혼내고 벌 세운 것 같습니다.

나의 아버지께 경험했던 절대 싫은 일들을 자식교육이라는 핑계로 자행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다행히 얘들이 잘 자라줘서 고맙지만 그 때 당시 저의 양육 방법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자녀를 엄하게 대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는데 편하게 자식들을 컨트롤 하려고 화를 내고 매를 들고 강압적인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능력 없는 부모입니다. 나이 60 다되어서야 깨달은 사실입니다.

자식교육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동방신기사건입니다.

큰 딸이 중학교 다닐 때 인 것 같은데, 어느 날 퇴근하여 집에 왔더니 큰 딸이 보이질 않아서 아내에게 물어보니 친구집에서 공부하고 온다는 겁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길래 알았다라고 했는데 10, 11시가 넘어도 오질 않아서 아내에게 너무 늦으면 친구집에 민폐가 되니까 빨리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아내가 미적미적 대는 겁니다. 그러다가 12시가 훅 넘었는데 그 때서야 동방신기 공연 보러 갔다는 겁니다. 순간 화가 엄청 나 더라구요. 아내가 딸과 공모하여 아빠에게 거짓말한 게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마침 그 시점에 딸이 오길래 바로 집 밖으로 쫒아 버렸습니다. 집에 불 다 끄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겠습니까? 슬쩍 아내에게 얼릉 나가서 얘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아내가 갔다 와서 한 말이 얘가 찜질방 가려고 경비실 아저씨에게 만원을 꾸고 있는 걸데리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황당해서 웃음만 나왔는데 그 때 제가 많이 반성했습니다. 저희 세대에서는 부모님들께 혼나면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무조건 내가 한 행위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그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곤 했잔아요. 나도 내 자식이 그럴 줄 알았는데 찜질방얘기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원인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한테 있었다는 걸. 제가 원래 연예인들 쫒아 다니며 오빠~ 오빠~” 하는 걸 엄청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사전에 공연 보러 간다고 했으면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하고 거짓말을 한 거죠. 제가 공연 싫어 한다고 딸들도 못 보게 하는 것은 정말 잘못이라는 걸 깨닫고 반성했습니다. 그 후 동방신기 공연을 또 했는데 그 땐 제가 표 끊어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이들은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의 관점에서 부모가 맘에 안 든다고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범죄행위처럼 잘못된 것들은 못하게 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고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한 것들은 가능한 자식들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게 자녀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식교육을 어떻게 했냐고 하면 딱 한 단어 방목했다고 합니다. 방치하고 구분해야 합니다. 방목은 그냥 놓아서 기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손이 더 가는 일이죠. 가축을 축사에 가둬놓고 기르는 것과 방목하는 것 중 뭐가 손이 더 갈까요? 당연히 방목이 손이 더 갑니다.

큰 딸이 대학 4학년 때 유학을 보내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 시절 취업이 잘 안되기 때문에 도피성 유학이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제 형편에 유학 보내기는 힘들고 그런다고 다 큰 자식을 조질 수고 없고 어떻게 설득할까 고민하다가 내 능력으로 안되면 내 주위 능력 있는 사람과 상담을 시켜주자는 생각이 들어 제 후배에게 자식 상담을 시킨 적 있습니다. 그 후 얘가 유학에 대한 생각을 접고 취업에 집중하여 지금의 훌륭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자식 교육하는데 부모가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내가 안되는 것은 주변 능력 있는 사람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작은 딸이 아프리카 3개월 여행 간다고 했을 때 제가 못 가게 했더라면 지금 제 둘째 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 지금도 작은 딸 해외로 보낸 건 자식교육에 있어 제 인생 최대의 잘 한 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당연히 동의하구요.

제가 은퇴하고 집에 왔을 때 제 작은 딸은 총 재산 7백만원 보유하고 있었는데 제가 조금 강압적으로 돈을 빌려주면서 적금 들게 하고 정기예금도 가입시켜서 경제관념을 심어준 것도 저의 자식교육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까 제 자랑을 늘어놓은 것 같은데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자식농사입니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고 사정이 있습니다. 결국은 잘되면 자신이 잘 나서 인 거고 안되면 부모 탓, 남 탓이라고 들 합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들은 절대 자식 탓을 하지 않습니다.

자식교육하고 양육하는데 정답은 없지만 대부분 자식들은 부모 성향을 닮고 답습하게 됩니다. 자식교육을 잘 하려면 부모로서 내 행동이, 말이 적절한 것인지 항상 되돌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너무 길어 진 것 같아 여기서 긴급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과 건강을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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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

    0
    8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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