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시간이 많아서인지 매년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여기 저기 인사하고 술 마시다 보면 어느새 연말이 지나가고 새해가 시작되었는데, 요즘은 조용히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내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더군요.
늙고 병들어 완전히 은퇴하기전에 보다 더 알차게 살아보려는 몸부림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연말연시면 이상하게 들뜨고 이유도 없이 기분이 좋고 마음도 풍족했던 것 같은데 올 해는 유난히 착잡하고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거리를 둘러봐도 인적도 드물고 흥청망청하던 연말분위기도 안 나는 게 추운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행복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기분전환 해 보려고 합니다.
1월 1일 새해 일출 보려고 강화도 마니산 갔는데 입산 통제되어 동막 해변으로 이동하여 새벽부터 칼국수에 쏘주 먹었던 일.
2월은 강릉 한달 살기하면서 강아지들과 가족들, 지인들과 보낸 행복한 시간들. 특히, 겨울 바다와 설악산 절경이 아직도 눈 앞에 어린거립니다.
3월은 특별한 이벤트 없이 임시보호중인 커다란 강아지(테리)와 건우랑 일상생활.
4월은 드뎌 대망의 큰 딸 결혼이 가장 큰 행사였습니다. 아빠가 주례사 해야 한다고 하길래 주례사 준비하느라 고생한 기억, 결혼식 며칠전부터 일기예보에 온 가족이 일희일비하면서 가슴 태우던 기억, 결혼식 당일 김밥 한 줄 먹고 여기저기 하객들에게 술 얻어먹었던 일들이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가깝게 살지만 한 번씩 큰 딸이 집에 오면 너무 반갑고 돌아 갈 때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겠죠?
5월은 주말농장 운영하고 유기견 보호소에 무려 사료 2톤이나 기부하고, 구독자분들과 처음 함께한 북한산 산행이 기억에 남습니다. 멀리 세종시에서 행사 전날 올라와 북한산 근처에서 하루 밤 자고 참석하신 열혈 구독자분이 생각납니다.
6월은 특히 많은 일이 있었네요. 2차 거누산악회 무의도 트래킹. 다른 분들은 극기훈련이라고 했지만 아무튼 아름다운 바다와 산, 그리고 쏘주, 젊은 사람들의 열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글로도 썼지만 고향 가는 길에 여유를 가지고 변산 채석강 석양을 부인과 함께 바라봤던 일. 고향에 가서 어머님 모시고 완도 등 주변 관광하고 전복을 너무 맛있게 먹으면서 효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일이 가슴깊이 남아있네요.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던 것 같은데 7~8월은 주로 산행을 했네요.
7월은 후배와 북한산 극기산행 하면서 열심히 동영상 찍었는데 사장님께서 짤라 버려 빛을 못 본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늦었지만 제가 직접 영상을 편집해 보려고 합니다.
8월은 극악한 더위지만 아내와 작은딸, 건우 데리고 파주 심학산 등산하고 닭갈비 구워 먹은 일. 지금 생각하니까 더운 여름날 미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인과 북한산 계곡으로 피서 가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잠깐이나마 일상을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부인과 함께 결혼한 딸 덕분에 도심 방문하여 맛있는 냉면 먹은 일, 양평에 근무하는 후배부부 만나 점심 먹고 두물머리도 가고 또 저녁까지 먹는 등 8월은 부인과 함께한 시간이 많았네요.
이제 8월까지 했으니 얼마 안 남았습니다. 지루하더라고 끝까지 가 보겠습니다.
9월은 제가 친구들과 마라톤 대회 참석하고 가족들과 난지도 노을공원 가서 사진찍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추석연휴를 보냈습니다.
10월은 떨어지기 시작한 낙엽을 바라보면서 인생무상을 느끼고 쏘주만 많이 먹은 기억이 있네요.
11월은 작은 딸이 올 해 우리 부부 생일 선물로 중국 장가계 여행 보내줬는데, 생전 처음 저희 부부 단독 해외여행 다녀왔습니다. 서먹서먹한 관계가 해외 회담후 지금까지 가정의 평화와 부부지간의 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사람은 돈을 많이 들여야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12월은 연말쯤 부인과 공연 하나 보고 올 해 마무리할 거 같습니다.
글 쓰다 보니 제 1년 행적을 보고하는 형태가 되어 버렸네요.
작년까지는 아날로그식으로 노트에 적었는데 올 해는 디지털화 되었네요.
몇년간 월별로 주요 인생사를 적어 놓고 보면 한 해를 얼마나 알차게 보냈는지 한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새해 계획 수립하는데도 정말 도움이 됩니다.
바쁜 연말이지만 조금 시간 내어 한 해를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강추위, 폭설이 갑자기 전국을 강타하고 있지만 우리 구독자분들 항상 건강과 행복만을 기원드리며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남은 시간 잘 마무리 하시고 내년 갑진년은 올 해보다 더 나은 해가 될 수 있기를 거누파파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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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최근에 거누파파님 영상을 구독하게 된 신입(?)입니다! 이렇게 글로 보니 거누파파님 즐겁고 따뜻한 기억의 한 해를 보내신거같아요 저도 내년 4월에 결혼하는데 요즘 결혼하는 큰 딸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는 아빠 모습을 보니, 축사해주시던 거누파파님 영상이 떠오르네요! 올 한 해 고생많으셨어요 :D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감사합니다. 결혼 미리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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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
거누파파님의 일년이 너무 알차서 저는 반성좀했습니다! 산행영상 파파스타일로 꼭 편집하셔서 올려주세요ㅎㅎ함께한 1년이 영상으로 남겨주셔서 장면장면 스치고지나갑니다! 일상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행복한 일년 보냈습니다! 내년에도 파이팅!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좀 더 알차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세워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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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up
구독자입니다. 우리남편도 항상 저를 부인이라 불러주는데 ㅎㅎ 거누파파님도 배우자님을 부인이라 칭하시니 반갑네요~ 저희부부도 자녀가 딸 둘인데 거누 누나들처럼 잘 키우고 싶습니다!!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딸들이 훌륭하게 잘 클거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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