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개월 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교하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우선은 갑작스러운 휴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뉴스레터 운영은 구독자분들과의 신뢰임을 다시 되새기고 열심히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신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편 이번 뉴스레터 이후로는 약 1~2달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비정기적으로 발송할 예정입니다. 교하는 2명의 실무진과 몇 명의 자문단이 본업을 병행하며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갑작스러운 변수로 인해 뉴스레터를 발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여 언제마다 보내겠다는 약속을 무리하게 드리기보다는 다소 느긋하게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 드리고자 합니다. 너른 양해 부탁 드립니다.
교하 뉴스레터의 복귀 후 첫 주제는 <한강의 문화>입니다. 한강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형성되는 강입니다. 흔히 서울시를 관통하는 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강은 강원도에서 발원해 충청도 일부지방과 경기도, 서울시에 닿는 큰 강입니다. 그래서 각 지역마다 한강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가 내려오고 있는데, 우선 현재의 팔당댐 지역에서 성행한 '열두 바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한강이 어는 겨울이 되면 물고기를 몰아 낚시터를 조성한 다음, 돈을 받고 낚시꾼의 입장을 허락해 주는 '유료낚시터'에 대한 구전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얼음 밑으로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몰아온 다음 그물을 'ㅁ' 자 모양으로 둘러 낚시터를 조성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몰이계'라고 불리는 전문적인 조직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몰이계를 중심으로 특히 팔당댐 인근에 많은 낚시터가 생겼는데, 모두 12군데라서 '열두 바탕'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습니다. 이런 풍습은 서울의 마포 일대에서도 나타나는데, 대략 1940년대까지 성행하던 문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겨울마다 낚시터가 조성되면 술을 파는 이들과 한량들이 몰려와 유희판이 벌어졌습니다. 낚시꾼을 겨냥해 국밥 등의 식사를 파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강의 열두바탕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몇가지의 장비를 필요로 했습니다.
"잉어를 잡는 법은 바닥에 못이나 송곳 같은 이빨 달린 나막신을 신고 얼음 위를 달리다가(...)"
오주연문장전산고
우선 미끄럽고 이동하기 어려운 얼음 위였으니만큼 나막신의 굽에 쇠붙이를 달았습니다. 이 때 쓰는 나막신은 방한을 위한 두꺼운 버선이나 양말을 신기 위해 크기가 컸습니다. 또한 접을 수 있는 썰매인 '접썰매'를 등에 메고 다니며 낚시가 될만한 곳에 썰매를 펼쳐두고 그 위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한강의 겨울낚시는 고유한 특성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70년대에 팔당댐이 축조되면서 기존의 계모임이 대부분 흩어졌고 현재는 그 맥이 끊겨가는 상태입니다.
한강의 겨울에는 이와 같이 낚시를 하며 풍류를 즐기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봄가을에는 돛배를 띄우고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흔히 '선유'라고도 불리우는 풍습인데요, 예로부터 선비들은 강이나 연못에 배를 띄우고 경치를 감상하는 일을 즐겼습니다. 크게 보면 일정 지역에 배를 띄워놓고 즐기는 체류형 뱃놀이와 장시간에 걸쳐 이곳저곳을 유람하며 즐기는 유람형 뱃놀이로 나뉘었습니다. 이러한 뱃놀이에는 음주와 시창이 항상 함께했으며, 악공이 올라타서 흥을 돋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강에는 이러한 뱃놀이부터 각종 운송까지 다양한 목적의 배가 필요했는데요. 특히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 지역에 많은 배목수들이 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얼마 전 작고하신 故 김귀성 장인은 한강에서 8대에 걸쳐 전통 한선과 황포돛배를 제작해온 장인입니다. 1993년에 경기도 무형유산 조선장으로 지정되어 배알머리와 두물머리를 오가며 다양한 배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강을 다니는 강선은 깊이가 얕은 강의 상류를 오갈 수 있도록 배의 바닥을 편편하고 탄력있게 만드는 기술이 요구됩니다.
현재는 그의 아들 김국현 장인이 전승교육사로 지정되어 조선기술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이런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교하에서도 황포돛배를 이용한 선상다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승교육사와 이수자 선생님이 만드신 진짜 '황포돛배'를 한강에 띄우고 옛 뱃놀이를 재현하는 행사이지요. 이번 행사는 아쉽게도 이미 마감되었으나, 5월 4일 행사 이후로 관련된 후기와 사진들이 교하 트위터(@tammigeak)을 통해 올라올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한강에서의 전통적인 향토문화들이 거의 향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선장을 비롯한 소수의 장인과 학자들이 기억하고 향유하는 소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으레 전통문화를 어렵게 생각하는듯 합니다. 하지만 전통문화는 인간의 생활양식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써왔고 어디서 살아왔고 어떤걸 먹어왔는지, 그런 요소들을 '문화'라고 합니다. 한강의 전통풍습들도 과거에는 동네 토박이라면 누구나 누리고 향유하던 문화였습니다. 지금에야 환경과 문화의 변화로 예전처럼 향유하는게 어렵다지만, 최소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보신 여러분들이, 혹 한강에 가실 일이 생기신다면 과거의 사람들이 한강에서 누리고 향유했던 문화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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