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원이 입금된 순간, 1억 4천만 원 사기가 시작됐습니다.
후기 몇 줄을 쓰자 소액의 수익금이 정말로 들어왔습니다. 그다음에는 팀 미션, 포인트 충전, 금융감독원 소명, 세금이라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A씨는 텔레그램 단체방에 들어간 지 사흘 만에 1억 4천만 원을 보냈습니다.
이 사기는 처음부터 돈을 빼앗지 않습니다. 먼저 돈을 줘서 의심을 없앱니다.
리뷰를 쓰면 수당을 준다면서 먼저 돈을 보내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입금을 멈추세요. 처음 몇 번 수익금이 들어왔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외곽에서 혼자 살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서른다섯 살 A씨에게도 처음에는 평범한 부업 문자처럼 보였습니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던 프로젝트 두 개가 끊기면서 수입이 크게 줄어든 때였습니다. 한 달 수입이 100만 원도 되지 않는 달이 생기자 A씨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유명 온라인 쇼핑몰의 입점업체라고 소개하는 문자가 왔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5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조건은 간단했습니다. 상품을 구매한 뒤 짧은 후기를 남기면 구매금액과 수당을 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가 안내받은 텔레그램으로 들어가자 상담원은 친절하게 응대했습니다. A씨는 8천 원짜리 생활용품을 구매하고, 구매 화면과 후기를 캡처해 보냈습니다. 잠시 뒤 2만 원이 계좌에 들어왔습니다.
“어? 진짜네?”
A씨는 비슷한 미션을 세 건 정도 진행했고 총 6만 원가량의 수익을 받았습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신청하자마자 입금됐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부업 광고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주는 곳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상담원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팀 미션’을 소개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포인트를 충전하면 수익도 커지고, 팀원들이 미션을 모두 끝내면 원금과 수당을 일괄 정산해 준다는 설명이었습니다. A씨는 상담원이 초대한 단체방에 들어갔습니다. 방 안에는 열 명 정도가 있었고, 이런 말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저 입금했습니다.”
“포인트 충전 완료했습니다.”
“이제 정산만 기다리면 되네요.”
누군가는 수천만 원을 출금했다는 화면도 올렸습니다. A씨가 망설이자 방 안의 사람들은 시간을 재촉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팀이 이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전체 정산이 연기됩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입금했습니다. A씨만 입금하면 바로 정산됩니다.”
A씨는 자신이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손해를 볼 것 같았습니다. 혼자서 단체방의 흐름을 막고 있다는 압박감도 들었습니다. 결국 A씨는 50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정산 페이지에는 받을 돈이 1천만 원으로 표시됐고 출금 버튼도 있었습니다. 화면에 숫자가 찍혀 있고 출금 버튼까지 있으니, 돈이 이미 자신의 것이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출금 버튼을 누르자 “금융감독원의 소명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나타났습니다. 얼마 뒤에는 ‘금감원 고발 예고’라는 제목의 문서까지 도착했습니다. 대량 포인트 유통과 차명거래가 의심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금감원’, ‘고발’, ‘차명거래’라는 단어는 무서웠습니다. 혹시 자신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된 것은 아닌지 겁이 났습니다.
상담원은 바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전산 기록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보증금만 넣으면 바로 출금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같은 절차를 거쳤습니다.”
A씨는 적금을 깨고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해 1천만 원을 더 보냈습니다. 이미 1,500만 원을 넣은 뒤에는 그만두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지금 멈추면 그 돈을 모두 잃지만, 한 번만 더 보내면 전부 찾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에는 소득세 10%를 먼저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A씨가 세금 명목의 돈까지 보내자 이번에는 계좌 인증 오류가 났다고 했습니다. 명의를 확인하려면 보증금이 더 필요하다고 했고, 돈이 없다고 하자 정식 2금융권 대출을 안내했습니다.
출금을 요청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스템 점검, 세금, 금융감독원 소명, 본인 인증, 팀원 손해배상이라는 이유가 차례로 붙었습니다. 추가 입금을 거부하면 다른 팀원들이 손해를 보게 되고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A씨는 돈을 더 벌기 위해 송금한 것이 아니라, 이미 보낸 돈을 되찾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계속 송금했습니다. 그렇게 사흘 동안 보낸 돈이 모두 1억 4천만 원이 됐습니다. 그러나 정산금은 끝내 출금되지 않았습니다. 텔레그램 단체방도 사라졌습니다.
피해자를 붙잡은 것은 공짜가 아니라 ‘조작된 신뢰’였습니다.
이런 사건을 보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다고 저 말을 믿었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A씨가 처음부터 큰 수익만 믿고 1억 4천만 원을 보낸 것은 아닙니다.
사기꾼은 먼저 작은 일을 시키고 약속한 돈을 실제로 보냈습니다. A씨가 돈을 받은 경험 자체가 상대방의 신분과 사업을 검증해 주는 증거처럼 작동했습니다.
낚싯바늘도 처음부터 드러나 있으면 물고기가 물지 않습니다. 작은 수당이라는 미끼 안에 바늘을 숨겨놓는 것이죠. 처음 지급된 2만 원은 수익금이 아니라, 나중에 1억 4천만 원을 보내게 만들기 위해 사기꾼이 지출한 비용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가짜 단체방이 A씨의 판단을 대신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입금하고 출금 인증을 올리면, 자신만 의심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한 명만 입금하면 된다”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마음까지 이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미 보낸 돈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500만 원을 보냈을 때보다 1,500만 원을 보낸 뒤에 멈추기가 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보낸 돈이 아까워서, 그 돈을 되찾으려고 새로운 돈을 넣는 겁니다. 사기꾼은 바로 그 마음을 알고 출금 오류와 보증금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이 수법은 한 문장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소액을 먼저 줍니다. 단체방에서 큰돈을 보내게 합니다. 출금을 핑계로 계속 추가 입금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실제로 수당을 받았으니 안전하다”는 판단은 위험합니다. 오히려 소액을 정확히 지급한 뒤 더 큰 입금을 요구한다면, 처음 받은 돈부터 미끼였는지 의심해야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먼저 돈을 보내야 한다면 멈추세요.
리뷰 알바 사기를 피하는 기준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첫째, 수당을 받기 위해 상품대금·포인트·보증금을 먼저 입금하라고 하면 중단하세요.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는 일을 한 사람에게 임금을 지급합니다. 일을 맡은 사람이 업체의 정산을 위해 수백만 원을 충전하거나, 출금을 위해 보증금을 낼 이유가 없습니다. ‘팀 미션’, ‘수익 정산’, ‘포인트 복구’라는 말을 붙여도 본질은 같습니다. 내 돈을 먼저 보내라는 요구입니다.
둘째, 단체방의 인증 화면과 사업자등록번호를 믿지 마세요.
단체방의 팀원들은 피해자를 재촉하기 위해 사기 조직이 연기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입금 내역과 출금 화면도 얼마든지 꾸밀 수 있습니다. 사업자등록번호가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다른 업체의 정보를 도용했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보내준 연락처가 아니라 해당 쇼핑몰과 업체의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돈을 보내라는 요구를 받으면 단체방 밖의 사람에게 화면을 보여주세요.
단체방 안에서는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재촉합니다. 그 안에 오래 있을수록 판단 기준도 그 사람들의 말에 맞춰집니다. 입금 요청을 받으면 3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대화 화면을 보여주세요. 사기꾼은 “지금 당장”을 요구하지만 정상적인 거래는 30분 확인했다고 무너지지 않습니다.
넷째, 금감원·세금·소송이라는 말이 나오면 상대방과의 대화를 멈추고 공식 기관에 직접 확인하세요.
사기꾼이 보낸 문서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같은 조직이 전화를 받습니다. 금융감독원이나 수사기관의 이름이 적혀 있어도 그 문서 안의 번호를 사용하지 말고, 직접 검색한 공식 대표번호로 확인해야 합니다. 출금을 위해 개인 계좌로 보증금이나 소명 비용을 보내라는 요구는 정상적인 절차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돈을 보냈다면, 방을 나가기 전에 이것부터 하세요.
리뷰 알바 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송금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거짓말을 믿고 돈을 보냈다면, 그 송금 자체가 사기죄에서 말하는 재산 처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계좌 지급정지와 피해금 환급은 사건의 구체적인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2026년 6월 30일부터는 물건이나 서비스 거래를 가장한 신종 피싱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도 신고 후 임시 거래정지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습니다. “내가 직접 송금했으니 지급정지는 안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돈이 빠져나가기 전에 신고하는 속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입금했다면 다음 순서로 움직이세요.
- 추가 송금을 즉시 멈춥니다.
- 단체방을 나가기 전에 증거를 저장합니다.
- 송금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 즉시 112와 송금한 금융회사에 신고합니다.
- 형사고소와 재산 보전 조치를 함께 검토합니다.
사기꾼은 피해자가 어리석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작은 약속을 지켜 신뢰를 만들고, 단체방에서는 책임감을 자극하고, 돈을 보낸 뒤에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붙잡아둡니다. 성실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범행 도구로 쓰는 겁니다.
그래서 혼자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그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는 동안에는 돈을 보내지 마세요. 정상적인 일자리는 확인한다고 재촉하거나 소송을 운운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은 모두 소중한 자산입니다. 처음 들어온 2만 원 때문에 평생 모은 돈과 대출금까지 잃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 뉴스레터를 부모님과 가족에게도 공유해 주세요.
‘해결하는 변호사 송현영’은 우리 주변에서 반복되는 사기 수법과 피해자가 놓치기 쉬운 대응 방법을 계속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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